북한 동포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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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활 9년이 나에게 준 것들

북한 동포들의 이야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4-04-29 17:35

 


여: 이번에는 북한 동포들의 사연을 보내드리는 시간입니다.


남: 네, 오늘 첫 번째 사연은 남한에 정착한지 9년이 지난 한 녀성의 사연입니다. 제목은 ‘한국 생활 9년이 나에게 준 것들’인데요. 그것이 무엇인지 들어보겠습니다.


음악: UP/DOWN
 
한국에 와 처음 내 손에 쥐어진 신분증 하나. 주민등록증...그걸 보는 순간 마음이 짠하고 슬프고 또 한편으론 기뻤다. 겨우 자신의 이름과 나이, 주소가 적혀 있는 카드일 뿐인데 그 신분증이 있음으로 해서 나도 이제 한국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나라 국민이라면 당연히 갖게 되는 신분증이 나에게는 마법 같은 선물이었다. 하지만 신분증을 바라보면서 가족과 고향을 떠나 목숨을 걸고 살길을 찾아 헤매던 지난 시간이 떠올랐다. 가슴이 시리게 아파왔다. 하지만 어쩌랴 이제는 여기 한국이 내 삶의 터전이 된 것을..


처음 2년간은 학원을 다니며 아르바이트라고 불리는 시간제 일을 하였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밉보이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다. 나이도 어린데 시키는 일들을 마다않고 잘 한다고 동료들은 나를 예뻐해 주었다. 그런데 동료선배들이 나를 예뻐한 이유가 다른 사람에게는 밉보이는 이유가 되었다. 우리 팀을 총괄하던 팀장은 들어본 적도 없는 사투리는 쓰는 어린 내가 허드레 일도 군말 없이 하는 걸 보면서 ‘그래 어디까지 하는가 보자’는 식으로 나를 죄어왔다. 내가 팀장보다는 선배들과 더 친하고 마음을 터놓고 하는 모습이 눈 밖에 난 것 같았다. 그렇게 그곳에서 1년 8개월을 일하다 결국은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지금 일하는 곳으로 옮겼다. 지난 5년 동안 나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일했고, 동료들과도 잘 맞아 엇서지 않고 행복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한 번은 찜질방이란 곳엘 가 보았다. 황토나 맥반석같이 몸에 좋은 것들을 바른 방에서 높은 온도의 공기로 땀을 내도록 한 곳인데 여기 한국에는 냉온 목욕탕에 휴게소시설까지 갖추고 영업을 하는 찜질방이 인기다. 나는 눈치껏 다른 사람들을 따라 들어갔다. 먼저 계산대에서 요금을 치르고 사물함 열쇠를 받는 것 까지는 좋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작은 사물함이 보여서 열쇠로 열고, 입고 있던 옷들을 작은 사물함에 구겨 넣었다. 그러데 공간이 너무 작아 ‘아유, 왜 이리 작은 거야’라며 중얼거렸다. 그리곤 안으로 들어간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모두들 홀딱 벗은 나를 무슨 신기한 사람 보듯 하더니 다들 빵 터져 웃는게 아닌가.. 알고 보니 내가 옷을 벗은 곳은 탈의실이 아닌 신발장이었다. 계산대에서 계산을 치르고 문을 들어와서는 먼저 신발장에 신발을 넣는다. 그리고 문 하나를 더 들어와야 탈의실이 있는 구조였다. 너무 웃어 눈물까지 닦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너무 창피해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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