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경의 살며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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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5월에 대한 생각

서미경의 살며 생각하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5-14 16:52


햇빛 따사로운 5월, 신록의 계절이다. 여기저기 연둣빛 풀들과 초록색 나뭇잎들이 산과 거리를 물들이고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 주변과 근처 야산, 길가 가로수들도 갈수록 푸른빛을 더해가고 있다. 하얀 목련이며 아카시아 등 갖가지 꽃들이 활짝 망울을 터뜨린 요즘, 시간을 내서 꽃구경 가야겠다 싶어 가까운데 사시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 이번 주말 꽃구경 갈까요? 요즘 여기저기 봄꽃행사들이 많은데”

“에- 꽃구경은 무슨, 한가하게, 난 생각이 없다.”



역시 예상했던 반응 그대로이다. 원래부터 놀러 다니는데 익숙지 않는 어머니지만 이맘때면 당치도 않다는 듯 특히 더하신다. 북에서의 생활습관이 몸에 밴 탓인가? 남조선에 온지 10년이 됐는데도 아직까지 바뀌지 않는 어머니시다. 습관이라는 건 그렇게 끈질긴 건지, 하기야 나 역시 조금은 그렇다. 어머니 정도는 아니지만 이맘때 놀러라도 가게 되면 자연히 북조선에서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지금쯤 북조선은 농민은 물론 로동자, 사무원, 대학생, 어린 중학생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농촌지원전투에 동원되고 있다. 특별한 경우 외에는 5월부터 두달동안 모두 농촌에 나가있어서 도시와 거리는 평소보다 텅 빈 느낌이 든다. 그래서 어디 놀러다니기는 커녕 보통 외출할 때도 작업복 같은 것을 입어야 편하고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또 어쩌다 남들 다 나가는 농촌지원에 빠지게 되면 얼마나 눈치 보이고 죄스러워지는 지, 물론 나는 아주 팔자가 좋구나 하는 일종의 특권의식같은 것도 함께 들긴 하지만…….



이렇게 북조선인민들은 수십 년을 살아왔고 때문에 5월은 자연히 농촌지원나가는 날, 일 년 중 제일 바쁘고 고된 날로 생각하고 있다. 이맘때면 꽃구경도 부족해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이다, 하며 5월 한 달을 아예 가정의 달로 만들어놓고 놀러 다니느라 바쁜 남조선과는 얼마나 천지 차이인가? 남조선도 70년대만 해도 일하느라 바빠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그 동안 경제가 많이 발전해 지금은 실컷 놀러 다니면서도 잘 먹고 잘 살고 있지 않은가?



언제면 북조선도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언제가야 북조선인민들도 가난에서 해방되고 전투니 뭐니 하는 각종 고역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정말이지 지금도 농촌지원 전투에 동원돼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하루 종일 고생하고 있을 고향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여져온다.



일제시대 시인 리상화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자기의 시에서 나라잃고 인생의 봄마저 빼앗긴 우리 민족의 슬픔을 이렇게 토로했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일 년 중 가장 아름답다고 하여 계절의 녀왕으로 례찬되고 있는 5월, 하지만 북조선 인민들에게는 가장 힘들고 고된 달로 기억되고 있는 5월, 아름다운 자연의 계절과 더불어 인생의 즐거움을 모두 빼앗기고 사는 북조선인민들이 하루빨리 제대로 된 삶을 누리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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