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의 목소리

  • 방송정보 | 종영방송
  • 출연진행:

공식 SNS

눈물의 려행 54일 3

인민의 목소리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1-07-29 10:43




인민의 목소리, 오늘도 전 시간에 이어, 북송된 후 54일동안 감옥에서 겪은 혜림동무의 이야기입니다. 오직 배고파 살길을 찾아 혜맨 것 뿐이였건만 죽도록 매를 맞는 것도 모자라 없는 죄까지 뒤집어쓰고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가야 하는 우리의 언니, 오빠들의 이야기입니다. 들을수록 기가 막히고 가슴이 미여지는 혜림동무의 세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침식사가 끝나면 취조시간이였다. 그 시간만 되면 여기저기서 살을 에이는듯한 비명소리와 울음소리가 아츠럽게 들렸다. 그 소리를 듣는 나는 송곳방석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 아니 나뿐만이 아니라 갓 들어온 모든 이들이 자기를 불러낼가 두려워했다. 그러면서도 꼭 한 번은 겪어야 할 악몽같은 그 시각을 하루라도 빨리 떨쳐버리고 싶어 몸부림쳤다.



한 번씩 나갔다 들어오면 몸이 성해서 들어온 사람이 없었다. 그나마 밥 먹을 때와 잠자리 들 때에만 서로 마주볼 기회가 있었는데, 퉁퉁 부어오르고 시퍼렇게 멍든 그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려났다.



열흘째 되는 날,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김혜림 나와!” 보위원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앞이 다 캄캄했다. 너무 무섭고 두려워 입술이 파랗게 질렸다. 나한테 용기를 달라고, 제발 끔찍한 고통은 나에게 오지 않기만을 그토록 빌었지만 그 날은 여지없이 찾아왔다.



취급실에 발을 들어놓는 순간부터 사나운 구두발이 날아들었다. 쓰러졌다 다시 무릎을 꿇고 앉으면 또다시 마구 짓밟히고 부서지면서 저쪽 구석으로 나가 너부러졌다. 한참을 그렇게 맛을 보이던 보위원이 다짜고짜 중국에서 무슨 학교를 다녔는가고 묻는 것이었다. 무슨 말인지 깨닫지 못한 나는 다니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허리의 혁띠를 풀어 사정없이 마구 휘들러 댔다.



도대체 내가 왜 개처럼 맞고 있는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구두 발에 채우다 못해 혁띠로 맞아 얼굴이며 온 몸은 피줄이 살아나 벌겋게 줄뱀이 갔다. 한참을 정신나간 사람처럼 때리던 그는 잠시 서서 헐떡대더니 “너 교회 다니지 않았어? 한국 사람은 만나지 않았는가? 한국으로 가려고 하지 않았는가?” 하면서 또다시 매질했다.



“아닙니다... 아무데두 안갔습니다... 누구도 안 만났습니다... 흑흑... 정말입니다.” “거짓말 하갔어? 다 알고 있으니 솔직하게 말해, 그래야 살수 있어, 알갔나?”



하지만 아파도 참고 끝까지 견뎌내야 한다는 한 가지 집념이 내 머릿속에 박혀 있었다. 룡정 변방대에 있을 때 교회나 한국 사람들을 만났다고 하면 큰일 난다던 온성 아주머니의 말만 귀가에서 맴돌았다. 내가 계속 아니라고 울며 말하자 그도 지쳤는지 더 말하지 않고 나가버렸다. 이젠 살았구나 하고 한 숨 돌리려고 하는 데 곧장 또 다른 지도원이 들어왔다. 그도 그럴것이 사정없이 매를 들이댔다. 맥을 보충하며 번갈아 가며 사람잡이에 미친 그들은 정말 살인마 집단 같았다. 가고 오는 사람들의 발길질에 나는 정말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너무 아파 소리 내어 울면 더 힘껏 때렸다. 나는 목구멍으로 나오는 울음소리를 꺼이꺼이 누르며 피눈물을 삼켰다.



결국 끝까지 버텨낸 탓에 나는 무사히 감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토록 혹독한 매를 맞았지만 그래도 내가 당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였다. 어떤 사람은 너무 매를 맞아 뇌 타박이 왔고 어떤 사람은 자기가 범하지 않은 죄도 너무 고통스러워 인정하기까지 했다.



한 40대의 남성은 진실을 대라며 펌프를 시키는 보위원에게 “진실은 벌써 밝혀졌는데 이제 또 무슨 진실을 이야기하란 말인가?”라고 대꾸했다. 순간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뭔가 “꽝!”하고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아츠러운 비명소리가 온 구치소 안에 메아리쳤다.



그처럼 애처로운 울음소리, 남자의 그런 애달푼 울부짖음을 나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울음소리가 크면 클수록 부딫치고 부서지는 아츠러운 소리는 더 기승을 부렸다. 나는 두 눈을 꼭 감고 눈물을 흘리면서 그가 끝까지 견뎌내기 만을 바라고 또 바랬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공상에 지나지 않았다. 반나절을 못견뎌 그는 거짓 자백을 했고 그 후 끝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야 했다...

전체 0

국민통일방송 후원하기

U-friends (Unification-Friends) 가 되어 주세요.

정기후원
일시후원
페이팔후원

후원계좌 : 국민은행 762301-04-185408 예금주 (사)통일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