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일남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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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부 이모부 김정일의 입김

리일남 수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1-08-07 01:23




만경대혁명학원에서 언제 나를 데리러 오나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던 72년 8월 중순의 어느 날 오전, 누가 우리 집 문을 두드렸다.



성혜랑 : 누구세요.



김형원 :김형원입니다.



성혜랑 : 김 과장, 어서 들어오세요.



김형원 : 학생은 준비되었습니까?



성혜랑 : 일남아 준비됐지?



일남 : 네, 어머니.



성혜랑 : 잘 가라. 엄마가 자주 면회 갈게.



김형원 당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과장이 나를 데리러 왔다. 내가 학교에 가는데 학원 관계자가 아닌 선전선동부 간부가 온 걸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나중에 이모부 김정일이 선전선동부 부부장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때 상황을 리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특별한 경우였다. 다른 학생들은 9월 1일 입학에 맞춰 학교에 가는데, 내가 빨리 가겠다고 고집을 부린 탓에 일찍 가는 것이었다. 어쨌든 학수고대하던 만경대혁명학원 가는 날이니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른다. 집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된다는 불안감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꿈에 그리던 만경대에 가는 기쁨이 그런 불안감을 없애주었다.

까만 볼가가 만경대를 거쳐 ‘붉은기 만경대혁명학원’으로 올라갔다. 자동차는 본관 현관 앞에 섰다. 원장인 리오성 중장이 마중 나와 있었다. 리오성 중장은 김일성과 같이 항일 빨치산 활동을 했는데, 나이가 어려 김일성의 련락병을 했던 사람이다. 해방 후 6.25 전까지 김일성의 운전수를 했는데, 내가 입학할 당시에는 만경대혁명학원 원장에 로동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이었다.



리오성 : 김형원 과장, 오시느라고 수고 많았습니다. 이 학생입니까?



김형원 : 예.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께서 보내신 학생이 바로 이 학생입니다.



리일남 :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 내가 지도자랑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지?



그때가 김정일에 대해 ‘친애하는 지도자’라는 호칭이 막 나오기 시작할 때였는데, 내가 ‘지도자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 얘긴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리 원장은 먼저 군복부터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군복은 군관 정복과 같은데, 바지에 빨간 줄이 쳐 있는 게 다른 점이다. 장교 모자 쓰고, 군화 신고, 빨간 줄이 쳐 있는 이 정복을 입는 것은 북조선 청소년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나는 군관 숙소에서 경비소대 소대장의 안내로 신입생이 올 때까지 학원을 둘러보며 보냈다. 교복을 입고 집에도 며칠 다녀왔다. 신이 나서 그 기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를 정도였다.



리오성 원장은 평균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나를 원장실로 불렀다.



리일남 : 찾으셨습니까, 원장 동지.



리오성 : 일남아, 어서 오라. 여기 앉으라. 그래.... 생활하는데 어려운 점은 없나?



리일남 : 없습니다. 원장 동지.



리오성 : 외롭지는 않구?



리오성 원장은 여러 가지로 내게 신경을 썼다. 김정일이 원장에게 직접 전화했다는 얘기도 후에 들었다. 직접 확인하진 못했지만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훈련시켜라. 생활을 똑같이 하게 하라. 절대 특혜를 부여하지 말라. 그리고 특히 절대로 노출시키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72년 9월 1일 입학식을 앞두고 인민학교를 졸업한 애들이 학원에 왔다. 학생들 대부분은 남포혁명학원에서 올라왔다. 혁명가 유자녀들은 인민학교 때부터 나라에서 키워주는데, 인민학교 과정이 남포혁명학원에 있었다. 남포혁명학원은 이후 강반석혁명학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남포혁명학원에서 인민학교 과정이 끝나면 녀자는 남아서 중등반으로 가고, 남자들만 만경대혁명학원으로 온다. 60년대에는 남녀가 같이 만경대로 왔는데, 머리 굵은 아이들이 숙식을 같이하다 보니 ‘부화사건’이 생기는 등 풍기 문제가 있어 갈라놓았다고 한다.



남포혁명학원에서 온 애들과 전국에서 선발되어 온 학생 등 90여 명이 한 학년이었다. 학생조직은 군대식으로 짜여 있어 한 학년이 한 개 중대로 편성됐다. 한 개 중대에 3개 소대가 있는데, 소대가 학급이다. 분대장과 반장 격인 부소대장은 학생이 맡고, 소대장은 현역 군관들이 맡았다.



만경대혁명학원의 하루 일과는 군대와 같다. 아침 6시에 기상나팔 소리에 맞춰 기상하면 먼저 체조를 한다. 주로 달리기를 하는데, 운동장을 돌기도 하고 만경대까지 뛰어갔다 오기도 한다. 달리기를 마치면 남조선에서 내무반이라고 부르는 소대 침실로 돌아와 정돈을 시작한다. 담요도 주름 하나 안 잡히게 반듯하게 개고 흰 덮개를 덮어 일직선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게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소대장이 와서 다 뒤집어버린다.



정돈 후 공동세면실에서 세수하고, 또 소대 침실로 돌아와 옷차림을 점검한다. 군복이나 모표의 금속단추에 광약을 바르고 천으로 닦아서 광을 내야 한다. 군화도 반짝반짝 빛나게 닦고 군복을 반듯하게 입고, 혁대의 금속부분도 닦는다. 그런 바쁜 과정을 거친 후 아침점검을 받는다. 그때 복장상태를 지적 받으면 다시 광을 내야 한다. 점검을 받은 다음 운동장에 앉아서 10분간 학원방송을 듣는다. 7시 반부터 식사시간이다. 대렬을 지어서 노래 부르면서 중대 단위로 식당에 간다. 발을 쭉 뻗고 손을 앞쪽으로 오도록 하는 로씨야식 행진법으로 식당에 간다. 식당에 도착해, 지정된 식탁 앞에 서면 중대마다 한 명씩 있는 특무장의 지시에 따라 식사를 시작한다. 식사시간은 10분 정도다. 밥을 먹다가도 “일어섯!” 구령이 떨어지면 식사를 마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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