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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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상처

남조선 생활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3-03-11 17:47

 


오늘은 아침부터 부지런히 업무에 집중했다. 금요일은 주 중 제일 바쁜 날이여서 온 종일 바삐 돌아쳐야 정시 퇴근시간을 맞출 수 있다. 저녁에 약속까지 잡혀 있어 한 눈 팔면 시간을 놓쳐먹기 쉬우니 팀장님 말 맞따나 숨도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


 


오후 5시가 가까워오면서부터는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 그럴수록 손에 불이 붙었다. 그렇게 온 정신을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데, 희선이가 문득 와서 정임씨 일하느라 정신 없구만~” 하더니 힘내라며 어깨를 쪼물쪼물 주물러주고 돌아갔다.


 


내 다음 공정을 맡고 있는 희선이두 어지간히 바쁜 모양이였다. 그도 오늘 약속이 있는 듯 했다. 그가 왔다 가니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나 때문에 희선이가 기다린다는 생각 때문에 더욱 일에 박차를 가했다.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 네이트온 문자가 삐리릭~’ 올라왔다. 희선이었다. 내가 한 일에 뭔가 잘못된 게 있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하던 일을 멈추고 이미 마무리한 작업을 점검해보았다. 근데 아무리 봐도 일은 제대로 마무리 되었다. 난 제대로 되었다고 회답해주고 다시 하던 일을 계속했다.


 


산만하게 돌아치다나니 하던 일에 덜컥, 오류가 생겼다. 시계를 올려다보니 퇴근시간까지 얼마 안 남았다. 오류를 수정하려면 족히 10분은 걸려야 했다.


 


이런~ 바빠죽겠는데...” 어지간히 급한 마음 가까스로 누르며 다시 열중하고 있는데, 그 때 희선이가 또 와서 정임씨!~” 하고 불렀다.


 


순간! “, 보채지마 좀~~ 지금 손에 불이 달린거 안보여?! 허엉?! ㅎㅎㅎ...” 하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웃으며 소리쳤다. 평소에 너무 편하고 친근하게 지내던 터라 희선이에게 내 성격 다 드러내고 말았다.


 


그러자 온 사무실이 웃음바다로 변해버렸고, 옥화씨가 오늘 사무실 분위기 화기애애하네요, 호호호하고 재치있는 한마디까지 던졌다.


 


그 와중에도 난 정신없이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하느라 희선이 기분이 어떤지 생각도 않았다.


 


밤 늦게 집에 돌아가 잠자리에 누웠는데, 그제서야 희선이 얼굴이 떠올랐다. 이제 생각해보니 내가 큰 소리치자 희선이의 얼굴이 새침하게 변했던 것 같다. 설마, 상처를 받았을까? 슬그머니 폰을 들고 희선이한테 문자 날렸다. “아까, 내가 큰소리쳐서 미안했어,~~”


 


아니겠지 하면서도 그래도 정말 상처를 받았으면 어쩌나 하고 마음 졸였더니, 역시나 ㅎㅎ하고는 이내 화제를 딴떼로 돌리고 만다. 분명 상처받은 모양이다.


 


에구~ 남한 사람들은 왜 이리도 쉽게 상처를 받을까, 고향에선 아무 탈없던 말도 여기선 너무 제약을 많이 받는 것 같다. 아마 고향에서라면 큰 소리치는 날 오히려 놀려대며 웃고 떠들며 재미나게 넘겼을 일이다.


 


한마디의 말을 해도 상대방을 배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이 또한 남북의 정서와 문화차이의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제까지 굳어진 습관이나 성격을 자중하고 적응하기란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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