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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6 - 가해기관 : 국가안전보위부와 해외 북한기업소

라지오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6-11-28 17:29


안녕하십니까? 이광백입니다. 북한에서 반(反)인도범죄가 벌어지고 있고, 북한 지도부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서울에 인권사무소를 설치해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고 피해자들의 증언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북한인권기록센터를 만들어 북한 지도부에게 인권침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국제사회와 한국이 왜 이런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북한에서 인권유린을 당했던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오늘 증언해 주실 분은  2012년부터 2년간 러시아에 건설노동자로 파견돼 일한 김성국 씨입니다. 지난 시간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임금착취를 당하고 있는 해외 북한노동자의 실태에 대해서 살펴봤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해외 파견 노동자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 실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김성국 씨 만나봅니다. 안녕하세요.

-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생활이 힘들다는 걸 지난 시간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당국의 통제와 감시도 심해서 노동자들은 이중 삼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데요. 우선 파견된 국가에 도착하면 노동자들의 여권부터 압수한다고 들었습니다. 왜 그런가요?

아무래도 여권을 소지하고 있으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고, 이렇게 자유롭게 돌아다니면 세상에 눈을 뜨게 되잖아요. 눈을 뜨게 되면 달아나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요. 그러니 아예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 현지에 노동자들이 파견되면 여권부터 압수하고 대신 종이에 도장 같은 것을 찍어서 여권처럼 줍니다. 그저 종잇장에 불과하죠. 여권은 파견 기간을 다 마치고 북한으로 귀국할 때 돌려줍니다. 그래서 파견돼 있는 동안은 어디 마음대로 돌아다니지도 못해요.

- 당국에서 노동자들을 감시하는 사람을 별도로 파견한다고 들었는데, 이 사람은 어떤 역할을 하는 건가요?

그들은 국가보위부에서 파견된 보위원입니다. 회사에서는 보통 부지배인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는 보위부에서 파견된 보위원들입니다. 노동자들끼리는 그들을 3번이라고 부릅니다. (지난 방송에서 1번은 지배인, 2번은 다 비서라고 말씀해주셨죠.) 네, 노동자들은 3번을 제일 무서워합니다.

- 왜 이들을 보위원이라고 부르지 않고 ‘3번’이나 ‘부지배인’이라고 부르는 건가요?

러시아 측에서 보위원이 왔다는 것을 알게 되면, 노동자가 아닌 사람이 왜 러시아로 파견됐느냐면서 이들을 즉각 추방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서 부지배인의 탈을 쓰고 들어오는 셈인데, 사실 그들의 역할은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이죠.

- 지난 방송에서 한 회사에 약 500명의 노동자가 일 하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보위원 한 사람이 500명을 다 관리하기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렇게 공식적으로 파견된 보위원 외에, 노동자들을 감시하는 사람들이 또 있나요?

네, 정보원이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조국에서 진행되는 통제 시스템이나 해외 나와서 진행되는 시스템이나 같은 셈이죠. 이 정보원들은 노동자들의 동향과 동태를 감시해 3번에게 보고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노동자들은 누가 정보원인지 알 수가 없어요. 일반적으로 5명 내지 6명 중 한 명이 정보원입니다. 이 사람들은 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사상이나 정신 상태, 동향 등을 모두 감시하고 비밀리에 보위원에 보고합니다. 보위원들은 이런 방법을 통해 노동자들이 어디에 있는지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죠.

- 정보원이 5명 중에 한 명이라면, 한 회사 500명 중에 거의 100명 가까운 인원이 정보원이라는 말씀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 놀랍네요. 해외에 파견된 노동자들은 집단생활을 하던데요, 숙소생활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합니다. 음식은 어떤지, 잠은 좀 따뜻하게 잘 수 있는지요.

우선 노동자들은 파견 기간 내내 컨테이너에서 생활합니다. 한 회사 내 500명 모두가 그렇다고 봐야 해요. 작업소 내 노동자들은 건설장으로 분산되고, 건설장 노동자들은 다시 작업조별로 분산돼 생활하는데요. 5명 내지 6명이 한 컨테이너에서 생활한다고 보면 됩니다. 아마 아파트에서 생활해 본 노동자는 없을 거예요. 건설장에 가면, 러시아 회사에서 컨테이너를 건설장 옆에 설치해줍니다. 다른 건설장도 마찬가지고요. 컨테이너 안에서 먹고, 자고, 모든 생활을 다 진행합니다. 목욕은 물은 전기로 데워서 하는데요. 목욕탕에 가서 씻는다는 건 꿈도 못 꿉니다. 그냥 물 데워서 대충 씻는 것이죠.

- 식사는 하루 세 번 할 수 있나요?

네, 한 개 컨테이너는 식당으로 만들어놓습니다. 식당을 관리하는 사람이 한 명 있는데, 이 사람이 노동자들의 식사를 총 보장한다고 보면 됩니다. 노동자들은 집단적으로 컨테이너에 와서 밥을 먹고요, 쌀이나 부식물은 회사에서 보장해줍니다. 물론 지난 방송에서 상납금으로 말씀드린 850달러 안에 식대도 다 포함돼 있기는 하죠. 가끔 밥상에 동태가 올라오기도 하고요. 힘을 많이 써야 하는 일들이니, 고단백 음식도 먹어야 해서 돼지 껍데기를 주기도 합니다. 돼지 껍데기가 굉장히 싸거든요. 돼지 껍데기를 볶아서 고춧가루 묻혀 주는 게 보통입니다.

그나마 밥 양은 충분해요. 먹지 않으면 일을 할 수가 없으니 충분히 주려고는 하는 것이죠.물론 돼지고기 같은 건 못 먹어도 돼지 껍데기를 먹을 수는 있고요. 남새(채소)도 그만하면 적게 먹는 양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모든 음식이 가장 싼 가격으로 이뤄져 있기는 했지만요.

- 혼자서 외출할 수는 있었나요?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청부업을 할 때인데요. 청부라는 건 러시아인 개인 집에 가서 집안일도 해주고, 집 부엌 타일도 붙여주고, 천장 지붕 공사도 해주는 일을 말합니다. 노동자 한 명이 가서 할 수도 있지만, 보통은 두 명 내지 세 명씩 가서 일합니다. 주로 러시아 말을 할 수 있는 노동자 한 명에 두 명이 더 붙어 같이 나가는 식이죠.

- 주말에 작업조끼리 어디 놀러가는 경우는 없나요?

집단적으로 일할 때는 거의 드물고요. 작업조별로 일할 때 가끔 일이 없을 때가 있어요. 자재가 안 들어오는 경우라든가요. 이럴 때 5명 내지 6명이서 자재를 기다리면서 휴식할 기회도 얻게 되는데, 이 때 주변 상점 정도는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 러시아에 있는 노동자들 또는 러시아 사람들과 얘기를 해본 경험도 있으신가요?

네, 건설장에서 일하게 되면 조선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에요. 러시아 사람들도 같이 일 하고요,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등에서 온 이주민 노동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저 안부를 묻는 정도로만 대화할 수 있지, 깊은 얘기를 나누거나 친구가 될 정도로 가까워지긴 어려워요.

- 그렇군요. 그런 외국인 노동자들도 컨테이너 생활을 하나요?

전부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설령 컨테이너 생활을 한다고 해도, 조선 사람들과는 생활수준이 수준이 달라요. 그 사람들은 일한 만큼 돈을 받으니까 먹고 싶은 것도 다 잘 먹더라고요. 가끔 옆 컨테이너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오면 엿보기도 했는데 우리와는 너무 다르더군요. 우리는 돈도 못 받고, 회사에서 주는 것만 먹어야 하는데 말이죠.

그런 걸 보면서 많이 속상했습니다. 같은 인간인데, 우린 도대체 뭐가 모자라서 이런 벌레 같은 생활을 해야 하나 싶었어요. 저 외국인 노동자들은 우리와 뭐가 달라서 자유도 누리고 일한 만큼 돈을 받아서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있는 건지 억울했고요. 그들은 8시간만 노동하면 됐지만 우린 아침 8시에 나가 밤 11시에 들어오는 생활을 해야 하니 화가 났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노예 같은 생활을 해야 하는지 늘 속상했어요.

- 해외에 파견돼서도 북한에서 그랬듯 생활총화나 학습을 계속 해야 했나요?

네, 일주일에 한 번, 혹은 보름에 한 번 조국에서 대사관을 통해 강연자료를 내려 보냈는데요. 보통 밤 11시에 끝나던 일을 그런 날이면 10시에 마치고 모여서 학습을 하게 됩니다. 학습을 하면서 총화도 같이 하고요. 조선에서 하던 생활이 해외 나가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입니다. 학습이니, 생활총화니, 보위원 감시니 하는 것들이 조선 안에서 사는 주민들이나 밖에 나온 해외 노동자들이나 다 똑같이 경험하는 것들이에요.

- 보위원의 통제는 어느 수준이었는지 궁금해요. 잘못을 저질렀을 때 보위원에게 처벌을 받거나, 혹은 송환되는 일도 있었나요?

네, 뭔가 트집을 잡으면 보위원이 몇 번씩 노동자를 방에 불러서 욕을 합니다. 왜 자유주의를 추구하느냐고, 밖에 나가서 일하다가 왜 지정된 시간에 돌아오지 못했냐고 하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아니, 사람이 일을 하다보면 할 게 많아지거나 필요한 시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는 게 아니겠어요? 하지만 보위원들은 노동자들을 불러다가 러시아 사람과 접촉했는지, 남조선 사람과 접촉했는지 모두 추궁하고 압박합니다.

이런 압박 속에서 노동자들은 결국 자신의 돈을 바치게 됩니다. 돈을 바치지 못하면 되돌려보냈다가 다시 부르죠. 두 번째 불렀을 때도 돈을 못 바치면 경고를 합니다. ‘동무의 문제를 상정시키겠다’라면서 결심을 하라고 해요. 세 번째 불려갔을 때까지 돈을 바치지 못하면 문건에 꼬리표를 붙여서 ‘이 노동자는 해외에 나와서 제대로 생활하지 못했다’라는 명분으로 조국에 돌려보냅니다. 그렇게 들어간 사람은 다시 해외로 나오지도 못하고요. 또 조국에 들어가서도 보안원과 당 비서에게 불려 다니면서 아주 피곤한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 돈이 있는 노동자들은 처음 보위원에 불려갔을 때부터 돈을 바치게 되는 것이죠.

- 그렇군요. 혹시 탈출을 시도하다 잡힌 노동자는 어떻게 되나요?

탈출을 시도하다가 잡히면 조국으로 들여보내는데요. 일단 잡힌 노동자의 팔과 다리에 깁스를 합니다. 쇠막대기를 팔과 다리에 석고를 바른 다음에 다시 붕대를 둘둘 감아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겁니다. 러시아 사람들 눈에는 다친 사람처럼 보이겠죠? 그렇게 몸을 만든 상태에서 비행기까지 탑승시켜 조국으로 들여보냅니다. 당사자는 이미 비행기를 타면서 알게 될 거예요, 조국에 도착하자마자 죽게 된다는 것을요.

- 인권유린 실태가 너무나 참혹하군요. 김 선생님도 러시아에 나가기로 결심하셨을 때는, 8000달러에서 만 달러 정도를 벌어 평양에 집을 사겠다는 꿈을 가지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2년에 파견돼 2014년에 탈출할 때까지 얼마 정도를 버셨나요?

한 2500달러 정도가 손에 있었습니다. 탈출하기 전, 우리 가족들은 북한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2000달러를 북한에 보냈고요, 저는 500달러를 갖고 어느 정도 먹고 살면서 한국으로 갈 수 있는 선을 잡아야겠다고 결심해 탈출했습니다.

- 마지막으로 북한에 남아 있을 가족들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요?

아프지 말고, 건강해서 좋은 날이 올 때까지 꿋꿋하고 억세게 살아달라고 자식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외화를 벌어 인민 경제와 가족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해외로 나와 있습니다. 이들은 죄인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북한 당국은 해외 북한 노동자들을 난방 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좁은 숙소에 몰아넣어 집단생활을 하게 하거나 늘 감시하며 괴롭히고 있습니다. 현지에 나가있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와 기업소 관계자들은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즉각 중단하고 그들에게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며 인간답게 생활할 수 있도록 자유를 허용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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