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경의 살며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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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외식

서미경의 살며 생각하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09-03 18:10


남조선에 와서 얼마 안 됐을 때 누군가 이런 말을 해주었다.



“여기 한국에서는 외식만 줄여도 돈을 많이 절약할 수 있어.”



바로 공감이 갔다. 왜냐하면 처음 남조선에 입국했을 때 음식점 간판들이 너무 많은 것에 놀랐기 때문이다. 그때 “여기서는 집에서 안 해 먹고 다들 밖에서 사 먹나?”하며 혀를 끌끌 찼던 기억이 난다.



알고 보니 남조선에는 전국적으로 음식점이 60만개 정도는 된다고 한다. 남조선인구가 5000만 명이니 인구 80명 당 음식점이 한 개 꼴인 셈이다. 많기도 하지! 음식점이 많다는 건 그만큼 먹을 것이 풍족하다는 것, 먹을 것이 흔하면 자연히 랑비도 많아지는 법이다.



한 가지 사실에 엄청 놀랐다. 남조선에서 1년 동안 나오는 음식물쓰레기 비용이 북조선의 전체 주민들이 일 년 동안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정도라는 것, 민족의 한쪽 땅에서는 먹을 것이 부족해 고통당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아까운 음식이 버려지고 있다는 생각에 허탈해졌다.



나부터라도 음식물을 랑비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한 만큼 사고, 먹을 만큼 조리하고, 외식도 극력 피하리라 마음먹었다. 외식을 하면 손에 물을 안 묻혀도 되니 주부 립장에서는 편하다는 건 잘 안다. 하지만 바로 그래서 외식은 습관이 되고 끝이 없을 거란 생각에 스스로 다짐을 두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있었다. 외식은 원래 남조선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습관이니까, 외식이란 말조차 없는 북조선에서 살다왔으니 외식을 피하는 것쯤은 그리 어렵지 않겠지, 이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사람은 환경에 따라간다고 저도 모르게 남조선의 외식문화에 동화돼간 것이다. 밖에서 사람들과 교제하다보면 누군가 사주는 밥을 먹을 때가 있고 반대로 내가 사야 할 때도 있다. 또 어느 식당에서 먹은 음식이 마음에 들면 불쑥 다음번에 가족들과 기분 좋게 가고 싶어지기도 한다.



흔히 아는 사람들끼리 서먹서먹해지거나 무엇인가 갈등이 있을 때 술로 풀곤 한다. 그럴 때는 외식이상 좋은 것이 없다. 이것은 가족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족끼리 무언가 서운한 것이 있거나 대화가 안 될 때 집에서 먹는 것보다는 다 같이 음식점에 가는 것이 한결 분위기가 밝아지고 대화도 잘 되는 것이다.



결국 외식은 단순히 밖에서 식사하는 것만이 아닌 사람들 간의 의사소통, 교제의 수단이기도 하다. 남조선사람들이 왜 외식을 많이 하는 지, 점점 그 리유를 알 것 같았다. 물론 남조선이라 해도 누구나 다 외식을 반기는 건 아니다. 식당음식은 화학조미료가 많이 들어가고 직접 해먹는 것 보다 정성이 덜 들어갈 거란 리유로 외식을 멀리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남조선에서 외식은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나도 이제는 억지로 외식을 피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외식이 부담되지 않게 돈을 많이 벌고 열심히 저축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 나는 오늘도 사람들과 자주 만나고 외식도 자주 하고 있다. 물론 쓸데없이 랑비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내 고향 북조선에도 외식문화가 자리 잡힐 날은 과연 언제일까? 음식점이 단지 먹는 것만이 아닌 사람들과의 만남, 교류의 장으로 리용되는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하기야 먹는 문제조차 해결되지 않는 북조선인데 그런 것은 아직 사치겠지 하는 생각에 서글퍼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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