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지오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안녕하십니까? 이광백입니다. 북한에서 반(反)인도범죄가 벌어지고 있고, 북한 지도부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서울에 인권사무소를 설치해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고 피해자들의 증언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도 북한인권기록센터를 만들어 북한 지도부에게 인권침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국제사회와 한국이 왜 이런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북한에서 인권유린을 당했던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오늘은 인신매매로 중국으로 팔려간 고지은 씨를 만나,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탈북 여성들의 인신매매 실태를 살펴보겠습니다.

- 고지은 씨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양강도 혜산에서 태어나 살았습니다. 1997년 9월에 처음, 압록강을 건너 탈북했습니다.

- 탈북하셨을 때 나이가 28살이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탈북 이유가 궁금합니다.

친구의 영향이 컸습니다. 그 친구가 탈북해서 중국으로 갔다가 강제 북송돼왔는데, 친구로부터 중국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무척 놀랐습니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한국 사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한국은 북한 당국으로부터 들었던 그런 사회가 아니었습니다. 북한의 정치가 거짓이고, 미래가 없고 또 희망이 없는 곳이 북한이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외부 세계의 이야기를 듣고 제게 ‘꿈’이 생겼습니다. 그런 세상이 있다면 나가서 꼭 보고 싶었습니다. 부모님이 편찮으셨기 때문에 당장은 떠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탈북을 결심하게 된 사건이 터졌습니다.

- 어떤 사건이었나요?

언니에게 물건을 주고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물건을 배낭에 담아 날랐는데, 군인들이 그 배낭을 통째로 빼앗았습니다. 엄마가 제게 주신 거라고 사정했지만, 군인들은 ‘도둑질한 것이 아니냐’는 구실을 붙여 제 물건을 빼앗았습니다. 또 총대로 절 내리쳤습니다.

배낭을 빼앗기고 매도 맞으니 많이 서러웠습니다. 하지만 나라가 망해간다는 것을 느끼고 그것이 더 마음 아팠습니다. 군인들에게 제공되는 공급이 잘 이뤄지지 않으니까 주민들의 것을 빼앗았던 겁니다. 인민의 군대라고 선전하는 군인들이 오히려 날강도처럼 주민들의 물건을 약탈했습니다.

- 그 당시 식량사정이 어땠나요?

굶어죽는 사람을 많이 봤습니다. 길거리에도 역전에서도 누워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 당시 역전에 있던 떡 장사에게 제가 누워있는 사람들이 ‘자는 건지, 죽은 건지’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떡 장사가 하는 말이 “죽은 지 며칠 됐는데 안전원들이 치울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였습니다. 그걸 보고 이 사회는 ‘희망이 없구나’하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 이런 상황을 보고 탈북을 결심하게 되신 거군요. 그러다 인신매매를 당했다고 들었습니다. 조심스럽지만 어떤 상황이었는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탈북 이후 중국 식당에서 4개월간 일했습니다. 그런데 돈을 하나도 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탈출해 다른 곳으로 이동했는데 거기서 김치장사를 하시던 조선족 아주머니를 만나게 됐습니다. 그 분이 저를 인간적으로 잘 대해주셨는데, 한 남자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그 남자가 제가 살 곳을 알아봐준다고 했나 봅니다. 그런데 그 남자도 제게 또 다른 조선족 남자를 소개해줬는데, 알고 봤더니 저를 돈 주고 팔았던 겁니다.

- 어떻게 인신매매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나요?

그 즉시는 몰랐습니다. 남자를 소개시켜줘서, 그 남자 집에 가서 살게 됐는데 원치 않던 것이었으니 제 마음에 들지 않을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이 집에서 안 살겠다고 하자, 그 남자가 제게 “너는 내가 돈을 주고 데리고 왔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살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제가 팔려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 그곳에서 살다가 북송 당하신 건가요?

네, 그 마을에서 살다가 북송 당했습니다. 이후 노동 단련대에서 1년 정도 생활했습니다.

- 2차 탈북은 언제쯤인가요?

네, 제가 단련대에서 풀려난 지 4개월 만에 다시 탈북을 시도했습니다. 고향에 너무 가고 싶었고 엄마와 동생도 만나보고 싶어서 집에 갔습니다. 몸도 회복해야 했습니다. 만약 이번에도 잡히면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몸을 회복한 후 다시 탈북했습니다.

- 탈북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탈북에 대한 감시가 많이 심해져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장마당에서 같은 직장에 다니던 작업반 언니를 만나게 됐습니다. 그 언니가 ‘중국에 가고 싶냐’면서 중국으로 가는 브로커를 소개해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도 인신매매였습니다. 그 언니는 저같이 탈북을 원하는 여성들을 중국 쪽에 소개하고 돈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중국 장백 쪽에 있는 업자가 돈을 제공하고, 저 같은 탈북민들이 중국으로 갈 수 있게 하는 구조였습니다.

- 그렇다면, 그 작업반 언니도 인신매매 조직의 일원이었군요?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인신매매를 통해 중국에 도착하면, 많은 탈북 여성들이 한족 혹은 조선족 분들과 결혼하게 된다고 들었습니다. 이 과정이 어떻게 되나요?

중국 장백에 탈북 여성들을 숨겨두는 장소, 집이 따로 있었습니다. 인신매래를 위해 준비된 장소인거죠. 탈북을 중개하는 연락책이 그 집에 일단을 연락을 해둡니다. 몇 명 데리고 갈 테니 준비를 하라 등의 내용입니다. 그러면 집에 있는 인원들이 택시 등을 조직적으로 준비합니다. 탈북민이 중국에서 버스를 타면 검열 등으로 붙잡힐 수 있으니, 택시를 타게 하는 겁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인신매매 장소로 모이게 되고, 또 거기서 조선족 혹은 한족 남성을 소개받았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자기네들끼리 돈거래가 이뤄집니다.

그러니까 북한에서 중국으로 여성들을 내보내는 사람, 또 중국에서 인계받아서 집으로 데리고 가는 사람, 택시 등을 준비하는 사람, 탈북 여성을 소개하는 사람 등이 있습니다.

- 탈북 여성들을 원하는 남성들은 어떤 방법으로 인신매매 집단과 거래하는가요?

인신매매 집단이 저를 포함해 탈북 여성들을 공원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일렬로 쭉 세워놨는데, 그때 남자들이 다가왔습니다. 한국말로 쇼핑한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러면서 자기네들이 원하는 여자를 골랐습니다. ‘나는 저 여자가 좋다. 데리고 가겠다’ 식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매매꾼들에게 돈을 주고 바로 데리고 갔습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 알지도 못하고, 그냥 운명처럼 받아들였습니다. 어디로 팔려가지 않으면 중국에 있을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 그 당시 중국에 있는 대부분의 북한 여성들이 같은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대부분이 팔려왔던 것 같습니다. 마을에서 북한 여성을 만나면 서로 어떻게 오게 됐는지 등의 이야기를 하게 됐습니다. 그러면 대부분 ‘나는 얼마에 팔려왔다. 너는 얼마에 팔려왔냐’ 등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결혼한 남성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한족과 조선족이었습니다. 결혼할 능력,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북한에서 온 여성들을 찾았습니다. 더러는 이혼한 남성도 있었습니다.

- 여자로서 꺼내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요. 이렇게 증언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우리가 한국 사회에 먼저 왔잖아요. 내가 겪었던 고통을 다른 사람들은 겪지 않게 하고 싶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인권운동이 활발히 일어나서 중국 내 인권유린 행위들이 철저하게 보상(규명)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강제북송 문제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목숨을 걸고 중국으로 왔는데, 중국에서는 그것을 무시하고 다시 북송하는 것이 인간적이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중국으로 왔는데, 다시 북한으로 보내는 것은 죽으라는 말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증언을 통해 인권문제가 해결되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국제법과 세계 각국의 국내법은 인신매매의 반인권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수의 북한여성들이 중국에서 인신매매의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습니다. 중국에서 불안정한 신분인 탈북여성은 경제적인 이유로 혹은 강제북송에 대한 두려움으로 중국 남성과 동거를 선택하거나 인신매매 형태로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탈북 여성들의 신분을 보장하고 인신매매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도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