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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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시절, 아홉 번째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1-09-02 14:43


시그널+타이틀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음악 : UP/DOWN



<나의 어린시절, 아홉 번째>



나는 이곳 남조선에서 지내면서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거리에 굴러다니는 파지와 공병, 알루미늄 깡통들이다. 그것을 보면 나도 모르게 줍고 싶은 마음이 된다. 다시 쓸 수 있는 것들인데 쓰레기장 근처나 유원지에 가면 여기저기에 마구 그것들이 버려져 있어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이미 어린 나이에 철두철미하게 습관이 들어서인지 쉽게 그것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물건 사면서 받아오는 종이가방도 나는 아직 한 장도 버리지 못한 채 다 모아두고 있다. 옆구리 터진 종이가방까지도 차마 버릴 수가 없었다. 수사관들이 함께 길을 지나가다 버려진 파지를 보면 내 옆구리를 쿡 찌르며 파지들을 가리킨다.



“저것도 가져가서 챙겨. 저기 저기도 있네”



그들은 롱담처럼 내 버릇을 지적하는 것이였지만 나는 정말 그 파지들을 들고 가고픈 심정이였다. 고급스럽게 코팅되고 색깔도 고운 멀쩡한 봉투들이 마구 버려져 있는 것을 자주 본다. 북조선의 ‘꼬마 수매사업’ 을 하는 아이들이 본다면 서로 가져가려고 다툴 것이다.



인민학교 생활 시절에 했던 각종 활동 중에 어려운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인분모으기’일 것이다. 그러나 1월1일과 김일성 생일 때 김일성 동상 앞에 충성의 생화를 바치는 사업보다는 쉽다. 원래 생화를 파는 곳이 없는데다가 신년은 겨울철 이므로 꽃을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이다. 하는 수 없이 온실을 찾아가 안면 치기를 하여 꽃을 구하는 수밖에 없다.



4.15 때는 주로 진달래꽃을 많이 바치는데 철이 좀 이르기 때문에 3월 말경에 산에 가서 꽃망울 진 진달래를 꺾어다가 따뜻한 방에서 꽃을 활짝 피우게 하여 바쳤다. 하도 진달래꽃만 바치다나니까 최근에는 다른 생화를 바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나는 인민학교 때 다른 아이들보다 더 바쁘게 여기저기 뽑혀 다녔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고 가장 추억에 남아 있는 것은 배우로 선발되어 영화 촬영에 동원 되였던 일이다. 멋모르고 해내면서도 동무들의 부러움을 사고 주변 사람들의 귀여움을 받는다는 일이 행복하고 즐거웠었다. 그 기억은 나에게는 소중한 기억 이였다.



2학년에 막 올라갔을 때 인데 그날은 오후반 이였다. 선생님이 나를 불러 운동장에 나가 보니 작은 뻐스에 이미 남녀 아이들 6명이 타고 있었다.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차에 오르면서도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했다.



그제서야 며칠 전 낯선 40대 남자가 아이들을 자세히 관찰하며 다니다가 내 앞에 딱 멈춰서서 내 이름을 묻던 일이 생각났다. 그 남자는 얼마 후 3,4 학년 모임 때 정렬해 있는 몇 백 명의 아이들 중 3학년 남자아이와 나를 함께 정문에 세워 놓고 정면과 측면 사진을 찍어 갔었다. 나는 연출가와 촬영가들 앞에서 앞뒤로 돌며 인물 심사도 받았다. 웃어 보이기도 하고 우는 시늉도 해보고 여러 가지 질문에 답변도 했다.



“아버지 직장이 어디지?”

“집은 어디구?”

“영화 본 적은 있니?”

“어떤 책을 좋아하지?”

“학교에서 주로 뭘 하지?”



한 연출가가 “얘가 큰 영옥이를 많이 닮은것 같아.........”라고 중얼거렸다.



그들은 여러 심사를 거친 끝에 집으로 돌려보내 주었다. 집에 돌아와서 부모님께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더니 어머니는, 우리 딸이 영화에도 다 나온다며 아주 기뻐하셨지만 아버지는 별로 탐탁치 않은 표정을 지으셨다. 그러나 그다지 반대하지는 않아서 다행 이였다.



얼마 후 내가 ‘사회주의 조국을 찾은 영수와 영옥’ 이라는 영화에 ‘ 영옥’ 의 어린 시절 역으로 뽑혔다고 학교를 통해서 어머니에게로 통지가 왔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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