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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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시절, 첫 번째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1-08-3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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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음악 : UP/DOWN



나레이션 : 중앙당 대외정보조사부 소속 대남공작원 김현희는 1988년에 열리는 서울 올림픽을 파탄시키기 위해 남조선 려객기 한 대를 폭파하라는 김정일의 친필지시를 받는다. 김현희는 1987년 11월 29일 이 임무를 수행해/ 려객기에 타고 있던 남조선 로동자 115명을 모두 죽게 한다. 도주하던 김현희는 중근동 바레인에서 체포된다. 붙잡히기 직전 독약이 든 담배를 깨물어 자살을 시도하지만 극적으로 되살아나 남조선으로 호송되는데.....



<나의 어린시절, 첫 번째>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수기를 쓰고 싶지 않았다.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 가슴이 아려 왔고, 혁명전사라는 환각에 빠져 물 불을 가리지 못했던 어리석은 과거를 돌아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남조선 려객기 폭파 사건을 생각하면 뼈 아픈 회한을 느껴 참기 어려웠다. 고통스러운 기억은 빨리 잊고 싶은 것이 인간이기 때문에 그 가슴 아리고, 부끄럽고, 끔찍스러운 순간순간을 되살린다는 것은 나로서는 또 다른 고통이였다. 더욱이 머리속에서 영원히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순간을 책으로 써서 남겨야 한다니 더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왜 이 글을 써야 하는지 스스로 묻기도 하고, 한편으론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이 글을 끝내야 한다는 다짐도 수없이 했었다. 써놓은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 많은 원고지를 찢어 버리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 때문에 원고지를 얼룩지게 할 때도 많았다. 1987년 남조선 려객기를 폭파하러 떠나는 부분을 시작하면서는 무고하게 희생된 분들과 이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유족분들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 때문에 진전을 보지 못하고 많은 날을 망설이며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며칠 전 어렵게 수기를 마치고, 일본 경찰과의 담화가 있은 후 비로소 나는 수기를 쓴 것에 대한 보람을 느꼈다. 보람이라기보다는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의무 리행이라는 표현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일본인화 교육을 담당했던 ‘리은혜’에 관한 일본 경찰의 추적은 집요했다. 내가 남조선 려객기 폭파 경위 기자회견에서 ‘랍북되여 온 일본 녀인에게 일본인화 교육을 받았다’는 말을 함에 따라, 일본 경찰은 나에게서 리은혜의 모습을 묻고 수사에 착수했었다.



일본 경찰과 서너 차례 담화를 했지만 리은혜의 일본 이름이 처음에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작년 1월 초 일본 북해도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 동계올림픽대회 때 삿뽀로 공항 이름이 ‘치도세’라는 것을 보고, 은혜가 얼결에 나에게 자신의 이름이 ‘치도세’라고 말한 것을 기억해내었다.



그 뒤로 일본 경찰은 여러 장의 일본 녀성 사진을 나에게 보여 주었다. 5월 15일에도 나에게 여러 장의 사진을 보여 주면서 ‘리은혜’가 아니냐고 물어 왔다. 내내 엉뚱한 사람들이여서 그만 포기하고 싶어질 무렵 ‘리은혜’의 사진 을 내 앞에 들이밀었다. 그 사진은 내가 평소에 보던 은혜보다 조금 살찐 모습이였는데 그것은 그녀가 허리가 아파 ‘9.15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살이쪄 둥글둥글했던 그 모습이였다. 나는 그 사진을 보는 순간 그리움과 반가움이 한꺼번에 밀어닥치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리은혜’가 실종된 일본 녀자임이 밝혀진 이상 그녀는 가족들 곁으로 돌려보내져야 할 것이다. 혹시 이 일로 은혜 신분에 해가 되지 않을까 념려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가족이나 일본 정부가 다 그녀의 귀환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무리 무지막지한 북조선이라도 은혜를 마구 다루지는 못할 것이 틀림없다.



나는 수기를 쓴 일에 대해 비로소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 고통이란/ 피한다고 해서 피해지는 것이 아니라 맞부딪쳐 이겨나가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안 것 같다. 나의 고통이 당연히 받아야 할 고통이라면 희생 당하신 분과 그 가족들의 고통은 아무 죄 없이 타의에 의해 받고 있는 고통일 것이다.



고인이 되신 분들의 영전에 속죄의 제물로 이 수기를 열심히 썼다. 그리고 다정한 사람을 잃은 유가족 여러분께 다시 한번 속죄를 드린다.



이 수기를 마치면서 모든 것을 다 털어 버린 듯 한 홀가분한 기분에 잠시 사로잡히기도 했지만 그것은 단지 나의 기분일 뿐, 실은 아무것도 털어 버린 것이 없음을 새삼 깨닫는다. 한껏 멋을 내고 거리를 활보하는 내 또래의 녀자들을 보면서 나 역시 녀자임을 늘 의식하고 그들이 마냥 부럽기만 했다. 뻔뻔스러운 바램이겠지만 나는 죄인이기 이전에 스물 몇 살의 단순한 녀자이고 싶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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