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경의 살며 생각하며

  • 방송정보매주 화요일 저녁 10시 방송 | 종영방송
  • 출연서미경

공식 SNS

제24화 수다떨기

서미경의 살며 생각하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10-23 19:26


초등학교 어린 아들을 둔 엄마라 같은 반 엄마들과 가끔씩 학교 일로 마주앉곤 한다. 그럴 때는 주로 맥주 집에 모이는데 꼭 필요한 말은 길어야 10분 정도고 맥주를 마시며 거의 수다나 떤다. 대체로 애들 학원얘기며, 살빼기 경험, 건강식품, 요즘 어떤 드라마가 재미있더라, 어느 식당 음식이 맛있더라, 등 그러루한 일상얘기들이다.



북한에서는 아줌마들이 서로 모이면 보통 쌀값이 얼마 하네, 동 몇 키로에 밀가루는 얼마주고 중국제담배는 몇 갑이네, 누구 잡혀가고 누구 굶어죽었네, 이런 얘기였는데, 그에 비하면 남한 아줌마들의 수다는 참 사치하고 행복하다 싶었다. 나는 주로 듣는 편인데 기분전환도 되고 아이교육문제를 비롯해 이런 저런 정보도 얻을 수 있어서 좋다.



일상을 살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수다떨기가 아닐까, 싶다. 배우고 익히는 것이 제일 즐겁다, 돈 버는 것이 가장 재밌다, 이렇게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 과정에는 오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수다떨기는 아무런 부담 없이 그냥 편하게 즐기기만 하면 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적당히 즐겁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나 지혜도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맘이 맞는 사람들끼리 맛있는 음식을 앞에 놓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다보면 일상의 피곤함과 시름마저 잊어버린다.



이렇게 말하기가 좀 뭣 하지만 때로는 수다를 떨면서 자질구레하게 남 흉보는 것도 속을 후련하고 편안하게 해준다. 실컷 울고 난 뒤의 시원함이랄까? 맘이 통하는 사람들끼리 서로에게나 또는 누군가에 대해 평소 꽁지고 있던 감정을 속 시원히 털어놓다 보면 미움이나 불쾌함의 강도도 줄어들고 본인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들을 애써 감추고 괴로워하느니 차라리 깨끗이 털어내 가벼워지는 것도 삶의 지혜가 아니겠는가, 그것이 건강에도 좋다. 그러니 수다떨기는 일상생활을 건강하게 해주는 보약이기도 하다.



사실 예전에는 수다 떠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냥 하릴없는 사람들의 무료한 시간 때우기? 그 보다는 녀자 셋이 모이면 못하는 말이 없다고 쓸데없이 지껄이다보면 말실수를 할까봐 그게 더 겁이 났었다. 내 소심한 성격 탓도 있지만 북한에서 살면서 더 습관이 된 것이다. 3명중의 1명은 보위부 스파이인 북한에서는 행동은 물론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했으니까, 가까운 사람들이 말 반동에 걸려 가족까지 불행해지는 걸 직접 겪으면서 누구랑 대화하는 것이 두려워졌다. 그 사회에서는 차라리 말이 없거나, 벙어리로 사는 편이 더 마음이 편했다.



그랬던 내가 남한에 와서 예전처럼 불안해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맘 편히 수다를 떨게 됐으니 참 소중한 행복이다. 물론 이제는 나이가 있어서인지, 자꾸만 이것저것 재게 되고 체면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가끔 술의 힘을 빌리기도 하지만 그냥 허물없이 단짝친구와 맘껏 수다를 떨던 철없던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남한에서는 수다떨기도 정보화시대다. 채팅이나 메신저와 같은 콤퓨타 대화창이나 카카오톡과 같은 손전화기 대화창으로 수다를 많이 떠는데 재미있는 건 아는 사람끼리만 아니라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수다를 떠는 것이다. 이것저것 잡담이나 정보도 주고받고, 재밌는 영상 같은 것도 오고간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수다는 직접 만나 얼굴을 마주하고 떨어야 제 맛이 나는 것 같다. 상대방의 눈짓이나 몸짓, 표정, 그 과정에 느껴지는 미세한 감정변화도 수다 떨기의 한 부분이니까,



전체 0

국민통일방송 후원하기

U-friends (Unification-Friends) 가 되어 주세요.

정기후원
일시후원
페이팔후원

후원계좌 : 국민은행 762301-04-185408 예금주 (사)통일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