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경의 살며 생각하며

  • 방송정보매주 화요일 저녁 10시 방송 | 종영방송
  • 출연서미경

공식 SNS

제23화 북한 주민 표정

서미경의 살며 생각하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10-16 16:32


학교에서 돌아온 어린 딸아이 얼굴이 오늘따라 더 환하다. 신발을 벗어놓기 바쁘게 재잘거리는 수다가 간식을 먹으면서도 계속된다.



"엄마, 나 오늘 칭찬 들었다, 친구들이 나 보고 그림두 잘 그리구 공부두 잘 한 대. 얼굴두 예쁘구."



듣고 보니 학교 수업 끝난 후 친구들끼리 서로 칭찬해주기를 했다는 것이다. 딸아이만이 아니라 친구들 모두가 돌아가면서 칭찬을 주고받은 것이다. 그게 그렇게도 좋은가? 하기야 어른들도 칭찬해주면 좋아하는데 아이들은 더 말해 무엇 하랴, 딸아이처럼 다른 친구들도 집에 가자마자 똑 같이 그랬을 거라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번진다.



한 달 전에도 딸아이는 그랬었다. 그 애 하는 말이 한 달에 한 번씩 선생님이 그렇게 하도록 시키는데 다들 그 시간을 무척 즐긴다는 것이다. 매번 거의 같은 칭찬을 듣게 되지만 싫증이 안 나고 더구나 칭찬받고 좋아하는 친구의 얼굴을 보게 되면 마음이 더 뿌듯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딸 아이 얼굴이 얼마나 밝고 자신감이 넘치는지, 생각이 참 많아진다.



그 나이 때 나는 북한에서 칭찬보다 비판에 더 익숙해져있었다. 소년단에 입단해서부터 매주 한 번씩 진행되는 생활총화는 그야말로 피하고 싶은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기비판을 하고 또 남을 비판하는 것이 얼마나 싫었던 지 지금 생각하기에도 지긋지긋하다. 자기비판이야 그냥 적당히 하면 되지만 호상비판은 정말 못할 짓이다. 단 둘이 있을 때 남에게 말을 들어도 싫은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격적인 비판을 받게 되면 누군들 좋아하랴, 그것도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는 자존심이 여지없이 파괴되고 큰 상처를 받게 된다. 그 때문에 반발심이 일어 다음번에는 자기를 비판한 그 친구의 행동을 눈여겨봐뒀다가 약점을 잡아 그에게 또 호상비판을 하기도 한다. 물론 그게 싫어 일부러 서로 짜고 호상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려서부터 그런 비판생활에 시달리다보니 북한에서는 누구나 다 남을 경계하게 되고 긴장하게 된다. 또 항상 보위부의 감시와 통제 속에 살아가다보니 많이 위축되어 있다. 특히 당장 전쟁터에나 나가는 듯이 툭하면 호전적인 구호를 웨쳐야 한다. 그것이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나 북한사람들은 척 보면 얼굴이 많이 경직돼있다. 해외에 나가도 북한 사람이라는 것이 딱 알릴 정도이다.



언젠가 북한의 무용배우 조명애와 남한의 댄스가수 리효리가 남한의 삼성전자 애니콜 공동광고를 찍은 적이 있다. 하나의 울림이라는 주제로 찍은 손전화기 광고로 내용은 조명애와 리효리가 서로를 보던 첫 느낌부터 어색했던 첫 만남, 그리고 함께 했던 시간과 나중을 기약하는 리별에 관한 것이다. 둘 다 북과 남을 대표하는 미녀들이라 미모가 뛰어났는데 개인적으로는 리효리가 더 돋보였다. 그의 얼굴에 자주 나타나는 특유의 눈웃음이나 남한사람다운 자연스러움은 조명애의 분위기와는 확실히 대조적이었다. 반면에 조명애는 뭔가 긴장되고 부자연스러운 느낌이어서 그 미모가 백프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남았었다.



그런 분위기는 여기 남한에 온 탈북자들에게서도 느껴진다. 남한에 정착해서 오랫동안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부드러워지지만 처음 입국했을 때에는 잔뜩 긴장하고 경직된 표정들이다. 물론 위험했던 탈북로정, 새로운 사회에 대한 불안감 같은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북한에서 살아가면서 굳어진 것들이다. 북한주민들 표정이 편하고 부드러워지려면 북한이 하루빨리 정상국가가 돼야 하지 않을까?

전체 0

국민통일방송 후원하기

U-friends (Unification-Friends) 가 되어 주세요.

정기후원
일시후원
페이팔후원

후원계좌 : 국민은행 762301-04-185408 예금주 (사)통일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