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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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한국 생활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4-02-17 18:36

 

남: 네. 이번에는 수련동무의 남조선 생활기 시간입니다. 수련동무 오늘 주제가 동물원이네요.

여: 네, 지금 생각해보면 창피한 일이죠, 동물원에 가서 물고기에게 주는 밥을 가지고 올 생각을 했으니, 참,

남: 처음엔 모르면 누구나 다 겪는 일 인데요 뭐, 네, 그럼 수련동무의 생활기 들어보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동물원에서”

(음악 UP/DOWN)

오늘은 영희언니랑 어린이공원에 놀러가기로 했다. 아파트 2층에 살고 있는 영희언니는 5년전에 남조선에 왔다. 하나원을 나온 후 혼자 적적히 지내던 터였는데, 며칠 전 승강기안에서 영희언니를 만나 인연이 됐다.

그동안 언니랑 함께 부산 해운대도 가보고 유명하다는 수산시장도 가보았다. 가는 곳마다 눈이 번쩍 뜨이고 신기한 일도 많았다.

오늘 가는 어린이공원은 어떤 모습일지, 또 어떤 일들이 생길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우린 아침 일찍 차비하고 떠났다. 버스를 타고 어린이공원까지 한 시간이나 가야 한단다. 처음 남조선에 도착했을 땐 어딜가든 오랜 기다림도 없이 버스나 기차를 타고 다니는 편한 교통이 정말 좋았는데 지금은 좀 지루한 감이 든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이래서 욕심이 끝이 없다고 하나 부다. 몇 십리밖에 안 되는 거리를 가기 위해 하루 종일 기다리던 조선생활을 벌써 잊어버리면 안되는데 말이다.

공원에 도착한 우리는 동물원부터 가보았다. 따뜻한 해살이 비쳐지는 동산에서 원숭이들이 뛰여노느라 정신없다. 엄마 품에서 떨어지지 않고 매달려가는 아기 원숭이가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한쪽 구석에서는 서로 으르렁 거리며 싸우기도 한다.

효과 ; 짹~ 짹~ (원숭이 싸우는 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

원숭이들의 싸우는 모양이 어찌나 우스운지 사람들이 배그러쥐고 웃었다. 또 곰이란 놈은 나뭇가지를 마구 꺾어 대며 뭐가 불만인지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를 냈다.

한참 그렇게 즐기고 있는데, 저쪽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모여 북적대고 있다. 또 무슨 좋은 볼거리가 있나하고 나 혼자 막 달려가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 떡이냐, 팔뚝시만한 고등어들이 커다란 함지안에서 펄떡대고 있는데 저저마다 한 마리씩 집어들고 간다.

“와 이거 한 마리면 몇 끼는 실컷 잘 먹을 수 있겠는데?! 이거 다 공짠가부다. 한 세 마리쯤 챙겨가야지, ㅎㅎ”

혼자 중얼거리며 비닐봉투에다 제일 큰 놈 하나를 골라 넣었다. 그런데 그 놈이 어찌나 큰지 봉지에 더 담을 수 가 없다. “어떡하지?...”

“너 거기서 뭐하는데?” 뒤따라온 영희 언니가 물었다. “어, 언니, 이거 빨리 몇 마리 챙겨요, 이거다 공짜예요~”

“뭐? 아하 하하하하... 아이구 웃겨라 아하 하하하하하....”

갑지기 웃음보가 터진 언니가 한동안 정신없이 웃어대더니 한 곳을 가리키며 한번 가보라고 했다. 언니가 가리키는 데로 달려가보니 이게 웬일인가, 그 아까운 고등어를 물개한테 먹이로 던져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 이럴 수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있는 나에게 영희 언니가 다가와서 말해주었다.

“지금 물개 간식시간이다, 물개에게 간식으로 고등어를 주고 있는거지, 하하하... 흠~ 정말 저런걸 볼때마다 고향생각이 안날 수 없지, 휴~ 더 말해 뭘하냐...”

정말 너무나 충격적이다. 저 너머 반쪽 북녘 땅에선 먹을 것이 없어 사람들이 굶어죽어가고 있는데, 여기선 그 귀한 고등어를 물개에게 간식으로 던져주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웃지 못할 희비극이 아닌가, 지금 이 상황을 조선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해준다면 믿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당장 입에 넣을 것이 없어 뜨물 건더기까지도 건져 먹던 생각이 난다. 간신히 가라앉은 쌀 뜨물 앙금을 한 줌씩 쥐여 빈대떡만한 크기로 만들어 익혀 먹었었다. 그것마저 떨어져 길가에 나는 돼지풀까지 뜯어 삶아 먹었다, 그러다 풀독이 올라 얼굴은 시퍼렇게 퉁퉁 부어올랐고 그때 남은 흉터는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다.

그로부터 십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생활이 나아지기는 커녕 더더욱 살기가 험악해지고 있단다. 언제면 이 나라 반쪽 저 북녘의 사람들도 살찐 고등어를 보고도 아쉬움없이 물개에게 던져줄 날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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