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일남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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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부 쏘련 국가안전위원회 녀자 공작원

리일남 수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1-08-07 01:23




인터콘티넨탈호텔 술집에서 쏘련 남자 한 사람을 알게 됐다. 이름이 알렉인데, 무역센터에 근무한다는 사람이었다. 알렉이 먼저 나에게 접근했다.



알렉 : 안녕하십니까? 혹시 혼자 오셨습니까? 나도 혼자인데, 우리 얘기나 할까요?



리일남 : 예, 그럽시다.



나도 심심하던 차라 별 생각 없이 어울렸다. 알렉은 예의가 바르고 또 재미있었다. 그의 소개에 의하면, 나보다 다섯 살 우인 유부남이었다. 그 후 그를 자주 만났다. 같이 술도 마시고 코스모스호텔 보링구장에 가서 보링도 했다. 알렉은 역시 외국인 전용인 코스모스호텔도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쏘련 사람은 들어올 수 없는 호텔들을 자유롭게 들어오는 것을 보면 쏘련 국가안전위원회 요원이 분명했다. 술기운을 빌어 “너 국가안전위원회 요원이지?” 하고 물은 적도 있다. 물론 알렉은 부인했다.



해설 : 앞에서 나온 적이 있지만 코스모스호텔에는 당시 모스끄바에서 하나 밖에 없는 보링구장이 있었다. 쏘련 사람들은 얼씬도 못하게 했던 곳이라 리일남은 알렉을 쏘련 국가안전위원회로 요원으로 의심한 것이다. 참고로 모스끄바 시절 리일남은 외국인들에게 ‘리믹’이라는 이름으로 통했다.



어느 날 오후 둘이서 만나 얘기하고 있는데, 호텔에 근무하는 녀직원이 지나갔다. 굉장한 미인이었다. 나도 모르게 정신없이 쳐다봤다.



알렉 : 리믹, 왜 그래?



리일남 : 알렉, 저 녀자 진짜 곱다.



알렉 : 소개시켜 줄까?



리일남 : 여기 근무하는 녀자들은 다 쏘련 국가안전위원회 소속일 텐데 일 없겠니?



알렉 : 또 그 소리야. 리믹, 만약 내가 저 녀자 데려오면 어떻게 할 거야?



리일남 : 그렇다면 내가 한턱 크게 내야지. 언제까지 데려 올 수 있는데?



알렉 : 오늘 저녁에 바로 데리고 오겠어.



리일남 : 얘이, 롱담하지마.



알렉 : 정말이라니까. 오늘 저녁 8시에 여기서 다시 만나자. 그때 저 녀자를 데리고 올 테니까. 알았어.



알렉은 정말로 그 녀자를 데리고 나왔다. ‘저놈 수단이 보통이 아니로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녀자의 이름은 나타샤, 나이는 나와 동갑인 20살이였다. 지방에 있는 외국어학교 출신이고, 엘리트만 뽑는 이 호텔의 선전실에 근무한다는 것이었다. 나타샤는 호상인사가 끝나자, 나에게 어디 사람이냐고 물었다. 나는, 아버지는 모스끄바에서 크게 사업을 하는 북조선 사람이고, 어머니는 일본 녀자라고 말했다. 당시 나는 대수롭지 않은 사람에게는 항상 그렇게 얘기하고 다닐 때였다. 그날은 약속대로 알렉에게 저녁을 사고 술도 근사하게 샀다.

다음 날부터 나타샤와 련락해서 둘이만 만났다. 나타샤는 생각하는 것도 깊은 것 같았다. 그때까지 보아온 어린 아이들과는 달랐다. 나타샤는 미인이었다. 둘이서 아르바트나 쿠투조프 거리를 걸으면 사람들이 쳐다보곤 했다. 6개월 정도 만났는데, 레닌산이나 이즈마일로프스키공원에 가서 산보하기도 했다. 계속 붙어 다녔는데, 서양 식당에 가서 식사도 하고, 인터콘티넨탈호텔의 술집과 코스모스호텔과 이투리스트호텔의 구락부에도 자주 갔다.

나타샤 집에도 초대받아 갔는데, 혼자 살고 있었다. 알렉과 같이 가서 쏘련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을 먹고 술도 같이 마시면서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6개월쯤 지난 어느 날, 나타샤와 호텔 술집에서 술을 마셨다. 술에 취한 나타샤가 따지듯 물었다.



나타샤 : 리믹, 왜 나한테 거짓말을 했어?



리일남 : 내가 무슨 거짓말을 했다고 그래?



나타샤 : 너네 아버지가 진짜 누구야?



리일남 : 모스끄바에서 크게 사업을 하는 북조선 사람이라고 했지 않아.



나타샤 : 모스끄바에는 북조선 무역대표부만 있지 개인 장사하는 사람은 없어.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너네 엄마는 일본 녀자가 아니야. 너는 북조선 고위층의 자녀 같은데, 부모가 누구인지 솔직하게 얘기해 주면 안돼?



리일남 : 도대체 누가 그런 소리를 했어?



나타샤 : 다른 사람한테 들었어.



리일남 : 다른 사람 누구? 혹시 알레 아니야? 나타샤, 내 눈 똑바로 보고 말해봐. 알렉이지. 맞지?



나타샤 : 맞아. 알렉이 말해줬어.



알렉은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었더니, 나타샤는 같은 호텔에 근무하는 동료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자기에게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내가 북조선 고위층의 자녀임과 동시에 북조선 정보기관의 고급요원이라는 것이다. 젊은 나이에 북조선 외교관 번호가 붙은 벤즈를 몰고 다니며, 비싼 호텔 술집이나 구락부에 드나드는 북조선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타샤 : 리믹, 나는 정말 널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이제는 더는 만날 수 없어.



리일남 : 왜? 리유가 뭔데? 나타샤, 내가 공작원이라는 그 소문을 진짜 믿는 거야?



나타샤 : 호텔 지배인이 너를 멀리 하래. 니가 고급정보원이기 때문에 계속 만난는 건 안 된다고 했어. 그리고 너랑 헤어지지 않으면, 호텔에서 쫓겨나고 말거야.



리일남 : 그럼 가끔 련락하는 건 괜찮지. 네가 근무하는 호텔로 내가 찾아가면 되잖아.



나타샤 : 리믹 제발 부탁이야, 우리 이대로 끝내자.



리일남 : 나타샤....



눈물을 머금고 차 안에서 마지막 입맞춤을 하고 헤어졌다. 아마도 나한테 더는 빼먹을 정보가 없으니 헤어지게 했을 것이다.

이후 호텔에서 서류를 들고 가는 나타샤와 마주쳤는데, 방긋 웃기만 하고 그냥 지나가려고 했다. 차 한 잔 하자고 하니 안 된다면서 찬바람을 남기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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