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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냄새와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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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3-10-14 18:16

 

회식해서 오랜만에 삼겹살을 구워먹었더니, 아이고~ 옷에서 냄새가 진동한다. 지하철을 타면 사람들이 불쾌해하지 않을까, 대놓고 앞에서 불평을 늘어놓거나 인상 찡그리며 코를 막는 사람들이 있으면 어떡하지? 정말 신경이 쓰인다.

예전엔 냄새가 좀 나면 어떻구, 이런 거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이렇게 변했는지 모르겠다.

정임 : 어쩌지? 그렇다구 냄새 빠질때까지 온 밤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구, 눈 질끈 감고 그냥 가지뭐~

눈치 힐끔 힐끔 보며 지하철 홈으로 들어가 기차 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기차가 칙~ 소리를 내며 홈으로 들어섰다.

밖에서 기다릴 땐 사람들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져 서있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사람들이 모여드는 기차 안에 들어가려니 정말 이 몸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바늘방석에 앉은 기분이다. 막차가 끊기기 전이라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조그만 틈도 없이 사람들 사이에 딱 끼여서야 했다.

그런데 그 때, 앞에선 두 남녀가 힐긋 힐긋 뒤 돌아보며 내 눈과 마주치더니 손 바닥으로 코를 막아버리는 것이었다.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냄새가 어쩌고 저쩌고 구시렁대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이런 젠장~

다음 정거장에서 후딱 내리고 말았다. 그리곤 밖으로 튀어 나가 윗옷을 벗어서 하늘높이 올렸다가 활활 내리 털어버렸다. 한참동안이나 그러구 있었더니, 밤 기온에 몸이 다 오싹해졌다.

이번엔 지하철을 타지 않고 버스를 탔다. 버스는 좀 사람이 적을까 생각했지만 웬걸~ 꽉 찼다.

하는 수 없이 버스에 올라 사람들 사이에 끼여 섰다. 냄새가 좀 빠진 것 같기도 했지만 그래도 편치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때를 맞춘듯 스피커에서 아나운서가 이런 말을 하는게 아닌가,
 
방송 : 냄새를 제거한다고 옷에 탈취제를 뿌리는 것도 잘 뿌려야지 자칫하다간 더 냄새가 이상해져서 민폐를 끼칠 수 있답니다.

옷 탈취제란 것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럴 줄 알았으면~ 담엔 꼭 사서 한번 써봐야겠네~

방송 : 그리고, 물론 냄새가 안 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앞에서 대놓고 코를 막는다든가, 인상을 찡그리는 현상 또한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없는 행동이죠~

정임 : 그래그래~ 맞아요, 히야 어쩜 말도 그리 잘 함까? 혼자 실없이 웃으며 중얼거렸다.

배려란 말을 새삼스레 되새겨본다. 오늘 일이 사소한 것 같지만 그냥 넘어가기엔 아쉬운 대목이다. 이제 더 이상 먹는 것에 머물러 있지 않는 사람들의 욕구, 풍요로운 사회에서 만이 나올 수 있는 여유, 그것이 배려라는 마음으로 표현되고 공중도덕으로 지켜지는 사회로 거듭나는 것 같다.

어쩌다 고기 한번 먹고는 냄새를 피우며 ‘난 너보다 잘 산다’는 과시나 할 줄이나 아는 북한 사람들, 언제면 그들도 자신의 행동을 부끄러워 하며 한층 더 세련된 욕구를 추구하게 될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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