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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추석에 대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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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3-09-16 18:12

 

집을 떠난 후로 꼭 10번째 맞는 추석이다. 올해도 모두들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 만나뵈러 가느라 며칠 전부터 복새통이다. 한국에 온 첫 해엔 혼자 집에서 술 퍼마시고 취해서 울다가 잠들기도 했지만 인젠 그저 무덤덤하다.

어릴 적엔 추석 때만 되면 남들이 부러웠었다. 떡이랑 맛나는 음식이 가득 담긴 큰 그릇을 이고 진 엄마 아빠 뒤꽁무니를 따라 할머니 할아버지 산소에 가는 애들이 얼마나 부럽던지, 산소가 아니라 마치 산보가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우린 왜 산소가 없나?’ 철없이 묻는 나에게 어머닌 늘 할아버지 산소가 너무 멀리 계시기 때문이라고만 대답하시군 하셨다. 어린 나이에 추석의 의미가 뭔지도 잘 몰랐으니 마냥 불만스럽기까지 했다.

학급에 나 같은 애 한명 더 있었다. 그도 추석 때면 남들 다 먹는 떡도 못 먹고 산에 안가는게 불만이었다. 어느 해 추석날엔 그 애가 갑자기 충격적인 말까지 던져버렸다.

“우리도 아버지 엄마 둘 중 누구 하나 죽었음 좋겠다,”

그 순간엔 우리 둘 다 마주보며 철없이 웃어댔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슬프다. 그 애의 본심이 진짜로 부모님의 죽음이 아니란 건 누구라도 짐작할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싸가지고 산보가듯 가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던 철없는 아이의 행동일 뿐이란 걸,

산소를 만들면서까지 맛나는 음식과 유희를 즐기고 싶어하는 아이의 마음을 어찌 철없다는 구실로 꾸짖기만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참, 아이러니 하게도 그가 학교를 채 졸업하기도 전에 그의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다. 수업도중 갑작스런 비보를 받고 새파랗게 질려 허둥지둥 집으로 달려가던 그 애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자동차에 실려 어머님 마지막 길 바래주며 그렇게도 슬피 울었다.

추석! 어쩌면 모름지기 나도 그 애와 같은 철없는 생각을 했을법한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아버지 살아생전 효도를 다 해드리지 못한 죄책감에 가슴이 미어진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더듬어 눈물 흘려봤댔자 인젠 다시는 만나뵐 수 없는 부모님.

전기가 없는 캄캄한 밤이되면 항상 나의 기타소릴 기다리시던 아버지께 좀 더 따뜻한 말 한마디 해드릴걸, 부족한 선율일지라도 아버지를 위해 정성다해 타드렸더라면 이렇게까지 가슴이 미어지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 이젠 무주고혼이 다 되셨을 아버지! 철없고 못난 자식, 이제라도 아버지께 효도하고 싶지만 갈래야 갈 수 없는 곳에 와있네요, 언제면 아버지 곁에 갈 수 있을까요? 언제면 이 가슴속에 쌓인 한을 다 풀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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