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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디짙티멭틴나?

남조선 생활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3-09-02 18:03

 

출퇴근 시간 지하철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오늘도 빈 좌석이 없어 기차 칸 천정에 매달린 손잡이를 쥐고 섰다. 내 옆에는 60세 되는 할아버지 한분이 와 서셨다. 바로 앞에 앉은 처녀가 자릴 비켜주겠지 했지만 웬걸, 처녀는 핸드폰만 들여다보며 못 본체를 한다.

도저히 그 행동이 이해가 안 갔다. 뭐 저런 게 다 있나 싶다. 그동안 예절 밝은 젊은이들 모습만 봐와서 그런가? 하긴 모든 걸 좋게만 보려고 했으니, 나쁜건 눈에 잘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첨 한국에 왔을 땐 다 좋게만 보였던 것 같다. 첫 출근길 복잡한 지하철에서도 사람들의 얼굴표정도 밝게만 보였었다. 지금 보면 별루 밝지 않는데도 말이다.

그땐 항시 우울하고 뭔가 고심많은 표정을 짓고 사는 고향 사람들 얼굴들과 쉽게 대조가 됐던건 분명했다. 지금보면 그저 무뚝뚝하고 무덤덤한 아저씨, 아주머니들이다. 로인에게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이 처녀도 마냥 얄밉기 그지 없다.

어느새 기차가 서서히 제동을 쓰며 환승 역에 들어섰다. 내릴 승객들은 하나 둘 출입구 쪽으로 몰려섰다.

노약좌석에 곱게 앉아 계시던 할머니도 더듬더듬 지팡이를 내 짚으며 일어서시였다. 거동이 많이 불편하신 할머니 년세는 한 90세 가까이 돼보였다. 그런데 그 때, 할머니가 누구에게라 없이 뭐라 말씀하셨다.

할머니 : 디짙티멭틴나?

또다시 반복하는 할머니 말에 사람들은 서로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본다. 대체 할머니가 뭐라고 말씀하시는지 알아듣는 이 하나 없다. 이가 다 빠진데다 발음도 정확치 않아서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때, 저만치 한발 떨어져 서있던 한 아주머니가 “네, 할머니, 여기가 디지털미디어시티 맞아요, 여기서 내리시는거예요?”하고 묻는게 아닌가, 그러자 할머닌, “오, 오~~ 여서 내려~” 하며 반가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셨다.

그러구보니 정말 비숫했다. 디짙티멭틴나? 디지털미디어시티! 우와~ 진짜 대단한데? 그걸 알아듣다니, 승객들도 감탄을 아끼지 않는 표정으로 아주머니에게 시선을 주었다.

참, 나, 기차역 이름을 왜 이 모양으로 짓는지 모르겠다, 젊은이들도 옮기기 힘든 말을 로인들이 따라할려니 오죽이나 힘들꼬,

여긴 영어식 이름이 너무 골 때린다. 특별한 사안이나 건물이라면 이해할 수 있겠다. 근데 왜 지하철 역 이름에까지도 번지기 어려운 영어식이름을 붙이는지, 아파트이름도 마찬가지다. 월드메르디앙, 휴먼시아, 동보노빌리티, 계룡리슈빌, 온통 영어 천지다.

어떤 이들은 이것이 세계화의 실현이라고 말하지만, 영어발음을 우리 말로 그대로 옮겨서 표기하는 것이 정말 바람직한 세계화라고 말할 수 있는지 난 잘 모르겠다.

세계화고 뭐고, 고유한 우리말부터 널리, 잘 사용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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