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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장마와 패션

남조선 생활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3-07-22 18:05

 

며칠 째 계속되던 장마가 그치는가 싶더니 오늘 또다시 비를 뿌렸다. 꽤 비줄기가 굵어서 우산을 써도 아랫도리는 거의나 젖었다. 조금이라도 비를 피하려고 몸을 웅크리고 버스정류장으로 뛰다 싶이 가고 있는데, 앞에서 한 처녀가 걸어가고 있다. 그런데 그 세찬 빗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 녀는 여유있게 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가만보니 장화를 신었다. 여기와서 장화신은 모습은 보기 드물어서 다시 한번 쳐다 보았다.

오늘은 다행히 비가 많이 내리니 장화신은 모습이 상황과 잘 어울린다. 저번엔 보슬비가 내리는데도 무릎까지 오는 장화를 신은 이를 보고 의아했었다. 빗물이 발목을 잠겨야 신는 줄 알았던 장화를 패션으로도 신는다는 걸 어찌 알았으랴, 여기서 “패션”이라면 대충 “멋”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연분홍의 은은한 색깔의 장화는 그의 하얀 다리 피부와 너무 잘 어울렸다. 나도 모르게 내 걸음도 그와 걸음을 맞추고 있었다. 키 170정도에 몸매도 어쩜 저렇게 쭉 빠졌는지, 게다가 치렁치렁한 탐스런 머리에 엉덩이만 가린 핫팬츠, 파란 우산까지, 참 볼수록 매력적이다.

다리도 곧게 쭉 잘도 뻗었다. 어떻게 저리도 매끈하게 생길수 있는지, 저런 처녀애들 볼 때마다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북한 아이들은 왜 저렇게 되지 못할까? 키도 조그맣고 피부도 안좋고... 생각해보면 여러 요인이 있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잘 먹지 못하는데다가 봄에는 모내기, 여름에는 김매기, 가을에는 가을걷이, 겨울엔 학교 땔감까지, 사철 일에 내 몰리니, 한창 자라는 아이들의 성장에 좋을리 만무하겠지,

학교 때 지긋지긋하게도 노동판에 시달리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오만상 다 찌그러진다. 졸업반 때 담배따기에 나갔던 일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던 것 같다.

뜨거운 뙤약볕에서 담배를 따노라면 찐득찐득하고 누런 담뱃진이 온 몸에 달라붙는다. 한 낮을 피해 선선한 새벽이나 늦은 오후시간에 일했으면 좋으련만 담배는 해가 쨍쨍날 때 따야 독이 빠지지 않는다고 하니 어쩔수 없이 뙤약볕에 내몰려야 했다.

옷 같은건 그래도 헌옷을 따로 챙겨 쓰면 되지만 제일 걱정되는게 머리였다. 머리카락에 진이 달라붙으면 아무리 씻어도 끼리끼리 뭉쳐 돌아가니 정말 짜증 백단이었다.

그래서 한 친구는 그 진을 피해보겠다고 그 뜨거운 여름날 머리에 비닐박막을 어디서 얻어 쓰고 일하다 박막 안에 팽창해진 열기 때문에 정신잃고 쓰러지는 일도 있었다. 당시엔 친구가 쓰러졌는데도 비닐박막을 쓴 모습이 너무 웃겨 친구들과 배그러쥐고 웃어댔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철이 없고 한심한 일이었다...

어느 새 세차게 내리던 비줄기도 가늘어지고 주위가 훤해졌다, 쪼록쪼록 내리는 빗속을 한껏 멋부리고 걸어가는 처녀의 모습이 볼수록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옷이 날개란 말도 있지만 백옥같이 하얀 피부와 예쁜 몸매가 없다면 어찌 그 진가를 매길 수 있으랴, 갑자기 그의 얼굴이 궁굼해졌다. 잽싼 걸음으로 앞지르면서 그의 얼굴을 힐끔 흠쳐보았다. 근데, 와! 이쁘다!~

남남북녀라고 남한 여자는 다 못생긴줄 알았건만 쳇! 다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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