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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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마트에서

남조선 생활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1-08-07 01:24




어느 덧 마트에 도착했다. 밖에선 비가 더욱 세차게 쏟아진다. 우산을 써도 옷이 젖을 것 같아 걱정스럽다. 그런데 현이 언니가 그냥 차를 몰고 건물 지하로 들어간다. 들어가는 입구에 설치된 기계에서 표 한 장을 뽑으니 차단봉이 절로 쭉 올라가면서 길을 열어주었다.



북조선 같으면 사람이 손으로 돌려서 올리거나 발로 눌러야 작동하는 차단봉이 제가 알아서 올라갔다 내려갔다하니 참 신기하다. 지하 4층까지 되어있는 주차장에는 차량들이 정말 많았다. 비가 저렇게 많이 내리는데도 마트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하긴 자가용차가 있겠다, 주차장도 지하에 있으니 비 때문에 볼 일을 못본다는 건 말이 안되겠지...



차에서 내려 마트로 들어가려는데 현이 언니가 저 쪽으로 가더니 바구니처럼 된 밀차를 밀고 온다. 그러구 보니 마트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거기에다 한 가득 물건을 담아가지고 나왔다.



생각해보니 그것만 있으면 물건 사기가 훨씬 편리할 것 같다. 여러 가지 물건을 사려면 무겁게 들고 다닐 념려도 없으니 말이다.



매장안에 들어서는데 옷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청년이 입구에 똑바로 서서 “어서오십시오” 하고 깍듯이 인사를 한다. 흠칫 놀라 그 청년을 쳐다보다가 인츰 머리를 돌리고 태연한체 그냥 걸었다. 이젠 웬만한건 그냥 스쳐지나가야지 자칫하다간 촌뜨기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 저나 마트에 들어와보니 와! 이렇게 크고 멋질 수가 없다. 진렬대에 차고 넘치는 물건들은 하루 종일 돌아봐도 다 못볼 것 같다. 처음 마트에 와본 현이와 난 얼뜨기처럼 여기 저기를 둘러보다가도 현이언니가 부르면 달려가고, 언니가 하라는대로만 하면서 뒤꽁무니만 따라다녔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딱히 물건을 지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매장 직원들이 있긴 하지만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여기 저기 왔다 갔다 하면서 손님들이 찾는 물건을 찾아주거나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특히 구석진 곳에는 무슨 짓을 해도 모를 정도였다.



정임 ; “이거 왜 이렇게 허술해? 도둑질해도 모르겠네...”

순간 내 눈이 홱홱 돌아갔다. 현이와 눈을 마주치는데 꼭 같은 심정을 읽을 수 있었다.



말없이 일심동체가 된 우리 둘은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고, 누구도 몰래 내의 한 벌씩 가방에 쑤셔넣는데 성공했다. 심장이 쿵쿵 뛰였다. 이젠 빨리 여길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현이 언니에게 빨리 가야겠다고 구실을 대고 출구로 향했다.



드디어 계산대에 다달았다. 슬그머니 현이의 표정을 흠쳐보니 그도 긴장한 듯 했다. 기계로 물건을 계산하는 것도 신기했지만 언제 거기에 신경이 가질 않았다. 계산을 다 끝내고 출구로 쭉 빠지려는 순간!



효과 ; (경보기 소리) 삐리리리리리~



계산원 ; “고객님, 뭘 숨기신 것이 있으세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들켰구나!’



계산원이 우리 셋의 가방을 끌어당겨 열어보는데 주위의 따가운 눈총들이 날아와 두 눈을 꼭 감았다. 그 다음은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겠다. 출동한 경찰에게 끌려가 열배의 벌금을 물고 풀려나서야 제 정신이 들었다.



계산되지 않는 물건은 절대 통과할 수 없다는 것도 모르고 멋있게 한방 맞고 현이와 난 집으로 가고 있다. 부끄럽고 창피한 마음보다는 이제부터 조선에서 살던 것처럼 막 살면 안되겠다는 결심이 더욱 굳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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