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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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나의 집

남조선 생활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1-08-07 01:24




효과 ; 삐익~ (자동차 멈추는 소리)



"자, 내리세요. 다 왔어요~"



굽이굽이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던 경찰아저씨가 한 아파트 앞에서 차를 멈추었다.



15층이나 되는 높은 아파트벽에는 '902동'이라고 씌여져 있다. 내가 받은 집은 해운동 902동 1502호이다. 여기서 902동은 아파트 동번호이고 다음 1502라는 수자는 집호수를 가리키는데 앞 자리 두개는 층수를 의미하고 뒤 자리 두 개는 집 호수를 의미한다. 그러니 내 집은 902동 15층 2호가 된다.



아파트 안으로 들어서는데 경비실 앞에 하나원에서 부친 내 짐이 벌써 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정임 ; “어머! 벌써 짐이 도착했네~”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어제 아침에 부친 짐이 벌써 와 있다니, 지금전보도 보름이나 걸리는 조선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정임 ; 아저씨, 여긴 어떻게 이렇게 짐이 빨리 오나요?



갑작스런 물음에 아저씨는 뭔 소린지 모르겠다는 듯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기만 한다.



하긴 이런 일은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내가 괜한 질문을 했다는 생각에 더 이상 묻 않기로 했다.



승강기를 타고 15층으로 올라가 내가 살 집에 다달으니 마음은 마냥 설레였다.



경찰 ; “자, 이제부터 이집에서 살게 될거예요~”



열쇠를 열고 집안으로 안내하며 아저씨는 출입문 잠금 장치 사용법이랑, 난방사용방법 등 몇가지 주의사항을 차근차근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특히 밤에 출입문을 잘 걸고 자라고 당부했다.



경찰 ; “문 단속 단단히 하고 주무세요~ 그럼 난 일이 있어서 이만 갈게요, 무슨 일이 있으면 련락해요~”



아저씨는 전화번호를 남기고 곧바로 돌아갔다. 멀어져가는 아저씨의 뒤 모습을 보느라니 참 생각이 많아진다. 조선에선 안전원이라면 멀리서 보이기만해도 머리칼이 곤두섰다. 사람을 보기만하면 못살게 구는 안전원들은 증오의 대상이였는데 여긴 정말 딴 세상이다. 친근한 옆집 아저씨 같이 편안해 좀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아저씨가 돌아간 후 집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12평짜리 크지 않은 작은 집이였지만 큰 방 하나 작은 방 하나에 주방과 화장실, 베란다에 이르기까지 없는 게 없다. 정녕 이 집이 내 집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날아갈 듯하다.



새로 도배를 한 것 같은 노란 장판은 그야말로 한점 티없이 깨끗하고 깔끔해 정말 좋다. 아저씨가 배워준대로 난방스위치를 돌려놓고 주방으로 다가가 수도꼭지를 틀어보았다. 찬물과 더운물이 콸콸 쏟아져 나온다.



효과 ; 쏴~ (물나오는 소리)



설거지대를 중심으로 아래 우에 있는 찬장들이랑 손쉽게 음식을 만들 수 있게 배치돼 있는 주방은 그 어디를 살펴봐도 불편함이 없다. 스위치만 돌리면 가스불이 시퍼렇게 올라와 질긴 쇠고기도 순식간에 삶아낼 수 있겠다.



얼른 짐을 풀어 하나원에서 가지고 온 전기밥가마며 가스레인지를 꺼내여 제 자리를 찾아주니 주방이 한결 보기 좋아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서있노라니 산에 가서 힘겹게 나무를 해다가 손이 부르트도록 나무를 쪼개여 부엌아궁에 불을 때던 조선 생각이 난다. 더욱이 말로만 녀성해방을 웨쳐대던 북조선과는 달리 이렇듯 말없이 실현해나가고 있는 남조선에 대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엔 화장실을 들여다보았다. 무엇이든 씻기 편리한 세면대랑, 샤워기, 변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특히 변기가 있으니 이젠 급한 일이 있어두 걱정할 것 없다. 시커먼 야밤중에 아파트 3층에서 공동변소로 뛰여가는 일은 이젠 옛말로나 해야겠다.



베란다에는 세탁기를 놓을 수 있게 수도관 두 개가 설치되여 있다. 하나는 더운물, 하나는 찬물...



집안 어느 구석을 들여다봐도 정말 꿈만 같다. 평생동안 이런 집에서 살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처럼 찾아온 행운에 어쩔바를 모르겠다.



방바닥을 짚어보니 온기가 시작한다. 따스한 방바닥에 배를 붙이고 엎드려 두 눈을 감으니 모든 시름 다 녹아 내리는 듯 하다.



그토록 찾아 혜매던 나의 둥지, 행복의 보금자리에서 며칠 동안 아무 생각 없이 푹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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