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사건과 진실

내레이션 김정일은 쪽잠과 줴기밥이야기, 야전리발과 야전식사에 대한 일화 등을 통해, 자신이 인민을 위한 복무의 한생을 바쳐가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일의 삶은 인민들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삶이 아니라 안락한 생활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이것은 1979년 평양시 보통강구역에서 발생한 이른바 ‘선물관 화재 사건’이 실증해주고 있다. 인민들에게 혁명적인 근면함을 강요하는 김정일, 하지만 그는 후계자 시절부터 자신의 피로를 회복하겠다며 ‘피로회복관’ 건설을 지시한다. 이 피로회복관은 ‘선물관’이라는 외피를 쓰고 비밀리에 건설되다가 갑자기 불길에 휩싸여 사라진다. <추적 사건과 진실, 평양 선물관 화재 사건의 진실>



1979년 겨울, 김정일의 피로회복관 준공식을 하루 앞둔 날이였습니다. 그날도 외교부 직원들은 자정 무렵까지 일을 했지만 락카칠과 뼁끼칠을 끝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큰 일이 끝났다는 안도감에 사람들은 한시름 놓았습니다. 하지만 건물이 워낙 크다보니 락카칠과 뼁끼칠 또한 쉬운 일은 아니였습니다. 시간이 모자라자 사람들은 급한 나머지 아예 락카통이나 뼁끼통을 바닥에 쏟아놓고 밀대로 도색을 하였습니다. 바닥에서 피어오르는 역한 냄새로 사람들은 심한 어지럼증을 느꼈지만 꾹 참고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휘발성분이 스며든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작업을 끝낸 시간은 새벽녘이였습니다. 며칠 동안 제대로 자지 못하고 동원되였던 사람들은 작업을 끝냈다는 안도감과 피곤을 견디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져 잠이 들었습니다. 한두 시간쯤 지났을 때였습니다.



사람1 : 불이야! 불이야!



당시 가스 냄새가 너무 독해 바깥 공기를 마시려고 밖으로 나왔던 사람들은 누군가가 1층 천장에서 산소용접을 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용접기에서 불꽃이 나오는 순간 휘발성 물질이 가득차 있던 건물은 순식간에 불이 번졌습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유독성 가스와 연기에 질식돼 쓰러졌습니다. 의식이 있는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며 불길을 피해 2층, 3층으로 계속 밀려 올라갔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삽이나 곡괭이로 유리를 깨고 뛰어내린 사람들도 있었으나 건물이 워낙 높다보니 중상을 입거나 즉사했습니다. 김정일의 피로회복관은 웅장하고 화려하게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일반 건물과는 달리 2층 정도만 되어도 상당히 높은 편이라 피해가 속출했던 것입니다.



한편 가까이에 있던 호위국 초소에서 시꺼먼 연기와 불길을 발견했습니다. 병사들이 달려와서 불을 끄려했지만 불길이 거세 손을 써볼 도리가 없었습니다. 병사들은 불길 잡는 것을 포기하고 건물에 갇힌 사람들을 한 사람이라도 살려내기 위해 필사적인 구조작업을 벌렸습니다.



효과 :‘여기요’, ‘살려주시오’ ‘아이구 저 사람들 어떻게 하니’등



군인1 : 부대에 있는 모포나 마다라스 몽땅 모아오라. 다 른 동무들도 사람 받을 만한 것이 있으면 좀 가지고 나오십시오.



남2 : 사람들이 타고 내려올 수 있게 저기 있는 나무들을 이어서 걸쳐 놓읍시다.



군인1 : 그럽시다. 손 놓고 있는 것보단 무슨 방법이라도 동원해야지요.



불길에 쫒기여 옥상으로 올라갔거나 3층이나 4층에 매달려 간신히 불길을 피하고 있던 사람들은 군인들과 시민들이 급조한 구조물에 마지막 희망을 걸어야 했습니다. 병사들은 모포를 서로 잡고 혹은 마다라스를 깔고 불길을 피해 뛰어내리는 사람들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모포와 마라다스는 낙하속도가 더해진 사람의 몸무게를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곳곳에서 모포가 찢어졌고 그때마다 참혹한 비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건물에 걸쳐 놓은 나무를 타고 내려오던 사람들 속에서는 나무 중간에 삐죽 나온 가지에 찔려 배가 갈라지고 내장이 튀어나오는 끔찍한 광경도 목격됐습니다.



소방대에서 소방차가 달려왔을 때는 이미 김정일 피로회복관은 완전히 불길에 싸여 있었고 모든 상황이 끝나 있었습니다. 피로회복관 마당은 불에 타 죽은 사람, 머리가 깨져 죽은 사람, 몸 곳곳이 부러져 신음하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찼습니다. 죽은 사람만 하여도 100명이 훨씬 넘었습니다. 시꺼멓게 탄 시체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외교부나 중앙당 국제부에서 사람들을 동원할 때 준공식 날짜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인원파악도 제대로 하지않고 마구잡이로 동원을 시켰기 때문입니다. 외교부에서는 자기 남편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안해와 가족들로 아수라장이 되였습니다.



효과 : ‘아이고 철이 아버지’, ‘정욱아, 정욱아’



직원1 : 리철만, 리철만, 리철만 없어!



남3 : 예, 건물에서 안 나왔습니다.



직원1 : 김정식,



남4 : 네, 여기 있습니다.



직원1 : 황만근, 황만근..... 장남식, 이도영



외교부에서는 궁여지책으로 모든 외교부성원들을 강당에 모아놓고 호명하는 방식으로 죽은 사람들을 가리는 웃지못할 희극이 벌어졌습니다. 호명하여 대답하는 사람들은 산 사람이고 대답이 없으면 죽은 사람으로 처리하여 장례식을 치렀습니다. 그런데 장례식을 치르고 며칠이 지난 뒤 멀쩡히 살아서 외교부에 나타나는 사람들도 있어 아연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외국출장을 다녀 온 사람들이였는데 신원 확인할 당시에는 정신이 없어서 외국에 출장간 사람들 생각을 하지 못하고 호명할 때 대답이 없자 사망된 것으로 처리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되자 외교부에서는 다시 전 직원들을 모아놓고 또 한 번 사망자를 확인하는 촌극을 벌렸습니다.



한편 김정일은 남몰래 건설하려 했던 자기의 피로회복관에서 화재사건이 발생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습니다. 먼저 화재사건으로 부상당한 외교부 직원들과 마무리 작업에 동원된 사람들의 입을 단단히 틀어막았습니다. 그리고 화재사건의 유가족들에게 “사회주의 애국희생증”이라는 증서를 주고 새 아파트와 가구 등을 제공했습니다. 또한 사망된 외교부 직원의 안해들을 자기 남편이 일하였던 부서에서 일하도록 하는 등 파격적인 조치를 내려 사건을 덮으려고 했습니다. 이와 함께 김정일은 ‘피로회복관 화재사건’이 아니라 ‘선물관 화재사건’이라는 소문을 퍼뜨렸습니다. 하지만 “평양 선물관 화재사건”이 오로지 자신의 피로를 회복하기 위해 수많은 인민들을 불길 속에 타죽게 했던 ‘김정일의 피로회복관 화재사건’이라는 것은 변할 수 없습니다.



추적 사건관 진실, <평양 선물관 화재 사건의 진실> 마지막 시간이였습니다.



*참고자료: 평양25시(고영환. 고려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