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경의 살며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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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빙판길

서미경의 살며 생각하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3-01-08 18:16

 


올 겨울 한국에 눈이 많이 왔다. 내가 살던 북한에 비하면 보통이지만 아마도 내가 한국에 착해서 살아온 지금껏 제일 많이 오지 않았나 싶다. 눈이 많이 오니 평년보다 기온이 뚝 떨어져 제법 추위가 매섭게 느껴진다. 언론 방송들에서는 십 년만의 한파니, 강추위니 하는 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특히 잦은 눈과 한파로 차로나 인도들이 빙판으로 변하기 쉬워 곳에 주의가 권해지고 있다. 이런 겨울철 풍경은 여기 한국이나 내가 살던 조선이나 마찬가지지만 조금 더 눈여겨보면 엄청난 차이가 있다.


 


내가 살던 조선에서는 겨울철에 아이들이 길가에 드문드문 만들어진 작은 얼음길에 두발 미끄럼을 곧잘 즐기곤 했다. 그러다가 꽝꽝 넘어지고 멍이 생겨도 아이들에게는 마냥 신나는 놀이고 운동이었다. 어른들이 위험하다며 빙판길에 샛노랗게 탄 구멍탄 재가루나 모래를 뿌려도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짓궂게 또 빙판을 만들어 얼씨구나 좋아하곤 하였다. 아이들은 그렇다 치 겨울철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은 대개 타이어에 볏짚으로 꼰 새끼줄이나 쇠사슬을 칭칭 감고 있었다. 미끄럼으로 인한 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조선 같지 않다. 겨울에 산등성이나 언덕바지, 길 양옆을 제외하고 차로나 인도의 눈이 거의 녹아있다. 제설용차로도 작업하고 길에 빈번히 염화칼슘을 뿌리기 때문이다. 겨울철 빙판길에 염화칼슘을 뿌리면 그 주변의 습기를 흡수하여 녹게 되는데 녹으면서 내놓는 열이 주변의 눈을 다시 녹인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빙판길 미끄럼을 타거나 차들이 쇠사슬과 새끼줄을 칭칭 감고 다니는 조선과 같은 광경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다. 한국도 옛날에는 조선과 똑 같았을 것이다. 생활수준이 북한과 비교 안 되게 높아지면서 옛날의 겨울풍경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 북과 남에는 한 시대에 과거와 현재의 생활이 동시에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는 이미 까마득하게 지나간 과거형 생활이 조선에서는 현재 진행형으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넓이로 말하면 겨우 22만 평방키로메터, 남에서 북까지의 거리가 삼천리밖에 안 되는 작은 땅덩어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는 국토가 북과 남 전체의 44배에 달하는 중국과도, 아니 지구 전체와도 비교 안 되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작은 것에서,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얼마 전 한 친구가 함께 걷던 중 이런 불평을 했다.


 


"어머, 길이 미끄럽다. 여기 제설제 좀 뿌리지."


 


평소의 생활과 사고방식이 그대로 흘러나온 그야말로 당연한 말이었지만, 나에게는 좀 충격었다. 조선에서 웬만한 불편은 당연한 것으로, 아니 숙명처럼 여겨왔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로서는 겨울철 빙판길 같은 것은 불편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당연한 것이었다.


 


사실 것은 생활수준의 차이일 수 있지만, 그 전에 인식의 문제이며 그것은 그 사회가 어떤 사회인가에 따라 좌우된다. 다시 말해서 생활상 작은 불편이라도 마음껏 말할 수 있는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에서 살아온 사람의 인식은 분명히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발전된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를 만든다. 오늘날 과거와 현재로 엄청나게 벌어진 북과 남 차이의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조선은 과거와는 달리 인민들의 불만과 불평이 많아졌다. 그것은 오랜 기간 지속된 가난과 굶주림의 결과이지만 자유로운 삶에 대한 인민들의 인식이 그 만큼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조선의 앞날도 점점 밝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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