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동포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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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이 뒤바뀐 중국

북한 동포들의 이야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5-05-14 16:50


조선에서는 저녁이 오는 게 무척 꺼려졌다. 밤이 되면 온 거리가 암흑 속에 잠기기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집으로 들어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둡기 전에 어떻게든 일을 끝내고, 밤에는 밖으로 돌아다니지 않는 게 습관처럼 굳어졌다.

중국에 처음 온 날 조선에서처럼 밤에는 절대로 나다지니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오산이었다. 저녁이 되자 거리 곳곳에 가로등이 켜졌고, 상점, 식당, 노래방, 맥주집 등 각양각색의 간판들에서 경쟁이라도 하듯 불빛을 내뿜었다. 조선과는 너무 다른 밤풍경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밖으로 나왔다.

내 눈길을 가장 끌었던 것은 나무를 장식하고 있는 색깔전기등이었다. 빨갛고, 파랗고, 노란  전기등은 꽃이 핀 것처럼 화려했다. 나중에 이 전기등이 밤거리를 밝히려고 한 것이 아니라, 상점이나 식당 같은 데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설치한 것이라고 해서 더욱 놀랐다.

중국의 거리는 낮보다도 밤에 더 활기가 넘쳤다. 식당이나 술집은 먹고 마시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환한 전등 아래서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들끼리 어울리는 풍경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전기불을 따라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어둑어둑해질 무렵이면 장이 서는 골목에는 매대마다 전등불이 켜져 있었다. 장사꾼들은 그 아래서 물건을 정리하거나 돈을 세기도 했는데 조선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가지런히 늘어서 있는 매대와 상점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닭알이며 소채, 돼지고기, 과일을 고르는 손길이 참 행복해 보였다.

나도 간단한 찬거리를 사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부엌에 찬거리를 내려놓고 불도 켜지 않은 채 창밖을 내다봤다. 집집마다 불이 켜져 있었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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