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조선의 인권을 말하다

해설 : 안녕하십니까. <북조선의 인권을 말하다> 시간의 김태연입니다. 오늘은 ‘자유롭게 외국 문화를 접할 수 없다면 인간의 기본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잠시 시범껨으로 군중심판을 한다는 곳으로 가보겠습니다.



효과 :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보안원 : 조용하시요. 조용하시요. (웅성거리는 소리 작아지며)　여기 있는 김복동은 남조선 알판을 중국에서 들여다가 몰래 팔아왔다. 이는 자본주의 썩은 물이 머리통에 잔뜩 들어있다는 증거이다. 아까 여러분들이 발언한 것처럼, 김복동의 죄질은 공개처형감이지만, 자신이 죄를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기에 로동교화형 3년형에 처한다.

효과 :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흩어지는 발소리)

녀자 : (안타깝다는 듯이) 아이고, 저 사람 재수 없게 걸렸네요.

남자 : 그러게 말이야. 하필 시범껨에 걸려가지고 저 정도가지고 교화가다니, 안됐군그래.

녀자 : 참, 요즘 남조선 알판 안보는 사람이 어디 있다구 저런데요.

남자 : (충고하듯이) 이 사람아 당신도 조심해야 돼. 남조선 날라리 풍인지, 썩은 정신인지 단속한다고 요즘 130상무가 조직돼서 집중 단속한다던데.

녀자 : (살짝 놀라며) 그래요?

남자 : 그래. 무슨 탐지긴지 뭔지 갖고 다니면서 남조선 영화랑 련속극이랑 보는 거, 기가 막히게 잡아간대. 당신도 그러니까 이제 좀 그런거 작작 보라고. 알았어, 응?

녀자 : (안 무섭다는 듯이) 흥. 그래도 볼 사람들은 다 볼 껄요? 얼마나 재미있는데. 당신도 한 번 봐봐요.

남자 : 나는 간이 콩알만 해서 그런데 목숨 걸고 싶지는 않아.

녀자 : 으이그 남자가 그렇게 배짱이 없어요. 조심하면 돼죠. 아마 130상무인가 하는 놈들도 단속해서 뺏어가지고 가서는 자기들도 볼껄요?

남자 : (혼내듯이 화내면서) 이 사람이 진짜, 한번 걸려봐야 정신을 차릴거야? (잠시 쉬었다가) 정 보고싶으면 당신 혼자서 몰래 보라구. 괜히 사람들하고 어울려서 보지 말구 말이야. 알았어?

녀자 : (기가 죽어서) 알았어요. 조심할께요.



북조선 당국은 2010년 1월에 남조선 영화나 텔레비죤련속극을 알판으로 보는 것을 단속할 목적으로 130상무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이 후 평안남도의 개천교화소에는 하루에도 수 십 명이 남조선 알판을 보다가 끌려와서 교화소가 넘칠 지경이었다고 하는데요, 이들은 다른 경제범죄자들보다 더 혹독한 로동을 강요당하고 명절 때 주는 특별사면에서도 제외됐다고 합니다.



북조선 당국은 본때를 보여줘서 우리 인민들이 더 이상 외부에서 들어 온 알판을 보지 못하도록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는 것인데요, 도대체 왜 그럴까요?



무엇보다도 외부에서 들어 온 알판을 통해, 그동안 해 온 거짓말이 들통 나는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우선 알판을 보면 남조선의 실제 상황이 눈앞에 생생하게 보입니다. 활기 넘치는 거리와 화려한 사람들의 옷차림새가 눈에 들어옵니다. 거지떼가 득실 득실하다고 선전하던 북조선 당국의 거짓말이 이 알판을 보는 순간 바로 탄로 나는 것입니다.



또 외부에서 들어 온 알판은 인민들의 생각을 조금씩 조금씩 변화시킵니다. 처음 알판을 접했을 때는 화려함과 재미만 보이겠지만, 점차 그 안에 숨겨져 있는 민주주의 사회의 가치관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고, 남녀는 평등하며, 죄를 지었을 때는 법에 따라 심판받는다는 것. 나가서는 권력은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인민들의 요구에 따라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입니다.



생각이 바뀐 인민들은 이제는 북조선당국의 선전을 의심하게 됩니다. 이것이 김정일을 비롯한 당국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인민들의 눈과 귀를 막아 놓아야 당국이 하는 말이 전부 다 진실인 줄 알고, 충성을 맹세할 텐데, 이것이 이제는 잘 안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인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며 마음대로 조종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인민들에겐 금지하고 있지만 정작 김정일은 외국영화에 미치도록 열광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특히 남조선 영화와 미국 영화를 더 좋아한다고 하는데요, 인민들의 변화가 두려워 외부 영상을 금지하는 독재자의 취미치고는 참 한심한 취미입니다.



북조선 인민들은 알판을 통해 외부세계를 접하고, 북조선의 실상에 눈을 뜰 수 있어야 합니다. 인민들이 자유롭게 외국의 문화를 접할 수 없다면 인간의 기본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