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조선의 인권을 말하다

해설 : 안녕하십니까. <북조선의 인권을 말하다> 시간의 김태연입니다. 오늘은 ‘법에 의해 재판받지 않고 처벌된다면 인간의 기본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잠시 평양 순안의 적위대 훈련소 마당으로 가보겠습니다.



효과 : (차 덜컹거리는 소리)

박 : 장 동지, 지금 어디 가는지 혹시 알아요?

장 : 정확히는 몰라. 순안에 가는 거 같은데... 일단 평양에 있는 예술인들은 다 모이라고만 했대.

박 : (궁금하다는 듯이) 그래요? 무슨 일이지?

장 : 가보면 알겠지

효과 : (끼-익 자동차 정지하는 소리.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보위부원 : (마이크 소리로) 조용하시오. 조용하시오. (웅성거리는 소리 작아지며) 이제부터 반혁명 분자인 우인희에 대한 처형이 있겠다.

박 : (놀라며) 아니... 지금 우인희라고 했어요? 그 영화배우 우인희를 처형한다고?

장 : (놀라며) 아니, 이게 무슨일이야.

보위부원 : (마이크 소리로) 우인희는 우리 북조선 혁명 리익을 해치는 행위를 했다. 당의 충고를 무시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나 할 수 있는 불건전한 행위들을 추잡하게 벌인 것이다. 이것은 김정일 장군님 얼굴에 먹칠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위대한 김정일 동지의 신의를 배반하고 공화국 위상을 깎아먹은 우인희를 이 자리에서 즉결 처형한다. 이 자리에 모인 평양 예술가들은 부화방탕한 반역자의 말로가 어떤 것인지 똑똑히 봐두기 바란다.

장 : 소문이 사실이었구만.

박 : 응? 장 동지는 뭐 집히는 데가 있는 겁니까?

장 : 눈치 없기는. 우인희가 제 인기를 믿고 까불었다가 김정일이한테 찍힌거지 뭐.

박 : 나도 잠깐 듣기는 했는데, 당에서 한 번 주의주고 끝난 일 아니었습니까?

장 : 아니야. 그러고 나서도 우인희가 또 딴 놈을 만났나봐. 일본 귀국자라 그런가, 여간 방탕하지 않아.

박 : 아니, 그래도 그렇지. 재판도 없이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조선최고의 1등 배우라고 치켜세울 때는 언제고, 장군님 마음대로 처형하는 게 말이 됩니까?

장 : 쉿. 조용히 해. 그러니까 박동무도 우인희 꼴 안당하려면, 평소에 몸조심하라고.



(해설) 여러분, 위의 상황은 북조선 인민들이라면 다 아실 우인희 사건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는 북조선의 가장 큰 문제가 담겨져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법에 의해 재판받지 않고 처벌받는 것입니다.



법은 그 사회의 골간이라고 합니다. 법은 모든 인민들 간의 약속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죄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법 앞에는 모두가 평등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권력자라고 할지라도 법을 어겼으면, 법정에서 심판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법에 의한 통치는 특권은 제약하지만 반대로 힘이 없는 사람들에겐 이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인민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북조선에도 헌법과 형법 등 훌륭한 법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또 모든 처벌 전에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모두 글자로만, 말로만 존재한다는 것이겠지요.



북조선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법이 아니라 권력자, 특히 김정일의 방침이라는 희한한 ‘법’입니다. 김정일의 한 마디는 법입니다. 아니, 법 보다 더 우에 있습니다. 그의 말 한 마디에 목숨을 잃은 사람은 단지 우인희 한 사람뿐만이 아닙니다. 아무리 김정일의 측근이었다 하더라도 한 번 김정일 눈 밖에 나면 총살을 면하기 어렵고, 그 가족들은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게 되는 것이 지금 북조선의 현실입니다.



웃물일 맑아야 아래물이 맑은 법인데, 김정일부터가 이러다 보니, 온 사회에는 법 보다는 뢰물과 비리가 판을 치게 됩니다. 지금 북조선에서 고이는 것 없이는 돌아가는 것이 없게 된 것도 법에 의한 통치가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북조선 인민들은 법에 의해 보호 받아야 하며, 법 앞에 평등해야 합니다. 법에 의해 재판받지 않고 처벌된다면 인간의 기본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