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일남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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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부 사랑마저 통제하는 김정일, 첫 번째

리일남 수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1-08-07 01:23




관저에 있을 때, 보람 있는 일을 한 적이 있다. 관저의 부초소장으로 있는 리동섭 대위의 평생 고민을 풀어준 일이다. 리 대위는 군관학교 출신이 아니라 하전사로 시작해서 군관이 된 사람이었다.



어느 날 리 대위가 깊은 시름에 잠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정문에서 경례를 부치는 그의 얼굴이 언제나 어두웠다. 또 그는 부초소장이라 직접 순찰도 많이 도는데, 우연히 마주치면 엄숙하게 인사하지만 얼굴이 항상 그늘져 있었다. 하루는 리동섭을 불렀다.



리일남 : 야 리동섭, 이리 오라.



동섭이는 나보다 9살이 많았지만, 김정일의 장남, 정남이가 누구에게나 반말하는 것처럼 나도 웬만한 고위직이 아니면 반말이었다.



리일남 : 너 요새 무슨 일이 있지? 내가 보니까 계속 기분이 안 좋던데. 무슨 일이 있는 거 아니야? 애로사항 있으면 얘기해 보라.



리동섭 : 아닙니다. 일 없습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계속 시름에 잠겨 있고 그늘져 있었다. 가끔 만날 때마다 “걱정말고 내게 얘기해 보라”고 다그쳤지만 일없다는 대답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가 내게 자신의 고민을 고백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내가 누군데 함부로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었겠는가. 고민을 듣자는 것은 리동섭의 위치를 생각하지 않은 나 혼자만의 호의였다.



그의 고민은 운전수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운전수가 나하고 좀더 친하게 지내니 말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운전수의 말에 따르면 리동섭이 10년 가까이 사귀어온 녀자가 있는데 결혼을 못할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이가 찼는데도 결혼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잘 리해가 안 갔다. 10년 가까이 사귄 녀자가 있으면 김정일의 비준을 맡아 결혼하면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리일남 : 아니, 그러면 당장 비준서 올리면 될 것 아닌가. 내가 도와주면 인차 비준이 될 텐데, 도대체 뭐가 걱정이라는 말이야?



운전사 : 그게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거예요. 일남 동지가, 부초소장 동지를 만나서 직접 한번 들어보십시오. 아마 기가 막힐 겁니다.



나는 운전수의 이야기을 듣고 나서 일부러 리동섭 대위를 만났다. 리동섭은 한참을 멈칫거리더니 자기 사정을 털어 놓았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결혼은 불가능했다. 리동섭이 관저의 물자를 조달하는 호위사령부 2국에 들락거릴 때 마침 2국에서 근무하던 한 녀자를 만났다고 한다. 문제는 그 녀자가 김일성의 안해 ‘김성애’의 간호원이 된 것이다.



김정일과 이붓 어머니 김성애 사이가 나쁜 것은 남조선에서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자신의 관저를 지키는 군관이 김성애의 간호원과 결혼하겠다고 결재를 올렸다가는 호통이나 듣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김정일이 비준할 리도 없었고, 한 번 거부되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러니까 보고도 못하고 끙끙 앓고 있는 것이었다.



해설 : 김정일의 기쁨조나 경호원 등 김정일의 곁에서 복무하는 사람들은 마음대로 결혼할 수 없다. 예를 들면 김정일의 경호를 전담하는 ‘당 중앙위원회 호위부 6처 대원’들은 ‘5과 소속’ 녀자들과만 결혼을 해야 한다. 또 김정일의 비준을 받아야 결혼을 할 수 있다. 김정일의 비밀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이런 수단을 쓰고 있는데, 이것은 사랑의 감정까지도 짓밟는 수령독재의 비인간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리동섭도 녀자를 만나 “우리 사이는 안 되겠다”고 여러 차례 얘기도 했다고 한다.



김분희 : 동섭 동무, 얼굴이 또 왜 이렇게 어두워요.



리동섭 : 분희 동무,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린 안 되겠어.



김분희 : 오랜만에 만났는데 또 그 말씀이세요. 우리 만날 때만큼은 그런 생각하지 말아요.



리동섭 : 동무랑 나랑은 아무리 사랑해도 안 돼! 동무는 성애 사모님을 모시고 있고, 나는 지도자 동지를 모시는 사람인데, 어떻게 우리가 결혼을 할 수 있겠냐구. 우리는 헤어져야 할 운명이야. 분희 동무도 빨리 마음을 바꾸란 말이야.



김분희 : 동섭 동무, 너무해요. 내가 동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동무와 헤어져야 한다면 평생 혼자 살겠어요.



리동섭 : 분희, 분희......



동섭이는 머리를 숙이면서 내게 말했다.



리동섭 : 제가 마음을 굳게 먹고 그 동무를 포기하려고 했는데, 글쎄 그 동무가 우리가 결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평생 혼자 늙겠다는 거예요. 자기는 한 사람만을 사랑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사랑할 수 없대요. 제가 어떻게 그런 사람을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졌다. 아무리 엄격한 사회라고 하지만, 이런 순수한 사랑을 비극으로 놔두어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 같은 것까지 생기는 것이었다.



나는 두 사람을 결혼시킬 방법이 없을까 하고 궁리를 시작했다. 사람 사는 세상인데 방법이 없을 수 없었다. 호위사령부 정치국장 권성린 중장을 찾아갔다.



권성린 : 일남 동지, 왜 갑자기 보자구 하셨습니까? 무슨 일 있습니까?



리일남 : 권 국장, 사람 하나 살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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