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일남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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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부 수용소에 간 나의 첫사랑 리화, 두 번째

리일남 수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1-08-07 01:23




이후 리원범 부부장은 나를 피했다. 련락은 운전사를 시키는데, 호위총국끼리 다 통하니까 련락이 안 되는 일은 없었다. 더욱이 측근 부부장 20여명은 모두 김정일이 근무하는 본청사 안에 있기 때문에 자리도 잘 비우지 않아 즉각 련락되는 위치였다. 그런데도 리원범은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무조건 나와라, 중요하고 급한 일이니 빨리 나오라는 련락을 몇 번했다. 리원범이 며칠 만에 나왔다.



리원범 : 일남 동지, 내가 다른 부탁은 다 들어주겠지만 이것만은 곤란합니다.



리일남 : 아니 겨우 모습을 보여주셨는데, 만나자마자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리원범 : 일남 동지, 한번만 봐 주십시오. 저도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제 능력 밖의 일입니다.



리일남 : 그래요. 잘 알았습니다. 그런데 리원범 동지, 경숙이는 아직 체스꼬에 있지요?



나로서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 리원범의 얼굴이 순간 흙빛이 됐다. 경숙이는 리원범의 외동딸로, 그는 안해 없이 온 정성을 다해 경숙이를 키웠다. 그의 전부나 다름없는 경숙이의 이름이 나오자 리원범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리일남 : 규정에 지금 경숙이가 체스꼬에 있게 되여 있습니까? 부부장 동지, 체스꼬에서 소환돼서 들어온 지 얼마나 되였습니까. 왜 1년이 넘도록 경숙이를 체스꼬에 놔두고 있습니까? 무슨 치명적인 불치병 때문이라고 했는데, 진단서는 제출하셨습니까? 그냥 눈감아주는 겁니까? 아니면 직책을 리용해 상부에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겁니까? 이거 제대로 원위치 시킬까요?



리원범 : 일남 동지, 이 일과 경숙이가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러십니까?



리일남 : 누가 상관이 있다고 했습니까. 지금 리 부부장이 규정을 지키고 있는가 못 지키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리원범 : 일남 동지, 지도자 동지의 비준이 떨어진 일을 제가 어떻게 되돌릴 수 있다고 그러십니까. 좀 봐 주십시오.



리원범은 경숙이를 학교 졸업할 때까지 체스꼬에 놔두려고 했다. 원칙으로는 안 되는 일이었는데, 편법을 써서 그렇게 한 것이다. 나는 그것을 물고 늘어지는 수밖에 없었다.



리일남 :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입니다. 제가 두 번 다시 부부장 동지에게 이런 부탁을 할 리유도 없으니까 제 소원 한번만 들어주십시오. 리화네 가족을 빼주십시오.



리원범 : 일남 동지, 정말 방법이 없어서 그럽니다......



리일남 : 보위부에서 잘못 조사해 억울한 사람이 엮여 들어간 것으로 해서 비준을 다시 받아내면 되지 않습니까? 부부장 동지가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저는 앞으로 경숙이 일을 모른 척 하겠습니다. 오히려 경숙이 문제를 도와 드릴 수도 있습니다.



리일남 : 부부장 동지가 저하고 사이가 나빠져서 좋을 게 뭐가 있습니까? 그리고 부부장 동지, 지금의 자리가 누구 덕에 된 것입니까? 누구 덕에 이렇게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였습니까? 저희 이모님 덕 아닙니까? 이모님이 아니었으면 부부장 동지의 오늘이 있었겠습니까?



나는 쉬지 않고 못을 박아가듯 이야기했다. 리원범은 한참을 고민했다.



리원범 : 정말 목을 내놓고 해야 되는 일인데......



리일남 : 리화 아버지가 술 먹고 교포들 모인 자리에서 당중앙을 욕한 것은 물론 큰 죄입니다. 그러나 간첩임무를 받아서 그런 것도 아니고, 냉정하고 따지자면 죽을 죄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부부장 동지가, 보위부 조사가 잘못됐고 잘못 보고된 것으로 처리해 주십시오.



리원범 : 일남 동지 말 대로 풀린다면야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렇지만....



리일남 : 부부장 동지, 여러 사람 살리는 길입니다. 그리고 부부장 동지에게도 계속 안정이 보장되는 길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우리와 관계를 지속해야 부부장 동지의 앞날도 보장됩니다. 그러니까 해주십시오. 경숙이 문제는 건드리지 않을 테니까 해주십시오. 안 도와주신다면 경숙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나는 마지막으로 밀어붙였다. 갑자기 리원범이 “도대체 그 집안과는 어떤 사이냐.”고 물었다. 말문이 막혔다. ‘리화가 내 풋사랑’이라고 대답했으면 좋을 테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리일남 : 리화는 유치원 때부터 내 단짝입니다. 내가 그 집을 얼마나 잘 알겠습니까? 나뿐만 아니라 우리 어머니, 이모님도 잘 아시는 집안 입니다. 절대로 간첩이 아닙니다. 억울한 사람을 구하는 게 보람된 일 아니겠습니까?



어쨌든 리원범은 그 일을 잘 처리했다. 서류를 미리 준비해 놓고 있다가 김정일의 기분이 좋을 때 조사가 잘못됐다는 결재를 올렸다고 한다.



김정일 : 뭐야 이거?



리원범 : 지난번 비준을 해주신 보위부 문건인데, 보위부 쪽에서 조사를 잘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애매한 사람이 관리소로 끌려갔습니다.



김정일 : 그랬어?



리원범 : 제대로 확인을 해보지 못하고 문건을 올려서 죄송합니다.



김정일 : 그랬군..... 리원범?



리원범 : 네,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



김정일 : 앞으로는 잘 보고해야 돼.



리원범 : 예. 알겠습니다.



다행히 김정일은 별 말 없이 비준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리화네 가족들은 지옥에서 풀려났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 자신들이 풀려나게 됐는지도 모를 것이다. 그저 사필귀정이라고, 자신들의 억울함이 밝혀져 풀려난 것으로 알 것이다. 나는 그들이 풀려 나온 것을 확인하고 모스끄바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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