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일남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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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부 국제적인 랍치범 김정일, 두번째

리일남 수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1-08-07 01:23




윤정희․백건우 부부 랍치미수사건의 전말을 살펴보자. 이 랍치사건을 총지휘했던 사람이 리정룡 련락부 1부부장이다. 리정룡은 조선 로동당 중앙위원회 위원까지 했던 사람이다. 95년 말 모스끄바의 어머니와 통화하면서 물어보니 지병으로 이미 죽었다고 한다.



리정룡 부부장과 우리 집은 친했다. 순이 아줌마라고 부르던 리 부부장의 부인이 진남포 출신인데, 외할머니 친척이라고 했다. 리정룡 부부장도 출장차 모스끄바에 오면 꼭 이모에게 들러서 인사하고 식사도 같이 하고, 얘기하다 늦어지면 아빠트에서 하룻밤 묵고 가기도 했다. 그 정도로 가까운 사람이었다.



이모가 영화배우를 하던 60년대 리 부부장은 중앙당 통일전선부 과장으로 있으면서 만경봉호 귀국선 단장도 했다고 한다. 일본에 갔다오면서 이모에게 화장품을 자주 구해다 줘서 요긴하게 썼다고 이모는 고마워했다. 그 후 리정룡 아저씨는 이모 덕에 로동당 중앙위원, 련락부 1부부장으로 벼락출세할 수 있었다.



백건우․윤정희 부부 랍치미수사건은 모스끄바에서 리 부부장에게서 들었다. 공작책임자의 말이니 가장 정확할 것이다.



김정일은 소문대로 영화광이다. 집무실은 물론 관저, 별장 등 가는 곳마다 영사시설이 돼 있다. 김정일에게는 영화문헌고라는 개인 영화창고도 있다. 1만 편 정도의 영화 필름이 보관돼 있는데 거기에는 남조선 영화도 많았다. 그때 남조선 영화 하면 문희, 윤정희, 남정임 등 세 여배우가 유명했다. 남자 배우는 신영균, 신성일이 최고였다. 윤정희 사건은 김정일이 측근들과 같이 남조선 영화를 보는 자리에서 시작되였다.



김정일 : 남조선 녀배우들이 진짜 매력있게 생겼단 말이야. 너희들 저 녀배우 이름이 뭔지 알어?



측근들 : 정윤희 아닙니까? 정윤희 같은데.... 남정임인가?



김정일 : 그렇게 남조선 영화를 보고서도 아직 이름도 몰라. 저 녀배우는 정윤희야. 정윤희.



측근들 : 아 정윤희였구나. 저는 그 얼굴이 그 얼굴 같은데 역시 지도자 동지의 눈썰미는 대단하십니다.



측근들 중에서 당시 중앙당 련락부장 정경희가 김정일의 말을 새겨들었다. 련락부에서 ‘지도자 동지를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어떻게 하면 이들을 데려올 수 있을까 작전을 짰다. 작전은 정경희 련락부장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문희는 당시 한국일보 사장의 아내였고, 남정임은 일본에 가 있었다. 제일 데려오기 쉬운 사람이 프랑스에 있는 윤정희라고 판단했다. 작전 계획의 비준도 받았다. 김정일이 허가한 것이다.



랍치할 장소는 유고슬라비아로 정했다. 처음부터 유고슬라비아로 데려오면 공산국가라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음악을 좋아하는 돈 많은 재일 교포가, 윤정희의 남편이자 유명한 피아노연주가인 백건우를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가 백건우의 연주를 듣고 싶어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 교포가 스위스 취리히에서 연주를 듣고 싶어한다고 했다.



윤정희를 잘 아는 할머니를 공작원으로 참가시켰고, 유고슬라비아의 자그레브 경찰국장을 3만 딸라를 주고 포섭했다. 전세 비행기까지 동원됐다. 윤정희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는데, 애를 데리고 갈 보모까지 대기시켰다. 발악할 경우 꼼짝 못하게 하기 위해 마취사도 데려갔다.



별장 하나를 빌려 외곽은 자그레브 경찰이 지키고, 별장 안에는 공작원들이 숨어 있었다. 숨어 있다가 공작원 할머니가 집에 들어와 “왔어요.”라고 말하면 모두 튀어나가 랍치하기로 했다. 할머니 공작원이 윤정희 부부를 취리히로 데리고 갔다.



할머니 : 사람이 마중 나와 있을 텐데......



비서 : 박인경 선생님, 박인경 선생님!



할머니 : 옳지 저기 나왔네요. 백선생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갔다 온다)



할머니 : 이거 어쩌지요. 백선생을 초청한 사람의 부모가 유고슬라비아에 있는 별장을 좋아해서 그쪽으로 연주회 장소를 옮겼답니다. 백선생에게는 정말 죄송하다면서, 유고슬라비아까지 와달라며 여기 왕복 항공권까지 끊어 놓았는데 어떻게 하지요?



백건우 : 이왕 온 걸음이니 그렇게 합시다.



윤정희 부부는 별 의심 없이 유고슬라비아의 자그레브까지 따라갔다. 자그레브공항에 조선 비행기가 있으니까 의심을 할 수도 있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공항에서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다는 별장까지 택시를 타고 갔다. 그런데 할머니가 약속된 암호를 틀리게 말한 탓으로 랍치는 실패로 돌아갔다. 할머니가 “왔어요.” 하면 벽장에 숨어 있던 사람들이 튀어나오게 돼 있었는데, 할머니가 “다들 어디 갔나.” 하는 바람에 나오지 못했던 것이다. ‘암호’가 이상하자 숨어 있던 사람들 중 허묵이라는 련락부 과장이 튀어나왔다.



허묵 : 혹시 취리히에서 오신 백 선생님 아닙니까?



백건우 : 뭐야! 북조선 말투잖아. 그럼 박인경 이 여자가.



허묵 : 백선생 잠깐 기다리십시오. 백 선생!



백건우 : 여보 진희 데리고 빨리 택시에 타, 빨리.



윤정희 : 여보, 무슨 일이에요.



백건우 : 그 쪽 문 잠궈!



허묵 : 백선생 문 좀 열어주십시오. 백선생..... 야, 문 열란 말이야!



백건우 : 아저씨, 도와 주십시오. 미국 대사관으로 가 주십시오. 부탁합니다. 부탁합니다.



호텔로 들어간 백 씨 부부는 곧 미국령사관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미국 령사관의 해병대가 윤정희 부부를 지키게 됐다. 유고슬라비아의 경찰과 협조가 돼 있는 김정일의 공작원들은 윤정희가 어느 호텔에 있는지 곧 알 수 있었다. 공작원들은 경찰국장에게 10만 딸라를 더 줄 테니 경찰병력을 동원해 방문을 강제로 열고 데리고 나오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경찰국장도 좋다고 했는데, 정보가 샜는지 미군 해병대 병력이 증강돼 경비가 강화됐다. 그러자 경찰국장은 미국과 큰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손으로는 안 된다고 통보했다.



윤정희 부부는 미국의 보호 아래 자그레브공항을 빠져나갔다. 김정일의 공작원들은 마지막으로 공항에서 한 번 더 랍치를 시도해보자고 했지만 결국은 실패했다. 작전이 실패로 끝나자 관계자들은 모두 모가지가 날아가고 리정룡 부부장만 살아남았다.



해설 : 이 사건은 당시 유고슬라비아 주재 북조선 대사였던 정광순의 입으로도 확인됐다. 랍치사건이 국제적 문제로 번지자 유고슬라비아 정부는 북조선에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정관순이 유고슬라비아 고위 간부를 만나, “랍치를 계획했던 그루빠는 당의 징벌을 받고, 직함을 가지고 있던 책임자는 철직됐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이 담화를 기록한 문건이 유고슬라비아 공산주의자 동맹 국제관계과의 기밀서류 속에 들어 있다가 2003년에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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