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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스파이

남조선 생활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3-11-04 18:42

 

퇴근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올 봄 미국에 같이 갔던 언니한테서 걸려온 전화다. 광화문쪽에 일이 있어 나왔던 김에 오랜만에 나랑 저녁이나 같이 먹자는 것이었다.

난 주저없이 오케이했다. 몇 달만의 만남이라 정말 반가웠다. 6시 땡~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불이나케 약속 장소로 달려갔다.

중간지점 지하철 역에서 만난 우린 근처 중국 음식점에 들어가 짜장면을 맛있게 먹으며 그동안의 회포를 나누었다.

한창 요즘 지내는 얘기를 하던 언니가 날 찬찬히 흩어보더니 대뜸, “아이고~ 너 미국 갈 땐 그래도 스파이 같더니, 오늘은 왜 이리 주제비없냐?” 하고 한마디 던지고는 깔깔 웃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북한 사투리에 나도 같이 한바탕 웃었다. 남한에 온지 일년이 갓 넘은 언니, 아직도 북한 말투 그대로 쓰는 것 같다. 인젠 북한 말이 코믹하게 웃기기도 하고, 한편으론 고향의 향수를 자극하기도 한다.

정임 : 근데 언니, 진짜 내가 그때 스파이 같았어요?

정말 궁금했었다. 미국에 같이 갔던 탈북인들 모두 날 “망책”이라고 부르며 놀려대긴 했었지만 그땐 그냥 농담으로만 여겼었고, 또 그렇게 생각할지라도 별 크게 관심두질 않았었다. 

그런데, 언니의 대답이 정말 충격이다. 진짜로 북한 보위부 스파이일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긴장했다는 것이다.

언니 : 네가 말두 잘 안하지, 녹음기나 들고 다니며 이상하게 굴지, 또 생긴 것도 어딘가 모르게 공작원 비숫하잖아,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안하겠어? 진짜 난 며칠동안 잠도 못자고 가슴 졸였다, 내가 이거 잘못 걸려들진 않았나, 하구~ 하하,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어이가 없어~

헉!~ 어느 정도 느낌은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무서워 맘 졸였다니, 미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언니 ; 야, 그뿐인줄 아니? 사람들이 네가 들구 다니는 녹음기 내용을 모두 보는 앞에서 삭제해야 한다느니, 몰수해야 한다느니, 한참 떠들었어야 ~ 정말 큰일 안난게 다행이지~

그러구보니 사람들이 날 보던 시선들이 심상치 않았던 것 같다. 웃으면서도 뭔가 바짝 경계하고 긴장해보이던 눈빛과 얼굴 표정들을 떠올리니 정말 웃겨 견딜수가 없다.

언니와 난 한참이나 그 때 일을 떠올리며 배꼽쥐고 웃었다.

참, 그놈의 북한 보위부는 어딜가나 사람들 속에 쐐기를 박고 서로 불신하게 만든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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