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선총련의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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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부 허종만의 폭주

우리 조선총련의 죄와 벌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10-10 18:44


그 후 조사를 통해 출판회관뿐만 아니라 조선신보사, 조일수출입상사, 총련중앙학원, 조선대학교 등 재일동포들의 공동자산인 총련의 주 건물들이 잇따라 저당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계속해서 밝혀졌다. 어림잡아 계산해도 최소 수백억 엔 단위는 되었다.



틀림없이 죄다 허종만의 지시로 진행됐을 것이다. 한덕수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어떻게 허종만 혼자서 그런 큰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좀처럼 의문이 사라지지 않았다. 모름지기 그 일은 김정일과 허종만의 공동작품이었거나 최소한 김정일의 신임을 등에 업은 허종만의 안하무인 독주였을 것이다.



출판회관 사건이 터진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회의도중 허종만이 도쿄에 총련중앙직영 빠찡코점을 지으려 한다는 말을 꺼냈다. 인터내셔널 기획이 경영하는 대형빠찡코점을 도쿄에 내오고 싶다는 것이었다. 마침 나카노신바시 역 부근에 T건설이 팔려고 내놓은 알맞춤한 부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곳에는 이미 후쿠시마출신의 재일동포가 빠찡코점을 경영하고 있었다. 나는 단호하게 반대했다.



“거기는 안 됩니다. 가까이에 P동포가 운영하는 빠찡코점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허종만은 이미 T건설과 말을 맞춰놓은 모양인지, 그 토지를 얼마나 싸게 손에 넣을 수 있는지를 한참동안 역설하는 것이었다. 역 앞의 1등급 부지에 3층짜리 빠찡코점을 짓는데 총45억 엔이 들며 초기자금은 일본의 대부업체인 오릭스리스에서 빌릴 계획이라는 등 구체적인 안까지 내놓았다. 이미 뒤에서 상당한 말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 같았다. 허종만은 자신만만하게 말을 계속했다.



허종만: “그리고 말이요. 지금 하마마쓰쵸에 있는 인터내셔널 기획 본사의 기능을 나카노신바시로 옮기게 되면 매월 100만 엔 가까이 지불하고 있는 건물임대료도 안 내도 되오. 얼마나 좋소, 경비 면에서도 아주 효과적이 아니요!”



거기에는 재정위원장인 최병조, 재정국장인 강영관, 인터내셔널 기획 사장 정춘식 등 재정간부이하 열대여섯 명의 관계자들이 있었지만 누구 하나 반대의견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좋은 안이라며 극구 칭찬하였다. 그러나 동포들의 장사를 방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답답한 나머지 내가 나서고 말았다.



한광희: “어째서 나카노신바시 여야만 합니까? 굳이 도쿄에 직영점을 내고 싶다면 동포들이 하지 않는 다른 곳을 찾아보면 되지 않습니까?”



허종만: “이미 결정된 사항이요. 당장이라도 착공식을 진행할 거요.”

한광희: (참을 수 없어 화 폭발) “이건 총련의 본분에서 완전히 벗어난 거 아닙니까? 당신, T건설로부터 대체 얼마를 받았소?”



한광희가 면전에서 허종만 부의장을 비판했다는 소문이 삽시에 퍼졌다. 나에 대한 동료들의 시선이 그 날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분하고 억울했다. 하지만 갈수록 커지는 허종만의 권력 앞에 나의 저항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북조선당국의 신임이 두터운 허종만은 그 무렵 책임부의장자리에 올라섰다. 제1부의장 리진규는 이미 은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명실 공히 허종만이 한덕수 다음가는 총련의 제2인자로 떠오르고 있었다.



결국 나카노신바시에 총련직영 대형 빠찡코점이 다음해인 1994년 6월에 새로 완공되었다. 동시에 엑셀도쿄주식회사가 세워졌고 그 곳에서 전국의 총련직영 빠찡코점들을 관리하게 되었다. 회사설립에 있어서는 군마의 도미오카시에 있던 동마상사의 명칭을 변경해 거기에 인터내셔날기획의 기능을 이전하는 복잡한 방식을 취했다. 그것은 외부의 눈을 속이기 위한 것이었다.



그 무렵 총련은 골프장개발에도 나섰다. 시가 현의 이시부쵸라는 곳에 국제대회도 치를 수 있는 규모의 일류골프장을 건설하고 싶으니 자금을 후원해달라는 한 동포기업인이 있었다. 허종만은 두 번째 만에 그 청을 쾌히 받아들였다. 아마 장래에 그 골프장을 총련의 수중에 넣어 회원제로 운영하면서 정재계 거물들을 접대하는데 사용한다는 달콤한 꿈을 꾸고 있었을 것이다.



골프장개발에 드는 비용은 총 100억 엔 가까이 되었다. 허종만은 전국의 조은을 통해 그 자금을 마련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런 담보도 없이 골프장개발에 100억 엔이나 융자해준다는 것은 조은으로서도 무리한 것이었다. 그 돈은 거의 조은교토가 마련했지만 나중에 한 푼도 회수하지 못했다. 결국 그 불량채권은 후에 조은긴끼의 2차파산 빌미로 되었다.



당시 조은긴끼 2차파산에 연루되어 체포된 조은교토의 성한경, 조은효고의 서경식 등 경영감각이 있는 리사장들은 골프장개발이 무모한 것이라며 속으로는 반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재정담당부의장은 조은의 인사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때문에 리사장이라 해도 허종만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던 것이다. 그와 똑 같은 골프장개발이 야마나시에서도 추진되었는데 역시 허종만의 지시로 조은에서 자금이 충당되었다. 즉 그 누구도 허종만의 폭주를 멈춰 세울 수 없었던 것이다.



그 무렵에는 나도 총련활동에 대해 완전히 의욕을 상실하고 있었다. 사회주의에 대한 꿈도, 조국통일에 대한 열정도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나를 엄습해온 것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끝없는 허무감이었다. 아무리 해도 안돼, 될 대로 되라, 될 대로,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나는 매일매일 자포자기로 살아가고 있었다. 특히 나를 괴롭힌 것은 극심한 자책감이었다. 현재 총련의 활동에서 단 하나라도 재일동포들을 위한 것이 있는 가? 오히려 동포들에게 피해만 주는 것들이 아닌가, 애써 부정하려 해도 어느 순간 다시 그 생각이 불쑥 치밀어 오르곤 했다. 그것은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인생의 모든 것을 죄다 부정하는 것이었다.



나레이션: 라지오 랑독 수기, “우리 조선 총련의 죄와 벌” 원작: 한광희, 각색: 서미경, 연출: 정민재, 랑독의 리광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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