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선총련의 죄와 벌

  • 방송정보 | 종영방송
  • 출연진행:

공식 SNS

제62부 새로운 갈등

우리 조선총련의 죄와 벌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2-10-09 18:44


1993년 초봄의 일이다. 후나바시 우리 집에서 언제나처럼 가볍게 한잔 하면서 저녁 식사를 끝내려고 할 때 현관의 초인종소리가 울렸다.



“여보 좀 나가봐요.”



설거지를 하는 아내의 말에 나는 곧장 현관으로 나가보았다. 문을 여니 몸집이 작은 한 남자가 서있었다.



남1: “한광희씨죠?”

한광희: “예. 그렇습니다만”

남1: “아사히신문기자입니다.”



그가 내민 명함을 보니 일본의 시사주간지 「 아에라 」기자였다. 「 아에라 」는 아사히신문사가 발행하는 주간지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내가 묻자 그는 대답대신 등본 한통을 내밀었다. 도쿄 분쿄구 조선출판회관 앞으로 되어있는 등기부등본이었다.



남1: “17억 3000만 엔이나 융자받으셨더군요.”

한광희: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남1: “1990년 4월에 대출받지 않으셨습니까? 대체 어디에 쓰려고 그 많은 돈을 빌리셨는지, 좀 말씀해주시지요."



도대체 뭔 말을 하는 건지 통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다짜고짜 캐묻는 그의 말에 발끈했지만 애써 감정을 자제하며 말을 받았다.



“무엇에 쓰던 당신이 상관할 바 아니요. 밤중에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뭐하는 겁니까? 너무 무례한 거 아니요?”



나는 거칠게 현관문을 닫았다. 동시에 그의 손에서 등기부등본을 낚아채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시 꼼꼼히 등기부를 살펴보던 나는 아연실색해지고 말았다. 틀림없이 그것은 도쿄 조선출판회관 토지와 건물에 관한 등기부등본이었다. 즉 1990년 4월 27일 내가 조선출판회관을 담보로 조은동경에서 17억 3000만 엔을 융자받은 것으로 되어있었던 것이다. 나로서는 정말 금시초문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기억은 전혀 나지 않았다. 17억이나 융자받았다면 리자만 해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3년 전 4월이라면…….나는 최대한 기억을 짜내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조국방문단으로 북조선에 가 있었다. 그 사이 일본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아닌 게 아니라 그 무렵 재정국장인 강영관이 전화로 서류작성을 해야 하니 인감도장을 가지고 와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순간 번쩍 하고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바로 그것이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중앙본부에 출근하자마자 직속상사인 강영관에게 왜 그랬는지, 거세게 따져물었다. 그 전년도에 나는 재정국 부국장, 강영관은 재정국 국장이 되었다.



“대체 누구의 지시로, 무엇 때문에 내 명의로 돈을 빌렸습니까?”



하지만 그는 요리 조리 말을 돌리며 도무지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다. 나는 끝장을 볼 기세로 곧장 10층에 있는 한덕수 의장실로 올라갔다.



내 말을 듣고 등기부등본을 본 한덕수의장은 깜짝 놀라는 기색이었다. 그도 내 명의로 융자를 받은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등기부상에는 인터내셔널 기획과 국토실업 등 총련계기업들의 명의로도 80억 엔 이상이나 출판회관을 담보로 융자받은 것으로 되어있었다. 한덕수 의장은 그 사실들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미 쓴바와 같이 조선출판회관은 도쿄 분쿄구 하쿠산 거리에 있는 13층의 거대한 건물이다. 당초 일본을 방문하는 북조선대표단의 숙박시설 목적으로 건설된 것으로 총련이 소유한 부동산가운데서도 몇 개 안되는 큰 재산인 것이다. 그것을 은행에 근저당 잡히고 담보대출을 받은 것이었다. 그런 중요한 일을 총련의장의 허락도 없이 몰래 추진했다니, 그야말로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이었다. 한덕수는 그 즉시 재정담당부의장인 허종만과 재정국장 강영관, 재정위원장 최병조, 경제국장 강윤경 등 재정국간부 전원을 의장실로 불러들였다. 나란히 선 간부들에게 한덕수가 분통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한덕수: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내 허락도 없이,”

허종만: “급히 자금이 필요해서…….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한덕수: (OL, 무섭게 화를 낸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나도 모르게 돈을 빌린 거야!



한덕수가 그렇게까지 무섭게 화를 낸 것은 처음이었다. 나 역시 가만있을 수 없었다. 나한테도 그것은 사활적인 문제였다.



“지금 당장, 내 명의로 된 것을 등기부상에서 말소하시오. 안 그러면「 아에라 」기자에게 죄다 까밝히겠소!”



정말로 내가 모든 것을 말해버리면 그 후과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때문에 이번에는 도리어 한덕수가 당황해하며 나를 달랬다. 결국 한덕수의 중재로 될수록 이면 그 일을 원만하게 조용히 처리하는 것으로 락착이 되었다.



「 아에라 」기자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계속 나를 찾아왔다. 내가 출근하는 시간에는 물론, 우리 집 근처 공원에 차를 세워두고 그 안에서 끼니를 해결하면서까지 줄곧 나를 쫓아다녔다. 물론 한덕수의장과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지만 그 기자의 끈질김에는 손을 들고 말았다.



나레이션: 라지오 랑독 수기, “우리 조선 총련의 죄와 벌” 원작: 한광희, 각색: 서미경, 연출: 정민재, 랑독의 리광명이었습니다.

전체 0

국민통일방송 후원하기

U-friends (Unification-Friends) 가 되어 주세요.

정기후원
일시후원
페이팔후원

후원계좌 : 국민은행 762301-04-185408 예금주 (사)통일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