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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조선 정책이 바뀌고 있다
미국의 조선반도 정책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지난 20여 년간 조선과의 양자대화를 통해 조선의 핵문제를 풀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특히 조선 당국이 3차 핵시험까지 강행하자 대조선 정책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즉 한국을 배제한 조-미 대화를 하지 않으며, 한국의 대조선 정책을 중심으로 미국의 조선반도에 대한 정책을 다시 짜겠다는 것입니다. 미국 당국은 이런 기조를 여러 외교 경로를 통해 박근혜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의 조선반도에 대한 정책은 다음달 초에 한국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하고, 역시 다음달 중순에 한국을 방문하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 등의 협의를 통해 구체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의 대조선 정책이 과거와는 어떻게 달라지는 것인지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미국은 6.25전쟁 때부터 유지돼온 한국에 대한 방어 공약을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키며 더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그동안 의견 차이로 합의를 못봤던 ‘조선 당국의 국지도발에 대한 한미공동 대비계획’을 지난 22일 합의하고 서명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6.25전쟁 때처럼 조선 당국이 전면전쟁을 할 때 대비하기 위한 ‘작전계획 5027’은 가지고 있지만, 연평도 사건 같은 특정 지역에서 일어나는 도발에 대한 공동 대비 계획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조선 당국이 특정 지역에서 도발할 경우 한국군이 우선 대응하고 미군은 한국 측과 협의해 개입 여부를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국지도발에 대한 한미공동 대비계획’이 합의되면서 한국군의 요청이 있으면 미군은 전력을 투입하도록 명시했습니다. 조선 당국의 도발이 있으면 사실상 자동개입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은 최근 핵무기를 탑재한 ‘B-52 장거리 전략폭격기’를 한국 상공에 파견했는가 하면, 재정난으로 국방비를 대폭 삭감해야 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증원되는 모든 전력에 대해서는 우선순위를 부여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더 강화하는 것을 기본으로, 조선반도에 대한 정책에서도 한국을 중심에 놓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그동안 미국은 조미대화를 통해 조선 당국의 핵문제를 풀려고 했습니다. 그동안 조선 당국은 한국을 배제하고 핵위협과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체결하는 문제 등을 내세워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추진해 왔습니다. 이런 협상과정을 통해 ‘통미봉남’ 즉 미국과는 통하고 한국을 봉쇄하는 전략을 써왔고, 한미동맹을 흔들기 위해 이간질을 벌여왔습니다. 미국도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미간 직접대화에 매달려 왔습니다. 하지만 1994년부터 20여 년간 수없이 조미간 양자대화를 해왔지만 조선 당국의 잦은 약속 위반과 도발로 미국은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지난해 2월29일 조미간 합의가 김정은 정권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깨지면서 미국은 대조선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당시 미국은 식량 24만톤을 조선에 지원하는 대신, 조선 당국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시험을 유예하기로 했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 이후 그동안 조선 당국의 핵문제를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미국내 이른바 ‘비둘기파’의 입지는 대폭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이들이 토론회를 열려고 해도 후원금조차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외면당하는 상황이 됐다고 합니다. 아무튼 미국은 그동안의 대조선정책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하게 됐고, 이후 한국을 중심으로 대조선정책을 다시 짜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에는 미국의 조선반도에 대한 정책이 한국의 대조선 정책의 근간이 됐지만, 앞으로는 한국의 대조선 정책이 미국의 조선반도에 대한 정책의 중요 방향으로 자리 잡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조선반도 정책에서 한국의 주도적인 역할이 그만큼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앞으로 한미간 논의를 지켜봐야겠지만, 이제 조선 당국은 한국을 통하지 않고서는 미국과 대화를 하기도 어렵게 됐고, 그렇게 되면 전통적인 ‘통미봉남’ 정책도 뚜렷한 한계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미국과 협상하기 위해서 한국을 위협하는 식의 수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조선 당국은 변화되고 있는 국제정세를 잘 읽고 한국에 대한 도발 위협을 중단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