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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당당하게 웃으면서 사세요

노래실은 편지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3-04-01 18:00

성옥 언니, 안녕하세요? 저 사촌동생 희옥입니다. 그동안 잘 계셨는지요. 사촌이라곤 하지만 우리가 서로 얼굴을 마주 한 적은 단 두 번밖에 안되더군요. 그 나마 어릴 적에 만난 일은 너무 희미하게 기억도 가물가물하네요. 우린 그냥 사진으로만 친척이었어요. 그래도 내가 탈북하기 전 해 막내 오빠가 결혼식을 하면서 서로 얼굴을 본 것만으로도 참 다행인 것 같습니다.


비록 만나서 서로 몇 마디 말도 변변히 못했지만 지금은 가끔 언니생각에 빠질 때가 많습니다. 어릴 적부터 뛰어난 외모로 인기가 많았던 언니, 그 덕분에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중앙당 5과에 뽑혔고, 그 후 김일성 주석궁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가문에 큰 영광이고 자랑이라며 친척 모두가 기뻐했었죠. 큰아버지네 집에 놀러 가면 언니의 화보 같은 큰 사진을 보면서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죽을 때까지 화려한 인생을 살 것 같았던 언니에게도 시련고비가 찾아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90년대 중반 김일성이 죽은 뒤 주석궁 해체로 사회에 나온 언닌 집 식구 먹여 살리느라 별의별 고생을 다 하셨죠. 낮에는 부끄러워 나오진 못하고 어둑어둑한 밤에 얼굴을 수건으로 가리고 나와 아파트 밑에 앉아 꽈배기를 팔 때 언니의 심정이 어떠했으리라는 것은 가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방에 있는 친정집에서 식량을 메 날라다가 식구를 먹여 살리기를 몇 십번... 하늘같던 처지가 땅으로 곤두박인 딸의 궁한 모습을 보는 큰아버님, 큰어머님의 심정은 오죽하셨겠습니까. 언니의 애들이 조카들한테서까지 평양 꽃제비라고 놀림 받을 때마다 큰어머님은 너무도 가슴 아파 눈물로 밤을 지새셨을 겁니다.


그 때는 다는 몰랐습니다. 언니의 생활이 왜 그렇게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지도. 그러면서, 한 때는 그래도 주석궁 안에서 온갖 행복을 다 누렸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거라 나름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토록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았던 언니의 신세가 옛날 왕궁에 잡힌 궁녀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너무도 원통하고 억울했습니다. 평범한 우리보다도 못한 삶을 살았을 언니가 너무나 가슴 아프게 저려왔습니다. 더욱이 지금에 와서야 뭔가 알 것 같은 언니의 결혼식 사진이 또렷이 밟혀옵니다. 일생의 최고의 날인 결혼식 날에도 전혀 행복하지 않은 언니의 얼굴이 너무나 많은 말 못할 사연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철저히 배일에 가려진 중앙당 청사, 그 검은 소굴 안에서 어떤 마음고생을 하셨을지 보지 않아도 다 알 것 같습니다. 여기 남한에 와보니 그 소굴에서 빠져나와 자유를 찾은 사람들의 증언은 그야말로 온 세상을 경악하게 했습니다. 조선의 곱고 어린 처녀들을 전부 자신의 노리개로 만든 김정일, 백성은 굶주리고 있는데 매일 저녁 추잡한 비밀파티나 즐기는 김정일의 비정상적인 사생활은 이젠 만천하에 고발됐습니다. 그 고운 얼굴에 미소 한 번 짓지 못하고 오직 한 곳만 응시하면서 마치 무언가에 압박을 받는 듯 한 언니의 결혼식 사진은 후 날 김일성과 김정일을 고발하는 증명사진이 될 것입니다.


언니, 지난날의 아픈 기억은 다 잊으시고 이제부터 활짝 웃으세요. 그 고운 얼굴에 웃음을 함뿍 담고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가세요. 세상에 영원한 비밀이 없듯이, 김일성이나 김정일이 아무리 비밀을 엄수하기 위해 피의 숙청을 해도 하늘을 속일 순 없습니다. 이젠 김정일이 천하의 가장 추악한 독재자라는 사실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 됐습니다. 그러니 언니도 이젠 어깨를 쭉 펴고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자신 있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이젠 세월도 흘렀고 그 소굴을 빠져 나온 지도 거의 20년이 돼 오고 있으니, 그 기간에 억척같이 살아가는 방식을 언니도 터득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버티며 사노라면 언제든지 좋은 날 맞이할 테니 그 날까지 기운내시고 힘차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다시 만날 그 날엔 언니의 웃는 얼굴 볼 수 있으리라 기원하면서, 언니 몸 건강히 안녕히 계십시오.


CM1 럼블피쉬_으라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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