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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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치지 못한 편지, 두 번째(최종회)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3-05-10 17:54

 


이곳에 와서 제가 북조선에서 듣고 배우던 것이 모두 다 거짓이었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됐습니다. 남조선은 경제적으로 발전하여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서구라파의 어느 나라와도 어깨를 나란히 겨루고 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말씀드려도 그것 인민들로서는 상상이 안 가는 일이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 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모든 일만 서민 집에도 거의 다 색텔레비젼, 냉장고, 전화, 녹화기를 가지고 있으며 두 집에 한 대 꼴은 자기 자동차를 가지고 있습니다. 북조선처럼 하루 세 끼 밥걱정하는 집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민들에게 모든 자유가 다 보장되어 있어 내 눈에는 이렇게 해도 나라가 유지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까지 들 정도였습니다.


 


소련 사람들도 여기 남조선을 방문하고 가면서 이곳이 바로 지상낙원이라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또한 모든 인민들이 우리 민족의 통일을 열망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형편이니 저는 아무런 신념도 보람도 부여할 수 없는 임무를 위해 목숨까지 내던졌던 자신이 부끄러웠고 허탈감마저 느끼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내 행위가 아무 죄도 없는 선량한 사람만을 희생시킨 살인행위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저는 다시 양심의 가책 때문에 몹시 시달렸습니다. 나로 인해 고통과 눈물의 나날을 보내는 유가족들을 생각할때마다 그 괴로움은 어디에도 비길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어머니, 아버지는 물론 주변 사람들로부터 귀여움을 독차지하다시피 하던 이 딸이, 어머니와 아버지가 그렇게 착하게만 키워 온 이 딸이 115명이 흘린 피를 손에 묻히고 살인자로 살아가야 하니 그 심경이 어떻겠습니까? 제가 어머니, 아버지의 딸이라는 사실조차 밝히기가 부끄러웠습니다. 그러나 이곳에 계시는 모든 분들은 저의 처지를 이해해 주고 위로해 줍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이 아무것도 모르는 너에게 그런 일을 시킨 것이 잘못이지 어찌 너 혼자만의 죄이겠느냐, 책임져야 할 사람은 따로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 모진 목숨을 살려 주시고 자유로운 생활까지 보장해 주셨습니다.


 


이곳에는 청진에서 살다가 가족 모두를 배에 태우고 북조선을 탈출해 온 김만철이라는 분이 있는데 나는 그분을 볼 때마다 너무나 부러워 눈물을 흘린답니다. 이런 지상낙원 같은 곳에 온 가족이 다 와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 가족이 우리 가족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봅니다. 하지만 어머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이곳에서 여러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 와서 깨달은 것은 너무나 많지만 그중에서도 통일의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독일이 통일되듯이 세계정세가 우리 조선에도 곧 통일이 오리라는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꼭 만날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 어머니, 아버지 부디 건강을 돌보시고 살아계세요. 지난 구정때는 북녘땅이 가까운 임진각에 가서 그쪽을 바라보며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가족들의 안녕을 빌었습니다. 그리고 매일 주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어요.



어머니, 아버지!


시커먼 먹구름 뒤에도 반짝이는 별이 있고 꽁꽁 얼어붙은 겨울 땅 속에도 봄을 기다리는 생명이 자라고 있습니다. 제발 희망을 잃지 마세요. 다시 만나는 날, 우리는 지나간 고통의 순간들을 털어놓으며 마음껏 울고 마음껏 웃게 될 것입니다. 할 말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여기서 아쉬운 펜을 놓겠습니다. 부디부디 건강하세요.


1991.5


부모님을 그리며 서울에서, 맏딸 현희 올림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마지막 시간이였습니다. 지금까지 청취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나레이션 : 대남공작원 김현희의 고백, 랑독에 박수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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