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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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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4-04-07 17:55


벚꽃구경

다윤; “정임씨~ 래일 뭐해? 집에만 있지 말고 우리 꽃구경 가는게 어때?”

퇴근 시간이 가까워올 무렵 다윤언니가 불쑥 나에게 물었다. 그러지 않아도 요즘 벚꽃축제요 뭐요 하는 말이 계속 들리기에 그저 신기하다고만 생각했는데, 마침내 다윤언니까지 꽃구경 가자고 제안했다.

참, 별일도 다 있다, 꽃이 폈으면 그저 눈으로 보면 되는 것이지, 뭐가 그리 새로울 게 있다고 구경이요, 축제요, 하면서 행사처럼 거들고 있는지 그저 신기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요즘 티비에서도 벚꽃축제에 대한 뉴스가 자주 나왔다.
 
날씨가 따뜻하니 꽃이 잘 피긴 했다. 우리 마을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나무들도 한 이틀사이에 꽃들이 순식간에 몽땅 피였다.

지난해에는 산수유나무가 제일 먼저 피고 그 다음은 개나리와 목련, 진달래가 피였는데, 올해는 순서도 없이 한꺼번에 다 피여 버렸다. 해마다 피는 꽃이지만 올해는 이래저래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꽃구경이라야 별거 없긴 하겠지만 오래만에 다윤언니랑 나들이한다고 생각하고 꽃구경 가기로 약속했다. 또 휴일에 집에서 뒹굴기 보단 시원히 바람도 쐬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다음 날 아침 약속대로 언니와 함께 여의도 공원에 갔다. 쭉 뻗어있는 여의도 공원길 량 옆 벚나무 가로수들에 벚꽃이 새하얗게 피였다. 텔레비죤에서 볼 땐 그다지 몰랐는데 실제로 보니 마치 하얀 꽃구름 속을 걷는 것 같은 게 정말 아름다웠다. 바람도 솔솔 부는 게 정말 그림이 끝내주었다.

꽃구경 하러 나온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지 새하얗게 핀 꽃을 보러 사람들도 새하얗게 모여들었다. 유모차에 애기를 태우고 나온 젊은 부부랑,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며 걷는 연인들, 그리고 로인들도, 모두들 꽃향기에 취해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특히 가족들의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 저 쪽에선 예닐곱살난 막내 딸의 성화에 못이겨 아빠가 딸을 목마 태우고 가며 온 가족이 행복한 웃음을 터뜨리는 모습도 보인다. 서로 웃고 떠들며 사진도 찍고 즐거운 휴식의 한 때를 보내는 이것이 바로 남조선 서울의 평범한 모습이다.

이런 기분인가? 그렇게도 꽃놀이를 즐기는 리유가?...  고향에선 왜 이런 기분을 느끼지 못했을까? 산기슭의 진달래가 붉게 물들어도 야산의 살구꽃이 활짝 피여도 먹구 살기 바쁘니 언제 꽃향기에 취해 있을 새가 있었으랴,

정말이지 남조선 사람들에겐 너무도 평범한 하루지만 한 끼 벌이도 숨이 가쁜 고향사람들에겐 너무나 사치인 것이다.

언제면 고향사람들도 배고픔을 다 잊고 꽃구경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까? 언제 꽃이 피고 지는지도 모르고 장마당 길거리에 앉아 그날을 무사히 먹고 넘길 걱정만 하던 그 지긋지긋한 생활에서 벗어나 인간답게 휴식의 한 때도 즐길 수 있는 날은 과연 언젤까?

다윤 언니도 내 맘을 알아챘는지 손을 꼭 잡고 말없이 묵묵히 걷기만 했다. 꽃들도 내 마음 다독이 듯 머리 우에 떨어졌다가 스르르 이마와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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