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자, 평성 여자의 결혼 이야기

  • 방송정보 | 종영방송
  • 출연최지우, 이분희, 박지민PD

공식 SNS

스물 두 번째 이야기-승진

서울 여자, 평성 여자의 결혼 이야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3-12-20 18:22

 

분희언니

딸아이 눈병은 결국 동생에게 옮겨갔고, 며칠 고생을 하긴 했는데 그래도 지금은 한고비 넘어갔어요. 고마워요 언니. 그리고 언니네 수도관 터져서 송년회 못간 이야기 들으니까 제가 다 속상하네요.  옛날 일이긴 하지만... 글구 저희도 가끔 수도관 동파사건이 있거든요. 추운날 물바다가 됐을 집을 생각하니 어휴- 생각만 해도 아찔하네요.

그리고 언니, 오늘은 기쁜소식있어요. 저 회사에서 승진했어요. 언니한테 축하받고 싶어서 편지써요. 결혼하고 애낳고, 그래도 내가 직장생활 잘 할 수 있을까 늘 걱정했는데, 1년만에 승진까지 하게 되다니 정말 좋네요.

회사에 다니면서도 늘 퇴근시간이 가까워오면 조마조마하고, 퇴근시간 되자마자 총알같이 튀어나가서 회사 그만두라고 하면 어쩌나 신경도 쓰였는데, 인정을 받은 거잖아요. 월급 올라가는 것도 솔직히 좋지만 그보다 내가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어깨가 으쓱하더라구요. 제가 다니는 회사가 언니도 알다시피 규모도 작고, 월급도 쥐꼬리만 한데 승진을 하고 보니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들어요.

그런데 한편으론 두렵기도 해요. 승진을 했다는 건 그만큼 내가 져야할 책임, 할 일이 많아졌다는 건데 지금 내 상황에서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우리 애들은 아직 어린데 할 일이 많아지면 퇴근이 더 늦어질거고, 휴가 쓰기도 더 힘들어지는데 어쩌나...하는 생각에 부담도 커졌어요.

말단 직원일 때는 위에서 시키는 일만 잘 하면 되는데 이제는 내가 사람들에게 지시도 해야하고, 일거리를 만들기도 해야 하니 아무래도 신경 쓸 일이 많잖아요. 

처음에는 마냥 승진한 게 좋아서 신났는데, 집에 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걱정이 앞서요. 내가 언제까지 애들 때문에 발목 잡혀서 더 쑥쑥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해야할까하는 생각도 들고, 머릿속이 복잡해져요. 그냥 가늘고 길게 할 수 있는 일 없을까요?

이래서 여자들 제일 좋은 직업이 선생님이라는 말이 나오나봐요. 근무연수에 따라서 월급은 착착 올라가고, 높은 자리라고 해봐야 결국 선생님이니...

저희 엄마가 고등학교때 사범대학교 가라고 그렇게 설득하실 때 그말 들었어야하는데 하는 후회까지 밀려와요. 워워... 너무 많이 나간거죠?

그래도 지금은, 일단은, 승진한거고,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거니까 좋게 생각할래요. 조금이지만 월급도 많아졌으니 형편도 더 나아지겠죠?

승진기념으로 언니한테도 한 턱 낼께요.
그리고 언니네 집에서 하기로 한 송년회도 신랑한테 한번 물어봐서 갈수있으면 갈께요. 북한식은 어떤건지도 궁금하고. 기대된다. 

그동안 건강하구요. 또 편지할께요.
지우가

22- 승진

지우에게

승진? 승진하였니? 지우야. 축하한다. 아련한 줄로만 알았던 네가 승진하였다니, 외유내강이라는 말이 널보고 하는 말이였네... 멋있다. 사회인으로써의 인격~내가 젤 부러워하는 여성상이야. 많은 사람들 중에 네가 승진할 수 있다는게 말처럼 쉬운건 아니잖아. 너의 능력에 인사를 보낸다.

남편이 뭐래? 승진하였다니까 만족해하니? 난 왜 너의 남편부터 궁금하지, 이상하게...ㅎㅎ

갑자기 우리남편이 생각난다. 그렇게 자고자대하던 사람이 왜 불안해서 날 그렇게 까지 질투하였는지... 흥미있지 않니? 지우야

뭐 승진까지는 아니지만 내가 사회기업에서 군부대기업으로 가게 되였거든... 같은 지도원 직급이였지만 군부대는 외화벌이 회사라 약간 선망하는 직업이였어...
내가 상대하는 사람들은 모두 무역회사 사람들이였고, 난 일이 너무 바빠서 시어머니를 모셔다 가사일을 보게 하였거든.

하루는 사장이랑 기지장이랑 우리 집 구경을 하자고 해서 들어갔어. 나두 우리 집 벽 한면에 쭉~걸려있는 1호사진을 자랑하고 싶었거든. 비록 모두 남편사진이였지만 말이야...
효과는 즉시 나타났어. 북한은 김일성접견 사진만 있으면 위신이 단번에 올라가거든... 훌륭한 남편하고 살고 있다고 사장이 칭찬해 주니까 기분이 좋더라...

남편이 들어 온 다음 우린 맥주한잔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어. 그런데 세상을 보는 눈이 교사와 사장이 완전 다르게 평가하는거 있지?
내가 듣기에는 사장말이 맞았거든... 그래서 사장말이 맞다고 그냥 내가 머리를 한번 끄덕이는데 남편인상이 확~ 변하더라구...

난 당황하였구 남편이 단지 자존심 상해서 그러는 줄 알았어.
그런데 그 후로 내가 회사에서 인정받고 잘 나갈수록 남편은 기뻐하면서도 불안해하더라구... 하물며 점장언니하고 집에 들어와도 기분이 안 좋아서 말도 하지 않다가는 훌 학교 나가고,.. 그때야 열등감이 질투로 변하였다는 걸 알았어.

하루는 참다못해 내가 왜 회사사람들만 오면 편안치 않게 분위기를 만드는가고 하였더니 자긴 아무렇지도 않은데 트집 잡지 말란다. 내가 할 말이 없잖아... 
난 한번도 내 직업이 남편보다 우에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거든... 내가 교사를 얼마나 하고 싶었는데, 앞으로 세상이 좋아지면 꼭 교사를 하겠다고 생각하리만치 남편을 높이 보고 살았는데... 이렇게 날 비참하게 만들어?. 처음 남편이라는 교사가 작아보였어.

남편 마음이 얼마나 상처가 되였는지 한국오니까 조금 알 것 같다.  이제야 철이 드는가?...
오늘은 이만할게.
언니로부터.

전체 0

국민통일방송 후원하기

U-friends (Unification-Friends) 가 되어 주세요.

정기후원
일시후원
페이팔후원

후원계좌 : 국민은행 762301-04-185408 예금주 (사)통일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