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자, 평성 여자의 결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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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한 번째 이야기-송년회

서울 여자, 평성 여자의 결혼 이야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3-12-20 18:22

 

분희언니에게

날씨가 너무 추워졌는데 건강은 괜찮아요? 눈도 오고, 진짜 겨울은 겨울이네요. 올해는 특히 추울거라는데 월동준비는 했어요? 저는 바람 안들어오게 현관문에 문풍지도 붙이고, 두꺼운 커텐도 바꿔달았어요. 저희 아파트는 복도식인데다 11층이라 북쪽에서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 들어온단 말이 딱 맞거든요. 문풍지가 별거 아닌거 같은데 바람들어오는 틈 좀 막았다고 거실이 엄청 따뜻해진 거 있죠? 언니도 한번 붙여보세요. 난방비도 많이 절약되요. 

날씨가 추워지고 연말이 되니까 여기저기서 송년회한다는 소식이 들려와요. 회사 송년회도 벌써 잡혔고, 대학동창들도 송년회 한번 하자고 그러고, 고향친구들도 한번 모이자고 연락이 오네요. 연중행사처럼 치르던 모임이긴 했지만 왜 이렇게 연말에 모이는 게 많은지 모르겠어요.

게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다닐 수가 없으니 신랑하고 시간 조절하기도 힘들고. 특히나 송년회는 12월에 몰려있고, 보통 금요일에 많이 하거든요. 그러니까 겹치는 것도 생겨서 누가 먼저 약속이 잡혔냐 가지고 실랑이도 해요. 한번은 신랑이 무슨 결혼한 애기엄마가 송년회 쫓아 다니냐고 한소리 하더라구요. 한두번은 그렇다 쳐도 다 찾아다닐 필요가 있냐면서..

아무래도 남자들이 송년회가 많긴 하겠지만 저도 직장생활하니까 그런 친목모임에 나가는 게 도움이 되거든요. 그런 연중행사에 빠졌다가 나중에 회사에서 나만 소외되기 싫거든요. 쉽고, 인간관계도 좀 더 넓히고 싶고, 나름대로 계산된 참가인데도 그렇게 신경이 쓰이네요. 

신랑은 회사 사람들 말고도 동기모임이다, 동창모임이다, 다 나가면서 저는 못 가게 하는 거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니에요? 신랑하고 이런 논쟁 하루 이틀 한건 아니지만, 이러다  또 대형싸움으로 갈까봐 결국은 제가 포기하고 말았어요. 

결혼한 지 8년이 넘었지만 남자의 일과 여자의 일에 대한 고정관념은 잘 안바뀌더라구요.

한 가지 웃긴 건, 신랑은 제가 그런 모임 나가서 남자애들 만나는걸 되게 신경 쓰더라는 거에요. 좋게 생각하면 나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가보다 하면서도, 자기는 여자선후배들 많이 만나면서 나는 못 만나게 한다는 건 너무 가부장적이잖아요? 

언니, 날씨 너무 추워졌죠? 옷 따뜻하게 잘 입고 다니구요, 조만간 봐요.
잘지내요.

지우가

 


21- 송년회

지우에게
지우야, 딸 눈병은 좀 낳니? 자식 아플 땐 차라리 엄마가 아픈게 더 낳다는 생각이 들지?...많이 속상했겠다.
너를 찾아도 못보구 난 어제 첫눈을 맞으면서 친구들과 웃으며 떠들어 댔는데, 편지를 쓰면서 생각하니 맘이 약간 그렇네...이해할 거지?...

그래도 송년회초청으로 걱정하는 너의 편지를 읽으니까 역시 사회활동가로 살아있는 모습이 느껴져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벌써부터 송년회 준비하니?
한국의 송년회는 어떻게 하니? 돈을 각자가 부담? 아니면 회사가 베푸는가? ...ㅎㅎ

12월이 되니까 북한 망년회로 즐거웠던 추억이 난다. 망년회는 그냥 모여서 서로 맺혔던 일을 술 한잔으로 터놓고, 젓가락장단에 노래하며 즐기는거야... 즐기는거까진 좋은데 망년회준비 할 돈을 모으는게 젤 힘들어. 남자들은 아내에게 망년회 돈을 타느라구 12월이 되면 열심히 집안일을 도와주는 척 하지...
그래도 내가 일하던 사무실은 다행이였어. 우리 후방부에 부업지가 있었는데 거기서 농사지은 걸로 개인부담 없이 망년회를 잘 보냈거든.
딱 한번 망년회 못 참가한 적이 있었어.
31일이였는데 하필 그날 수도관이 터질거 뭐야. 급수탑에서 일년내내 수돗물을 보내주지 않다가 겨울이면 동파를 막느라구 물을 보내거든... 우리 집 부엌으로 수도 원관이 지나갔는데 그 관이 낡아 터지면서 마루에 물이 차오르는거야...

점심먹으려 들어왔다가 난 너무 놀라서 급히 물을 퍼서 밖에 버리고, 급수소에 상황을 알려 급수를 중지시켰어. 오는 길에 장마당에서 일공을 불러 부엌콩크리트 바닥을 까고 수도관 새는 부위를 찾는데까지 몇 시간이 걸리더라...
마침 남편이 집에 들어와 얼마나 다행이던지... 수도관을 밀폐하려면 쥬브도 필요하였고, 깡줄도 불에 달구어야 하였거든...

그런데 남편은 망년회에 가기 전에 옷을 갈아입으려 들어왔던거래.  빨리 가겠다는 말을 못하겠던지 창고에서 자전거 쥬뷰와 쇠줄을 찾아서 내 앞에 가져다 놓더라구... 참, 내...  
5시부터 망년회시작한다는거야...
일공이 옆에 있어 말도 못하고 남편의 얼굴만 쏘아보고 있는데 학교선생들이 망년회가자고 찾아왔어.
우리 사무실도 그날 망년회였거든. 그러나 난 망년회가 중요하지 않았어. 다음날이 설날인데 1월 1일날 부엌바닥을 헤집어 놓은 채로 지낼 수는 없는 거잖아?
난 일공과 함께 밤 9시까지 깐드레불을 켜놓고 수도공사를 마쳤어. 그날은 왜 밤이 그렇게 길고 길던지...

이번 망년회는 30날 고향사람들끼리 우리집에서 하기로 하였어. 완전 북한식으로 할거야...
시간되면 너도 놀려와... 오늘은 이만할게.  언니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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