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자, 평성 여자의 결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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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연최지우, 이분희, 박지민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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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번째 이야기-친구

서울 여자, 평성 여자의 결혼 이야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3-12-05 17:44

 

분희언니,
언니가 말하는 인조고기가 진짜 궁금하다. 어떤 맛일지... 두부맛하고 비슷한가? 어쨌든.. 그건그렇고 언니, 오늘은 어쩐지 좀 우울한 날이에요. 진눈깨비가 와서 그런가? 언니는 갑자기 집을 뛰쳐나가고 싶을 때 있어요? 남편과 싸운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평소보다 유독 힘들게 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답답할 때.
전 가끔 그런 때가 있었어요. 갑자기 집이 마치 감옥같이 느껴지고, 한없이 외로워져요.

언니는 그런 때 어떻게 해요?
 
전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혼자서 웃긴 영화보는 거고, 다른 하나는 친구를 찾아가는 거에요. 그렇다고 갑자기 뛰쳐나가서 친구를 만나러 간적은 없는데, 한번 비슷한 일은 있었어요.
그것도 첫애 낳고 백일도 안됐을 땐데... 갑자기 집이 너무 싫은 거에요. 하루 종일 애기랑 씨름하는 것도 힘들고, 누구든지 붙잡고 아무 이야기든 하고 싶은데 신랑은 맨날 늦게 들어오고. 친정은 멀고, 날씨는 춥고.... 그런 날이었어요.

밤늦게 들어온 신랑에게 거의 통보하듯이 말했죠. 내일 나 친구 좀 만나야겠어!
신랑은 앞뒤 설명도 없이 대뜸 나온 말에 놀라서 눈만 꿈벅꿈벅하더니... 그...그래라. 하더군요.
그래서 당장 생각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현주야, 우리 내일 만날까? 나 점심 좀 사주라! 그랬더니 친구도 당황한 목소리이긴 했지만 그..그래! 뭐 먹고 싶어? 그러는 거에요.

다음날 정말 뒤도 안돌아보고 나왔어요. 신랑은 자기한테 화난 줄 알고 찔렸는지, 더 묻지도 않더라구요. 그날 애 낳고 처음으로 혼자 외출을 했는데 바깥공기가 어찌 그리 상쾌한지 정말 날아갈 것 같다는 표현은 이런 때 쓰는 거더라구요.

그렇게 친구랑 실컷 수다를 떨다가 느즈막히 집에 들어갔어요. 신랑은 애가 아무리 달래도 안그치더니 지쳐서 잔다고 화가 단단히 나 있었구요. 몇시간 혼자 얼르고 달랬으니 그럴만도 하죠.

어쨌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렇게 갑자기 연락을 했는데도 만날 수 있는 친구가 가까이 있었다는 거에요. 이게 사람한테 큰 위안이 된다는 것도 그날 알았어요. 얼마나 친구가 소중한지. 그냥 그 존재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친구.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친군가하는 생각도 해보고...
지금도 그날 만나준 친구랑은 둘도 없는 사이에요. 각자 사는게 바빠서 자주 만나진 못해도 크게 의지를 하고 있는 친구. 그리고 언니도 제게 그런 존재에요. 언니는 어떤 얘기도 잘 들어주니까.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가? 사람들이 그립다.
언니 보고싶어요.
잘 지내요~
지우가
지우에게

지우야 너도 그럴 때가 있니? 다심남편을 놓고 친구 생각 난다는게 놀랍다. 뭔 속상한 일이 있니?... 네 말이 맞어. 외롭고 힘들 때 형제보다는 친구를 찾게 되더라구.

나도 남편과 싸우고 싶을 때마다 찾아가는 친구가 있었어. 그 친구 집에서 꽝튀기를 먹으며 한참 입씨름 하고 나면 속이 풀리고 기분이 안정 되더라구. 그럴 때마다 난 늘 친구가 부러웠어. 아니 부러웠다기보다는 가지고 싶었다고 하면 더 정확할거야. 친구보다는 친구남편이라고 해야 되나?...

그 친구는 중학교 동창생이였는데 다시 만난건 우연이였어. 평성장에 약을 도매하려 왔더라구. 장마당에서 도매되는 항생제가 내가 만든 제품이였잖아... 친구는 한다리 걸치지 않고 나한데서 싼값으로 가져가서 좋았고, 난 맞돈을 받아서 넘 좋았어.
그와 난 학생 때 뜻이 같고 실력도 비슷해서 공부에서나 노래모임에서나 경쟁대상이였거든. 그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어. 이번에는 내가 우승자라는 허영심을 던지고 싶었던거야…

난 친구의 집에 놀려갔어. 자전거로 1시간 정도 거리였거든. 마침 문이 활짝 열려있어 멀리서부터 부엌을 들여다보며 가느라니까 머리에 세수수건을 두른 사람이 하수도에서 가마를 닦고 있드라구… 시엄마는 아닐테고, 언닌가? 난 자전거를 세우면서 인기척을 냈어.

 그때야 머리를 돌리며 나를 쳐다보는 사람이 친구남편이더라구... 참 난 깜짝 놀랐어. 분명 친구남편은 행정일군이였거든… 그런데 어떻게 여자일을 다 해주지?... 충격 그 자체였어.
“ 아니…강이 아버지 부엌일을 다 해주는가요?” 퉁명스럽게 내가 물었어.
“지금이 남자체면 차릴 땐가요? 에미네 나가 힘들게 돈 버는데 이정도야 뭐…”

그 순간 난 나의 남편이 떠올랐어. 지금껏 보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였던 내 생활의 도면이 어디가 허점인지 안겨왔거든. 친구남편이 물 좀 길어오겠다고 바께쯔 들고 나갔어. 키는 작고 눈은 크고, 체격은 외소한 여자들이 싫어하는 약점은 모두 가지고 있었지만 난 그 모습에 머리를 숙였어.

잠시후 친구가 장마당에서 들어왔고, 친구남편이 해놓은 밥에 된장국을 먹으니 그 맛 어떻다고 할까? 맨 강냉밥이였지만 구수했구, 기름 한 방울 들어가지 않은 찔개였지만 최고였어.

집으로 돌아와 난 남편에게 친구집에 놀려갔던 이야기를 하면서 아내일을 그렇게 도와주는 남자는 첨보았다고 말하였어. 그런데 그 말이 그만 쌈거리가 된거야.
“야. 너 밥이나 해주는 머저리가 그렇게 좋으면 가서 살아. 어디 남자가 주제비 없이 밥이나 하고 있어?...” 난 속에서 불이 낫지만 꾹 참았어. 소리 나면 내 망신이잖아.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난 친구한데 가서 속을 터놓았어. 그럴 때마다 남자의 현실을 더 절감하게 되였구…
참 인정하기 힘든 모순이였어.
오늘은 이만할께…   언니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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