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자, 평성 여자의 결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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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여덟번 째 편지-남매

서울 여자, 평성 여자의 결혼 이야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3-11-21 17:59


보고싶은 분희언니에게

잘 지냈어요? 전 잘 못보냈어요.
큰애가 며칠 동안 눈병에 걸려서 어린이집도 못가고 저는 애 맡길데 없어서 발만 동동 굴렀거든요. 전염성있는 질병은 어린이집에 보내면 안되서. 회사에 같이 데리고 왔다가, 하루 휴가를 냈다가, 친척집에 맡겼다가 그렇게 며칠 기운 쪽 뺐네요. 거기다 작은애도 옮을까봐서 조마조마하고, 하나면 어디건 맡기기가 좀 수월 하겠는데 둘이니까 더 힘들더라구요. 요즘 같아서는 능력도 안되는데 어쩌자고 둘을 낳았을까, 엄마는 어떻게 여섯을 키웠을까 그런 생각까지 하면서 요 며칠 고생을 좀 했어요..
 
사실 하나만 낳을 생각이었거든요. 어쩌다보니 둘째가 생기긴 했지만 우리 형편으론 하나 잘 키우는 것도 힘들다고 생각했던지라 둘째 생기고 고민을 좀 했었어요. 지금이야 둘이 딱 좋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문득문득 둘을 어떻게 대학 보내고 시집장가 보낼까 걱정이 앞서요.

주변에 셋째까지 낳는 사람들 보면, 집이 좀 사나보네? 하고, 형편이 안좋은데도 셋 이상 둔 집을 보고는 애국자라고 농담을 하기도 해요. 

북한에서도 애를 많이 낳으라고 독려해요?

우리 엄마때는 애 낳지 말라고 피임시술까지 시켜주더니 지금은 더 낳으라고 장려금까지 주는 형편이에요. 그래서 지방 어느 군에서는 셋째 낳으면 축하금으로 3천달러를 준대요. 저도 셋째 낳으려면 거기로 이사가야 할까봐요 ^^

저 태어나기 전에는 아들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키우자, 덮어놓고 낳다가는 거지꼴을 못 면한다 이런 캠페인까지 했었대요. 웃기죠? 딸 많은 집들은 기어이 아들을 낳으려고 여섯, 일곱을 낳았으니... 멀리 갈 것도 없이 저희엄마도 아들 낳겠다고 딸을 다섯이나 낳았거든요. 하하 

그런데 한 세대만에 더 낳아라 낳아라 하는걸 보면 참 세상 많이 변했어요.

근데 언니, 요즘엔 먹고살기는 편해졌는데, 그만큼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욕심도 커진 거 같아요. 그래서 하나만 낳아서 최고로 키우고 싶은 심정. 그것도 부모 욕심이겠죠?

저도 애들이 예쁠수록 더 잘키우고 싶고, 욕심은 생기는데 안되니까 답답한가봐요. 어른들은 아이들 그냥 둬도 큰다고 하시는데. 제 마음은 그게 아니니.

언니도 딸 생각 많이 날텐데 또 괜한 투정을 부렸네요. 미안해요.
건강하구요, 담에 또 편지할께요.
지우가

지우에게
지우야. 네 편지를 읽고 나니까 출산을 장려하는건 남한이나 북한이나 같네. 90년대 숱한 사람들이 굶어 죽은 담부터 북한에서도 출산을 적극 장려해. 자식 세 명부터는 동사무소에 등록되서 배급이 공급되거든…
어머니대회가 2000년대 열렸는데 우리동네에 딸을 아홉 명 낳은 여성이 참가하였어. 사실 그 여성은 아들 낳을 때까지 끝장 보겠다고 출산 하였는데 결국 아홉번 째 성공적으로 아들을 본거야. 동네사람들이 그 여성을 보고 미쳤다고 말하였는데 그럴만도 하였어. 자식 한 명도 먹여 살리기 힘든 세월에, 뭐 아들을 보겠다고 9명이나 낳는가고 시비도 했구 웃음거리도 됬구….
‘저 집은 뭐 먹고 살지?’ 9명 되는 자식을 가진 집을 가르켜 누구나 말하였어. 그러나 그 집 세대주가 전기제품장사를 하였는데 자식들을 한 명도 학교에 안 보내고 장사 시키면서 밥술은 먹고 살아가는걸 보니까 난 혀를 차야 될지, 감탄해야 될지, 벙벙했던 기억이 난다.
하긴 남 소리 할 것도 없는 것 같네. 난 어쩌구… 시아버지 생신 날 시집에 갔었는데 날 빗대놓고 시누이들이 욕 바가지를 해대는데…
“ 자기 편안 하겠다구 아일 하나만 낳는 여자들 보면 양심 없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가 크면 형제밖에 의지할데가 있어? 형제야 만들어 주는게 엄마지…” 시아버지 생신 날이라 난 속이 뒤틀렸지만 그냥 못들은 척 하였어.
시누이 말도 틀리진 않아. “형제밖에 믿을게 없다’ 북한에서 흔히 하는 말이거든. 이런 인식이 북 여성들에게 자리 잡히기 시작하면서 아이낳고 10년 된 여성들이 다시 고리를 뽑고 임신을 하는게 많거든…  그래서 자식 두 명이 평균이야. 나도 하나 더 날까 하고 생각하다가 그만두었어. 하나라도 제대로 키우면 되지 형제가 중요한게 아니였거든…
진짜 내가 양심 없는 여자인가? 뭐 이런 가책은 한적 없어. 북한에 있을 때 내 친구 집에 놀려갔었는데 그 집 남편이 자식을 하나만 더 낳자고 아내에게 말하자 친구가 이렇게 말하더라구… “ 지금도 내가 장마당지각생인데 아이를 또 낳고, 키우느라 시간을 허비하면 그 공백을 누가 메꿔요?...”  친구 말이 난 현명한 선택이라고 공감을 하였구, 그를 지지해주었어.
갑자기 우리엄마 생각나네. 우리엄마가 나를 낳을 때는 산원에 수령님교시가 이렇게 써있었대. ‘하나가 딱 좋습니다. 둘은 너무 많습니다. 셋은 양심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엄마가 넷째를 임신하였을 때 산과의사가 낙태 수술하라고 하는걸 아버지가 완강히 반대해서 낳은게 아들이였대… 70년대는 한국도 그랬니? 궁금하다.
지우야. 근데 요즘 왜 그런지 아이를 낳고 싶은 생각이 들어. 나이 먹어서 그런지, 아니면 북한에 있는 자식 그리는 맘인지 나도 잘 모르겠어. 하나만 낳은게 좀 후회도 들어.
지우야. 귀한 딸아들 두명이나 둔 네가 행복한거야. 절대 후회하지마… 우리 딸도 내 옆에 있었으면… 오늘은 이만할께.
언니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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