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자, 평성 여자의 결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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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일곱번 째 편지-연속극

서울 여자, 평성 여자의 결혼 이야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3-11-14 18:05

 

분희언니에게

언니, 잘 지냈죠?
언니는 연속극 보세요? 전 요즘 이민호 보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상속자들이라는 연속극인데요, 언니도 한번 보세요. 정말 재밌어요. 너무 잘사는 애들이 나와서 좀 기가 죽긴 하지만 저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눈과 귀가 즐거우니까 대리만족이 되는 거 같아요.

그런데 연속극에 푹 빠진 저를 보더니 신랑이 ‘드디어 당신도 아줌마가 되는구나’하는 거 있죠? 저는 신랑이 그런 소리 하거나 말거나 제가 좋아하는 연속극 하는 날은 애들도 일찍 잘 준비를 시켜요. 저도 제가 이렇게 연속극을 챙겨볼 줄 몰랐어요. 애들 컸다고 이제 좀 여유가 생겼나봐요 하하. 

어릴 때 저희 엄마가 저녁을 먹고 난 다음에 꼭 챙겨보던 연속극이 있었어요. 설거지를 하시다가도 그 연속극 할 때만 되면 젖은 손으로 달려오셨는데, 최근에는 저랑 전화통화를 하다가도 연속극 할 시간 됐다고 끊으라고 하신다니까요.

그땐 참 이해가 안됐어요. 연속극이 뭐라고 그렇게 텔레비전 속으로 빨려들어가듯이 보셨을까? 근데 지금 제가 그러고 있잖아요. 그러면서 주인들의 연기에 따라서 같이 울고 웃고, 나쁜 역할을 하는 배우는 그렇게 나쁘게 보이고. 저 저 죽일놈 하면서...

저와 주인공이 혼연일체가 돼있는 모습을 옆에서 신랑이 보고 있으니 얼마나 웃겼겠어요.

어떤 분이 그러더라구요. 아줌마들이 연속극을 좋아하는 이유는 연속극이 바로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래요. 그때는 그런가? 사람마다 취향이 있으니까 그럴 수도 있지 뭐 하고 웃어넘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그런 거 같아요.

직장생활을 하고, 사랑을 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시부모님들을 겪고... 그러다보니 연속극에서 나오는 소재들이 다 내이야기 같은 거에요. 연애, 사회생활, 결혼,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잖아요. 직접 겪었던 일들이고 늘 주변에서 보는 일이다보니 감정이입이 그만큼 잘됐나봐요.

그리고 아줌마들이 연속극 좋아하는 또 하나는 감수성이 풍부해져서 그렇대요. 치열한 생활전선에서 가족생각에 악도 생기고, 그래도 한없이 신랑 앞에선 연약한 여자이고 싶은... 그런 감정들을 늘 겪다보니. 생활 그 자체에서 오는 희노애락을 잘 표출한다나?

이유야 어쨌든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재밌는 연속극을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 할수있다는게 즐겁잖아요. 저도 매번 챙겨볼 순 없지만 그런 낙이 있다는 게 좋은거 같아요. 사람들에게 휴식과 즐거움을 주는게 바로 방송의 역할이라는 거창한 생각까지 드네요. 하하

누가 나더러 이제 너도 아줌마가 됐구나 이렇게 핀잔을 줘도 괜찮아요. 그것도 나름대로 제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자 쉬는 방법이니까요.
언니는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었어요?

언니의 편안한 휴식을 바라면서 이만 쓸께요. 답장주세요.
지우가  

지우에게
지우야. 너도 연속극을 좋아하는 구나? 나도 영화광이야. 난 영화 보여주겠다는 사람이면 곱새라도 좋아할꺼야… 아줌마 되서 그런가? 아닌 것 같은데, 북한에서는 연속극이라면 누구나 다 좋아해…

하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한국거라서 그랬는가? 왜 그렇게 미쳐서 한국 알판을 보았던지… 설날 전기오는 날이면 이틀을 밤새며 보았으니까 말이야… 알판을 보는 순간이 온갖 시름을 놓을 수 있었던 제일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한국드라마 다음으로 좋아한 것이 하나 있었는데 웃음극이였어. 평양웃음극장 배우 이윤홍이 직접 출현하였는데 북한생활을 생동하게 풍자하여서 배를 그러쥐고 웃군 하였어. 텔레비죤에 공식출현할 때는 그다지 웃기지 않았는데 자기 돈벌이로 한 독연은 너무나 웃겨서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외우고 다닐 정도였으니까…

평양시 공동변소에 대한 극이였는데 내용이 뭔지 아니? 용변을 보려고 간부들이 줄을 쭉 서있는데 먼저 들어간 사람이 나오지 않는거야… 기다리던 사람이 변소 문에다 대고 노래를 불렀어.
정다운 동무야 어서 나오라
어둠을 박차고 어서 나오라…
그러자 변소 안에서 한창 볼일을 보던 사람이 더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거 있지?...
침략의 무리 덤벼든다면
우린 용감히 싸워가리라.
이 노래 내용이 다 김정일 장군에 대한 충성의 맘으로 목숨으로 보위하자는 노래였거든… 그런데 그걸 배경으로 북한간부들의 권력싸움을 변소에 비겨 풍자한거였지… 암튼 나도 이 알판을 보고 집 앞에 있는 공동변소가서 해보았더니 온 인민반 사람들이 배를 그러쥐고 웃어댄거야.

또 다른 내용은 인민반동원을 풍자한 내용이야. 북한에서 모내기 때는 가두여성들을 볶아대거든. 그래서 문을 걸고 인민반장이 찾아도 대답을 하지 않자 반장 남편이 슬쩍 아내에게 아이디어를 준거야. 인민반장은 남편의 힌트를 받고 모내기동원에 나오지 않는 집앞에 가서 소리쳤어.
“… 강냉이 2키로에 컴퓨터 바꾸어 드립니다.”
“뭐 컴퓨터를 강냉이 몇 키로에 바꿔준다고?” 끝내 집에 숨었던 여성이 인민반장한데 끌려나가는 장면이야… 웃기면서도 어처구니가 없지?

이 알판 내용은 웃음극장 배우가 평북도 어느 사장의 생일날 초대되서 하였는데 그 집 주인이 그걸 녹화촬영해서 친지들 한사람씩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 급격히 인기알판이 되여버린거야.
순수한 군부대 선전대출신이였던 그는 북한의 밑바닥 현실을 이미 몸으로 체험 했던거야…

그런데 이것이 1호신소 되면서 그 배우는 2007년도 탄광으로 혁명화갔어. 알판도 물론 보안서가 동원되여 모조리 회수되였구… 그렇지만 그 내용은 유모로 남아서 지금도 사람들이 기억할거야…
재밌는걸 보면서 하루의 힘든 일을 다 잊는건 남이나 북이나 같은데, 하나 다르다면 북에선 재밌는거 보려면 몰래 봐야한다는 문제가 있다. 
북한녀성들도 자유롭게 보고 싶은 연속극 마음대로 볼 수 있는 그런 날 곧 오겠지?
오늘은 이만할께 지우야… 아프지 마.
언니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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