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자, 평성 여자의 결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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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여섯번째 편지-엄마 참여 수업

서울 여자, 평성 여자의 결혼 이야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3-11-07 18:22

 

분희언니,

언니 지난번 편지 잘 받았어요. 그리고 식당에 쓰인 영어는 저도 무슨뜻인지 몰라요. 그냥 멋있어보이라고 써놓은거에요. 아마 그 뜻 다 알고 보는 사람 많지 않을걸요. 사실 신경도 안쓰고요. 언니, 절대 그런 걸로 주눅들 필요 없어요. 아는 척하는 사람 많아도 실상 외국인 앞에서 한마디 못하는 사람도 많다는 거 잊지마세요. 그리고 언니는 중국어를 잘하잖아요. 전 그런 언니가 부러워요.

오늘은 큰아이 엄마참여수업에 갔다 왔어요. 어린이집에서 매년 하는 행사인데, 봄에는 아빠참여수업, 가을엔 엄마참여수업이 있어요. 이번에는 영어수업하고, 과학만들기 수업을 딸이랑 같이 해봤는데, 제가 해봐도 재밌던데요. 그리고 집에선 애기 같던 딸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다른 애들과 활동하는 모습을 보니 참 대견하기도 하고 많이 컸단 생각도 들고, 뿌듯했어요.

선생님이 앞에서 뭐라 뭐라 하니까 대답도 곧 잘하고, 노래도 어찌 그리 잘 부르는지. 갑자기 어깨가 으쓱 하더라구요. 저도 역시 딸바보인가봐요. 하하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전에 다니던 어린이집에서도 엄마참여수업이 있었고, 작은애는 아직 4살이긴 해도 매년 상담기간이 있어요. 국가에서 의무적으로 하도록 하는 것 같던데, 어쨌든 부모입장에서는 좋은 프로그램 같아요.

특히나 저희 애들은 하루에 10시간도 넘게 어린이집에서 보내는데 어떻게 보내는지 늘 궁금하거든요. 아침에 짜증내면서 갔는데 생활은 잘 하는지, 점심은 다 먹었는지, 또 어떤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을 때리는 곳도 있다는데 불안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서울어린이집은 아이들 교실에 CCTV까지 설치 해놓고 언제든지 부모들이 볼 수 있게 했어요. 저야 뭐 그건 좀 과하다 싶은데, 워낙 극성스런 엄마들이 많다보니. 그렇게까지 해주는 거죠.

이번에 보니까 저희 딸이 친구들한테 인기가 좀 있더라구요. 수줍음을 잘 타는 애라고 생각했는데 친구들하고 손장난도 하고, 노래하는 목소리도 크고. 발표도 잘하고. 어휴 저 또 딸자랑하는 거죠? 히히. 이제 그만해야겠다.

그리고 봄에 신랑이 아빠참여수업 갔던 얘기해줄까요? 그건 더 웃겼어요. 아빠랑 같이 가는 소풍이었는데, 아빠랑 하는 수업은 역시 몸으로 움직이는 게 많더라구요. 신랑이 한번 갔다오더니 어휴, 다음에는 절대 못 간다고 손을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힘들었나봐요. 애를 업고 뛰고, 체육대회 같았다나? 다른 아빠들도 쭈뼛쭈뼛하고. 다들 어색해했다고 하는데. 딸은 신났더라구요. 좋아하는 딸아이를 보니 힘은 들었겠지만 다음에도 또 보내려구요.

에효, 오늘도 애들 이야기하다가 시간 다가네.
언니, 잘 지내고, 담에 또 편지쓸께요.
지우가

지우에게
지우야, 엄마참여수업에 갔다고? 엄마가 자식 공부하는 것을 함께 본다는 것이니? 그냥 그게 다야? 봄과 가을에 한다는 걸 보니까 분명 북한에서 말하는 학부형총회와 비슷한 것이네…

네가 부모참여수업에 가서 딸의 재능을 볼 때 엄마만이 느낄 수 있는 흥분… 나도 잠깐이라도 느껴 보고 싶다.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 털이 제일 부드럽다고 한다는데, 하물며 넌 얼마나 기뻤을까?

나도 우리 딸이 유치원 다닐 때 학부형총회 갔었어. 하루는 우리 딸이 유치원에 갔다 와서는 공부하는 학습장을 펼치고 나한데 내밀지 않겠니? 선생님이 부모님한데 꼭 보여주라 그랬대. 그래서 보았더니 ‘학부형총회를 하려고 합니다. 저녘 6시까지 교실로 꼭 오세요’ 라고 선생이 직접 써서 보냈더라구… 전화가 없으니까 제일 정확한 통신방법이지뭐.

난 학부형총회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들뜬 맘으로 갔어. 처음이였으니까… 30명 되는 엄마들이 벌써 교실에 모여 있더라구… 학부형회의가 시작하기 전 엄마들의 수다는 역시 장마당소식이였는데 ‘따스 통신’같았어…

한참 있다가 담임선생이 들어와서 학부형 총회가 시작 되였는데 교실꾸리기 자금이 총회목적이란다. 우선 자기 자식들이 앉아 공부할 책상, 의자 값으로 1만원, 뼁끼, 회가루, 석탄값으로 5천원이라는 거야… 책상과 의자 값이 무슨 만원이나 들어 가는가고 속으로 내가 불만을 품고 있는데 성격 급한 어느 엄마가 불쑥 일어나더니 딱 질문을 하더라구…
“아니 무슨 책상의자가 만원이나 먹어요?”
“돈을 내기 힘든 어머니는 판자 3메터, 5*5각자 10메터씩 가져오면 됩니다.” 교양원 선생이 말했어.
그 말에 누구도 아무말 안했지만 방법이 없잖아. 자식을 내세우려는 엄마들은 죽을 먹고 굶으면서도 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 아예 내지 못할 자신없는 엄마들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도 않아…

학부형총회 끝나고 모두 우르르 교실을 나오면서 말 통이 또 터졌어…
“이건 뭐 무료교육이라더니, 벌써부터 세부담이 커서야 아이들 공부나 시키겠어.”
“어구~장마당이라도 맘 놓고 보게 하면 일없지… 며칠 죽기내기로 벌면 되잖아. 장마당도 못 보게 하구, 뭐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나…”. “아니, 판자가 시내한복판에서 솟아나? 장마당에서 사라는 말인데 결국 돈 내라는 소리 아니야?” 모두들 헤어질때까지 불만을 토로하면서 갔어.

난 그담부터 학부형 총회 한다면 아예 가지도 않았어. 그냥 돈 내라는 소린데 딸에게 물어보고는 절반 값만 보내군 했어. 마저 내라고 연락 오면 딸을 유치원에 못가게 했구… 
참… 기가 막히지? 북한 교육제도가 언제부터 이렇게 무너졌는지… 참, 슬픈 현실이다.
 
오늘은 이만할께… 언니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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