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자, 평성 여자의 결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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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네 번째 편지-생일, 두 번째

서울 여자, 평성 여자의 결혼 이야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3-10-25 18:26

 

분희언니,

오늘은 왠일로 신랑이 애들 데리고 놀이터에 나가서 언니한테 쓰다만 편지를 마저 써요.

언니가 내 생일 물어봤죠? 결혼하고 참, 내 생일에 대해서 기억나는 날이 별로 없네요. 딸하고 생일이 비슷해서 늘 제생일은 뒷전이에요. 심지어 작년에는 생일이 같은날이었다니까요. 전 음력이고 딸은 양력으로 생일을 쇄다보니 그런날도 있대요. 
신혼때는 신랑이랑 서로 선물도 사주고, 뭘 해줄까 기대도 하고 했는데, 지금은 그냥 의무감에 케익 사다가 자르는 정도죠 뭐.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생일은, 서른 세번째 생일이에요. 둘째 낳고 한창 산후우울증에 시달렸거든요. 서른살이 넘어가니까 괜히 마음도 심란하고 애기들하고 집에만 있으려니 우울증이 오더라구요.
그런데 신랑이 생일날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해줬어요. 생각지도 못하게 친구들을 맞았지만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었어요. 케익이며 음식을 잔뜩 사가지고 와선 왁자하게 맥주도 마시고 실컷 수다도 떠니까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그동안 힘든일도 다 잊혀질 만큼. 지금 생각해보니 참 감동적이네요.

언니가 동생이랑 수다 떨면서 십년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처럼, 나도 오랜만에 마음 맞는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니까 어찌 그리 신나던지. 그날은 애엄마라는 책임감에서 해방되서 맥주도 좀 마시고. 신랑도 그날은 애기가 울면 먼저 달려가서 안아주고, 친구들도 서로 애기를 봐주려고 하니까, 더 기분이 좋았어요.
생각해보니 신랑한테 고맙단 말도 못했네. 몇 년 같이 살면서 신랑하고 서로 마음을 더 알게 되긴 한거 같아요. 가장 나를 잘 아는 사람, 나를 잘 이해해줄 사람... 그 사람이 남편이더라구요.

물론 친구들이 집에 다들 돌아가고 다음날은 바로 원상태로 돌아가긴 했어요. 하하. 그래도 잠시였지만 나를 축하해주러 일부러 시간내 준 친구들이 고맙고 결혼 전엔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던 친구들을 만나기가 이제 참 이렇게 특별한 행사가 된다는 것도 새삼스러웠고. 다시 한번 결혼생활을 생각해 본 날이었어요.   

저도 언니덕분에 잊어버렸던 생일날 기억하고 즐겁네요. 그럼 언니 또 편지주세요.

언니, 근데, 언니 편지에 우메기가 뭐에요? 메기종류인가? 
다음에 또 편지할께요.

지우가.


지우에게

지우야. 네편지 받고 한참 웃었다. 우메기는 밀가루빵인데 기름에 튀겨서 설탕을 입힌거야. 근데 메기라고? 하하.
편지가 한동안 없어서 신경 쓰였는데, 네 편지 받고 다시 즐거워졌다. 그리고, 돌잔치에 갔었다구? 애기 돌잔치도 큰 식당에서 하네… 그리구 손님들이 갈 때 선물 준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 대목은 몇 번 읽어보았어…
‘이게 무슨 말이지? 접시는 뭐고, 컵은 뭘까?...’ 혼자 생각하다가 ‘아~맞다. 북한에서 대사에 온 손님들 갈 때 주인이 싸주는 음식선물…’ 하하하… 맞지?

돌잔치 말이 나오니까 잊어버렸던 추억들이 다시 생각나네… 어휴~ 말도말아, 내 우리 딸 돌 때 생각하면 10년은 수명이 단축되거 같다.

그날은 봄날이였어. 떡쌀을 로라하려구 로라칸에 갔는데 정전인거야. 밤에 한 시간이라도 전기가 오겠지하구 애가 타서 기다리는데 날이 밝도록 깜빡도 안하두라구… 돌잔치 손님들이 올 것이고, 그것보다는 돌상을 차려야 되는데, 아~ 내가 왜 전기를 예상 못했지, 속이 바질바질 타서 난 안정을 못하겠더라구.

그때 언니가 왔어. 내 얼굴이 하얗게 질린걸 보더니 즉시 자전거에 떡쌀을 20리밖에 있는 군수공장마을에 가서 로라해가지고 왔더라구… 얼마나 다행이던지 절이라도 하고싶었어.

난 그제서야 언니가 떡을 하는 동안 돌상을 차리기 시작했어. 장마당에서 빌려 온 상과자, 과일을 보기 좋게 놓고, 쌀을 가득 담은 커다란 밥사발 우에 500원짜리 돈 몇 장을 놓았어… 90년대 말 북한 돈 500원짜리가 처음 나왔었거든…
북한도 애기가 무엇을 잡을까 하구 권총, 책, 만년필, 돈을 놓는 것이 유행이지만 난 그냥 돌상 중심에 커다란 지구의를 놓았어. 상 앞에는 손님들이 부조한 애기 옷을 쭉 걸어 놓았구… 마지막에 급히 만든 떡을 상에 올려놓고서야 상차림은 끝났어.
마당에서 손님들이 내가 상 차리는걸 구경하는 바람에 더 땀을 뺀 것같애… 입당심의하는 것 같더라니까.ㅎㅎ

이제는 사진을 찍을 차례야… 애기 얼굴이 상에 가리우지 않게 이불을 두개 놓았는데도 낮아서 다시 베개까지 놓고 딸을 앉혔어. 그런데 좀 미타하더라구… 사진사가 애기를 뒤에서 붙잡고 있으라고 조언하길래 남편이 방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돌사진 찍는 동안 붙잡고 있었어. 그 다음은 시부모님, 형제들과 사진 찍고 상을 내리웠어.   

손님치를 시간이 된 거지. 첫 손님차례는 인민반사람들이였어. 매 사람당 큰 사라에 절편 5개, 송편 5개, 지짐 5개, 계란 한알, 사탕 3알, 빵 한 개, 꽈베기 2개를 놓아 따로 주고, 온반 한 그릇씩 매사람 앞에 놓아주었어… 다른 반찬은 그냥 공동으로 놓고 먹어… 그리고 노동신문 반장씩 매 사람당 나누어 주었어. 사라에 담긴 음식은 먹지 않고 모두 싸가지고 가거든…

가스등잔불 밑에서 우리 딸 돌생일 밤은 남편이 다니는 학교선생들의 노래로 축복되였어. 추엌하니까 맘이 즐거워지네…
오늘은 이만할께 지우야.
언니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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