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자, 평성 여자의 결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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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연최지우, 이분희, 박지민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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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세 번째 편지-생일

서울 여자, 평성 여자의 결혼 이야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3-10-17 17:44

 

지우에게


지우야… 네 편지 기다리다 내가 먼저 쓴다. 집에 먼 일 있는거 아니지? 올망졸망 아이들 키우느라 애쓰는 너를 생각하니까 언니라는 게 좀 미안하네… 내가 도와줄건 없니?  가까운데 있으면 아이라도 봐주면 좋겠는데…

나도 아이를 키울 때 세수도 제때에 못하구 하루를 보낼 때가 많았어. 화장은 아예 사치라고 생각하였고… 남편은 오히려 내가 화장 하면 이상하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그런 나도 화장을 할 때가 있었어. 그날 나는 화장도 이쁘게 하고, 옷도 좋은 것으로 입고, 몸에는 남편이 늘 치고 다니는 향수도 뿌렸어.
오전 수업을 끝내고 점심시간 집에 들어온 남편이 날 찬찬히 보지 않겠니?.
“ 바람났어… 먼 화장을 다 하구…”
난 아무 말도 안 하구 밥상을 차려 남편하고 점심밥을 먹었어. 찬이라야 뭐 김치지지개, 오가리, 인조고기…  밥을 한창 먹고 있는데 여동생이 오지 않겠니? 한 짐 싸가지고 말이야.
 동생이 방에 들어오면서 우리가 먹던 밥상을 보고 말했어.
“… 아저씨, 오늘 언니 생일인거 몰라요? “
남편이 처제 말을 듣더니 그때야 달력을 보며 멋 적게 웃더라.
그리곤 “…난 또 오늘 여자들 화장하는 날인 줄 알았지… 저녘에 뭐 해줄까?” 하는거 있지? 남편의 농담에 동생이랑 난 어이없이 웃고 말았어.
“언니, 따끈할 때 먹어봐, 우메기야” 내가 달고 고소한 우메기를 제일 좋아했거든… 동생이 내 생일이라고 우정 해 온 거야… 

 남편이 다시 학교 나간 다음 동생하고 둘이서 실컷 수다를 떨었어. 여자들은 제 천대 제가 한다는 둥, 남편도 남이라는 둥, …생일날 동생하고 속말을 확 터놓으니까 기분이 좋더라… 그날은 동생이 해온 음식보다 동생과의 속시원한 수다가 더 큰 선물이 됐던 것 같다. 그렇게 마음놓고 누군가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게 즐거웠어.

그렇게 저녁이 됐는데 남편이 내 생일을 축하한다구 라면을 사가지고 왔더라구. 라면이 북한에서는 비싸기도 하지만 귀한 음식이거든… 동생은 라면을 사온 남편을 보더니 “우리 아저씨가 제일이야”하고 애교를 떨었어.

그 라면이 얼마나 맛있던지...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라면 중에 제일 맛있었어. 지금도 그때가 생각나서 라면을 끓여 먹으면 그 맛이 잘 안나… 먹을 게 넘치진 않았지만 동생과 즐거운 수다, 남편, 딸이 함께 있었던 내 서른번째 생일날, 이젠 추억이 됐네.

그나저나 지우 너는 결혼하고 남편이 생일 잘 챙겨주니? 애들한테 하는걸 보면 너한테도 잘할거 같은데... 아닌가?

지우야, 답장 기다릴께.
언니로부터


분희언니에게


언니,편지 기다렸죠? 저도 이맘때면 언니 편지가 올 때 됐는데... 하면서 자연스럽게 편지를 기다리게 되요. 지난 주말에는 친구 애기 돌잔치에 다녀왔어요. 저보다 한참 늦게 결혼한 친구라 첫애도 늦게 갖고 이제야 돌잔치를 했네요. 주말에 무슨 행사라도 있으면 여유가 없이 휙 지나가버린다니까요. 그러다가 언니 편지받고 답장해야지 하면서 깜빡하고 말았네.

친구네 돌잔치 가보니까 몇 년사이에 돌잔치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친구네 돌잔치는 뷔페식당에서 했어요. 제일 흔한 거죠 뭐. 근데 친구내외하고 애기까지 옷을 딱 맞춰 입고 나와선, 친구 신랑이 직접 만든 성장 동영상도 상영을 해주니까 제법 근사하더라구요. 저희 큰애 돌잔치 할 때는 저나 신랑이나 영상 같은 걸 잘 못만들어서 포기하고, 1년 동안 찍었던 사진들만 쭉 엮어서 그냥 보여줬거든요. 옷도 셋이서 참 안어울리게도 난 한복입고, 신랑은 양복입고, 애기는 나하고는 영 다른 색깔의 한복 입었는데... 친구네는 애기와 엄마가 비슷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입고, 아빠는 같은 색계열의 턱시도를 맞춰입으니 깜찍하고 예뻤어요.  

그리곤 축하하러 모인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서 축하노래도 부르고, 돌잡이도 하고, 선물추첨도 했어요. 근데 언니, 사회자가 제 친구에게 돌잔치를 맞으며 하객들에게 한마디 하라고 시키니까 그동안 육아가 힘들었는지 울어버리더라구요. 전 속으로 앞으로가 더 힘들거다...하면서 웃었죠.

그렇게 친척들, 친구들이 한데 모여서 한바탕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아이의 건강과 미래에 대해 덕담을 하면서 돌잔치가 끝났어요. 집에 갈 때는 다들 아이 부모가 마련한 작은 감사의 선물도 받았고요. 친구는 예쁜 접시를 준비했더라구요. 전 컵을 준비했었는데. ^^

친구아이 돌잔치를 보니까 저는 큰애 돌잔치에 신경을 많이 못쓴 것 같아 괜히 맘에 걸리더라구요. 거기다 돌잡이에 필요한 물품도 그냥 즉석에서 모아서, 돈, 마이크, 컴퓨터마우스, 실, 연필 이런 것 대충 올려놓고는 잡으라고 했거든요. 딸은 돈을 잡았어요. 하하. 돈을 잡았으니 크면 돈 많이 벌겠죠?

요즘에는 돌잡이에 뭐 별게 다 올라가더라구요. 청진기, 연필, 실, 돈은 기본이고 거기에 한때 축구선수가 잘나가니까 축구공, 골프공, 휘겨선수 김연아 뜰 때는 장난감 스케이트까지 올리더라구요. 돌잡이도 유행 따라가나봐요.

참, 언니가 내 생일 어땠냐고 물어봤죠? 애들 생일 얘기하다가 그만... 정말 애들 생일, 남편생일, 시부모 생일 챙기는 건 다 내차지인데, 정작 내 생일은 누가 옆구리 찔러주지 않으면 제대로 생일상 받기 힘들다니까요.
그래도 언니는 형부가 귀한 라면까지 사다주시구, 좋았겠다. 언니, 오늘은 또 어딜 가봐야해서 조만간 다시 편지할께요.
언니, 잘 지내요.
지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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