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톡톡

“주인은 아무 의무가 없다는 걸 알기가 무섭게 마음이 가벼워진다. 책임만 안 지는 일이라면 모반을 위한 연판장에라도 서명을 하겠다는 표정이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저명한 학자들의 이름이 즐비한 가운데에 이름만이라도 입적시키는 것은 여태까지 이런 일이 있어본 적이 없는 주인으로서는 더없는 영광이므로 대답이 힘찬 것도 무리는 아니다.” p.59

“단지 웃기는 것은 이 한가한 족속들이 툭하면 바쁘다, 바쁘다 떠들어댈 뿐 아니라, 그 낯빛이 자못 바빠 보인다는 것이다. 잘못하다간 바쁘다에 치여 잡아먹히지나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얽매여 있다... 자기가 제 욕심에 볼일을 주제에 넘칠 정도로 만들어놓고는 힘들어, 힘들어 하는 것은 제 손으로 불을 활활 지펴놓고 더워, 더워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p.221

“주인은 뭐든지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숭배하는 버릇이 있는 것이다. 이건 반드시 주인만이 그런 것도 아닐 것이다. 모르는 것에는 무시할 수 없는 뭔가가 잠복해 있고, 예측할 수 없는 것에는 왠지 경건한 기분이 드는 법이다.” p.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