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녀맹원의 중국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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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전화

한 녀맹원의 중국일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1-08-07 01:23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주인집 아주머니가 쏘파 우에 올려놓은 손전화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마침 아주머니가 밖에 나간 터라 나도 모르게 손전화를 집어 들었다. 난생 처음 만져보는 물건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아주머니가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본적이 있지만 막상 손에 쥐니 가슴이 뛰였다. 머뭇거리는 와중에 소리가 잠잠해졌다.



죄라도 진 것처럼 서 있는데 밖에 나갔던 아주머니가 들어왔다. 조심스럽게 “전화가 왔었다”고 얘기하자 “그래? 누구한테 왔댔나?”며 손전화의 덮개를 열었다. 잠시 화면을 살펴보더니 딸이라면서 전화를 걸었다. 나는 딸과 웃고 떠들며 통화를 하는 광경을 얼빠진 사람처럼 지켜봤다. 알고 보니 상대방의 번호가 기록에 남기 때문에 누구한테 전화가 왔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정작 내가 부러웠던 것은 너무나 쉽게 시집간 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주인집 아주머니의 딸은 수천리 떨어져 있는 상해에 살고 있다는데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 조선에서는 몇 백리 안팎에 시집을 보내고도 여러 해 동안 목소리 듣기도 힘들다. 그런데 여기 중국 사람들은 자식들이 생각나면 언제든지 전화를 할 수 있었고, 콤퓨터와 인터네트가 발달해 가지 않고도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할 수도 있었다.



거리에 나가면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까지도 자유롭게 손전화를 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집집마다 전화가 놓여 있고, 전화방이라는 곳도 곳곳에 설치되여 있지만 그것도 불편하다고 손전화가 널리 보급되여 있는 것이다. 공기 속에 살면서 공기의 혜택을 모른다는 말이 있는데, 중국에서는 전화도 공기 같은 존재가 된 것 같다.



물론 조선에도 전화가 있다. 하지만 많지 않다. 내가 살던 인민반은 40세대였는데 전화는 두 집 밖에 없었다. 전화가 많지 않다보니, 이쪽에 전화가 있는데도 상대 쪽에 전화가 없어서 통화를 못하는 때도 있다. 또 집에 전화가 있어도 중국처럼 다른 지역이나 해외로 자유롭게 전화를 할 수도 없다. 집전화보다 더 비싼 손전화를 쓰는 것은 엄두를 내기 힘들다. 그래서 인민들은 급한 소식을 전해야 할 때는 전보를 리용하는데, 전기사정 때문에 제 때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통신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른 도에 살고 있는 일가친척들이 급하게 알릴 일이 있어도 전달하기 힘들다. 나도 어머님이 사망되여 넉 달이 지나서야 소식을 듣게 되었다. 전보를 쳤는데 제 때에 도착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렬악한 통신사정 때문에 부모님의 마지막 길도 지켜주지 못하는 불효자식이 됐다. 조선에 나 같은 사람이 한 두 명이 아닐 것이다. 우리 조선도 중국 처럼 하루라도 빨리 통신사정이 좋아져서 기쁜 일, 슬픈 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 오늘은 손전화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지금 세계는 ‘지구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통신기술이 발달했습니다. 먼 나라도 한 마을에 있는 것처럼 대화할 수 있는 세상에 북조선 인민들은 답답한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나라의 신경이라고 할 수 있는 통신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한 녀맹원의 중국 체험기, 다음 시간을 기대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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