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녀맹원의 중국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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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이 뒤바뀐 중국

한 녀맹원의 중국일기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1-08-07 01:23




조선에서는 저녁이 오는 게 무척 꺼려졌다. 밤이 되면 온 거리가 암흑 속에 잠기기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집으로 들어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둡기 전에 어떻게든 일을 끝내고, 밤에는 밖으로 돌아다니지 않는 게 습관처럼 굳어졌다.



중국에 처음 온 날 조선에서처럼 밤에는 절대로 나다지니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오산이었다. 저녁이 되자 거리 곳곳에 가로등이 켜졌고, 상점, 식당, 노래방, 맥주집 등 각양각색의 간판들에서 경쟁이라도 하듯 불빛을 내뿜었다. 조선과는 너무 다른 밤풍경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밖으로 나왔다.



내 눈길을 가장 끌었던 것은 나무를 장식하고 있는 색깔전기등이었다. 빨갛고, 파랗고, 노란 전기등은 꽃이 핀 것처럼 화려했다. 나중에 이 전기등이 밤거리를 밝히려고 한 것이 아니라, 상점이나 식당 같은 데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설치한 것이라고 해서 더욱 놀랐다.



중국의 거리는 낮보다도 밤에 더 활기가 넘쳤다. 식당이나 술집은 먹고 마시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환한 전등 아래서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들끼리 어울리는 풍경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전기불을 따라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어둑어둑해질 무렵이면 장이 서는 골목에는 매대마다 전등불이 켜져 있었다. 장사꾼들은 그 아래서 물건을 정리하거나 돈을 세기도 했는데 조선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은 가지런히 늘어서 있는 매대와 상점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닭알이며 소채, 돼지고기, 과일을 고르는 손길이 참 행복해 보였다.



나도 간단한 찬거리를 사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부엌에 찬거리를 내려놓고 불도 켜지 않은 채 창밖을 내다봤다. 집집마다 불이 켜져 있었다. 새하얀 불빛을 따라 저녁 짓는 냄새가 새어나왔다. 전기밥가마에서 밥이 끓고 텔레비죤 소리가 요란했다. 텔레비죤을 보다 웃긴 장면이 있었는지 박수를 치며 웃는 소리도 들렸다. 수돗물이 콸콸 쏟아지는 소리며, 어머니의 잔소리 소리, 아이들 뛰어다니는 소리,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차를 타면 조선까지 1시간도 걸리지 않는데, 밤 풍경은 수십년의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조선은 말 그대로 암흑세상이지만 중국은 옛 말에 나오는 새 세상 같다. 전기가 오는 날 보다 가는 날이 더 많고, 명절공급이라는 웃지 못할 말이 생겨난 내 고향, 언제쯤이면 우리 조선도 중국 인민들처럼 살 수 있을까?



- 오늘은 중국의 전기 문제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정춘실 녀성은 조선과 중국의 밤풍경을 암흑세상과 불 밝은 새 세상이라고 비교했는데, 참 적절한 표현 같습니다. 전기문제는 인민들을 위해 국가가 해결해야할 기본 문제입니다. 하루빨리 조선도 이 기본문제가 해결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한 녀맹원의 중국 체험기, 다음 시간을 기대해 주십시오.



나라의 동맥, 교통문제





내가 중국에 도착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기차를 타고 도문이라는 곳에 간 일이 있었다. 과연 시간대로 기차가 움직일지 꽤 궁금했다. 출발시간이 가까워지자 안내방송이 흘러나왔고, 사람들은 짐을 챙겨 역 홈으로 나갔다. 잠시 뒤 기적소리를 울리며 기차가 들어왔다.



기차에 올라 탈 때 약간 복잡하기는 했지만 좌석표대로 자기 자리로 찾아갈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차례를 지켜 기차에 올랐다. 혹시 기차를 놓치더라도 한 시간 전에는 다음 기차가 맞물려 있고, 택시나 뻐스를 타고 얼마든지 목적지에 갈 수 있기 때문에 타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도 없었다. 어쨌든 역 홈으로 나온 모든 사람들을 싣고 기차는 정해진 시간에 도문에 도착했다.



사실 표를 산 사람을 모두 태우고, 제 시간에 출발해서 제 시간에 도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조선의 렬차는 그렇지 않다. 특히 장거리 려행 때는 기차가 연착되고 심지어 며칠씩 한 역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굶어 죽지 않으려면 식량과 반찬을 따로 챙겨가야 하는 건 기본이다. 렬차행군이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조선의 기차려행은 고달프다.



이런 사정 때문에 써비차를 리용하지만 이것 또한 타기가 쉽지 않다. 써비차를 타자면 아침 일찍부터 차들이 지나다니는 길목에서 종일 기다려야 한다. 막상 자동차가 와도 힘없는 사람들은 밀려나기 때문에 차에 오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표만 사면 정해진 시간에 뻐스에 탈 수 있고, 표를 사는 것도 안내원이 콤퓨터로 몇 초만에 내준다. 그러니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모여도 질서정연하게 뻐스에 오를 수 있다.



한번은 온성에서 평양가기 보다 더 먼 거리를 뻐스로 간적이 있었는데 11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식량을 따로 챙겨갈 필요도 없었고, 저녁은 중간에 잠시 들른 휴게실에서 사먹을 수 있었다. 밥을 먹고 부드럽게 미끄러져 가는 뻐스 안에서 한잠 자고나니 목적지였다. 물론 버스표에 적힌 시간에 도착했다.



이렇게 중국은 기차뿐만 아니라 뻐스 로선도 잘 발달되여 있다. 1원만 내면 시내 곳곳을 뻐스로 갈 수 있고, 돈만 더 주면 귀빈처럼 모셔주는 택시를 쉽게 탈 수 있다. 오토바이나 자전거 같은 것은 일반 인민들이 어렵지 않게 리용할 수 있다. 능력만 있으면 자가용도 탈 수 있다. 이렇게 교통수단이 발달해 있기 때문에 중국 인민들은 어디든 불편없이 다닌다. 참 너무도 대조적인 조선과 중국의 현실이다.



조선의 교통문제가 풀린다면 나는 제일 먼저 아버지, 어머니의 산소에 가고 싶다. 10여 년동안 보지 못한 동생들도 만나고 싶다. 동생들과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함께 울고 웃고 싶다. 언제쯤 그런 날이 오게 될까?



- 나라의 동맥이라고 할 수 있는 교통문제가 해결되면, 부모님이 묻혀 있는 고향집에 가고 싶다는 정춘실 동무, 이 소박한 소망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기원해 봅니다. 한 녀맹원의 중국 체험기, 다음 시간을 기대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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