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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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 56

황장엽 회고록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1-08-16 17:29




전 로동당 비서 황장엽의 고백, ‘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56부





지난 이야기: 김일성이 사망한 후, 인민들은 더 열심히 일했지만 생활형편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당에서는 김일성의 시신을 영구보존하는 문제와 동상에 꽃을 바치는 문제로만 시끄러울 뿐, 누구하나 인민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나서지 않았습니다. 황장엽은 이런 상황이 미친 짓으로 보였습니다. 인민들이 끼니를 굶고 있는데 언제까지 동상에 꽃을 바치는 놀음을 계속 해야 성이 찰는지 어이가 없었습니다.







김일성의 70회 생일 때, 그에게 ‘대원수’ 칭호를 바치자는 의견이 제기되었을 때 나는 반대했었다. 내가 그렇게 공식적으로 반대하던 자리에 김정일도 있었다. 나는 김정일이 동석하고 있어 더 확실히 말할 수 있었다.



“수령님에게 군사지도자로서의 칭호를 붙이기보다는 정치가로서의 위대성과 덕성의 위대성을 부각시키는 존칭을 올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일이 유일하게 내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결론을 내렸다.



“남조선해방전쟁을 승리적으로 끝마치고 수령님을 통일의 광장에 높이 모실 때 대원수 칭호를 올리도록 합시다.”



김정일은 당시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러다가 김일성 80회 생일 때에는 김정일에게 원수 칭호를 주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나는 반대했다.



“수령님에게 대원수 칭호를 올리는 것은 좋지만 지도자 동지에게 무엇 때문에 원수 칭호를 올려야 합니까? 원수 칭호는 군사칭호지만 최고사령관은 군사 칭호가 아니라 군대의 수령이라는 뜻이니 이보다 더 높은 칭호는 없습니다. 차라리 최고사령관 복장을 제정하고 지도자 동지께서 최고사령관복을 입도록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민무력부장이 이미 수령님께 보고를 올려 김정일에게 원수 칭호를 주는 것이 좋다는 승인을 받았다는 것이다. 봉건주의와 군국주의는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다. 나는 북한 의 간부들이 봉건사상을 가진 자들이라는 것을 고려하지 못한 채 쓸데없는 말을 했다고 후회했다.



10월이 되자 로씨야 자유민주당 당수인 지리노프스키가 수십 명의 대의원을 수행하고 그의 가족과 함께 평양을 방문했다. 나는 그 전에도 모스크바에서 지리노프스키와 그 밖의 당 간부들을 만났었다. 또 주가노프를 비롯한 여러 공산당계 간부들도 만나 알고 있었다.



김정일은 지리노프스키의 방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그 당과 연계를 가져 그들이 로씨야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중심이 되도록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나에게 밝혔다. 그러면서 백만 불을 내놓겠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김정일은 그때 많은 외화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이 무렵에 나는 인민들의 식량난이 심각하여 농업담당비서가 비난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적지 않은 외화를 그처럼 쓸데없는 데 탕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좀 더 검토해 보자면서 일단 돈을 주는 일에는 찬성하지 않았다.





무더기 죽음의 시작



한편으로는 나라가 언제 파산할지 모르는 불안한 나날이 계속 되었다.



나는 더 이상 김정일에게 의존하여 주체사상 선전을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그에게 주체사상 선전비용을 세계 각국에 있는 주체사상 조직들, 나아가 친선관계를 맺고 있는 당들과의 협조를 통해 자력으로 벌어보겠다고 제의했다. 그때까지는 매년 김정일로부터 주체사상 선전자금으로 120만불 가량을 받아썼다. 이 외화는 근래들어 국제부가 쓰는 외화예산의 무려 3배나 되었다.



김정일은 외화벌이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었다. 나는 외화를 벌려면 국가보위부를 끼고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국가보위부가 우리의 외화벌이를 적극적으로 돕도록 김정일의 비준을 받았다.



세계 각국의 주체사상 선전기지를 한데 묶어 사업을 하려면 국제재단을 만들어야 하는데, ‘주체재단’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출연금이 필요했다. 그래서 자금을 걱정하고 있는데, 우연히 주체사상 신봉자인 라오스의 한 젊은 사업가가 백만 불을 무이자에 무기한으로 빌려주겠다고 나섰다. 결국 그 사업가를 재단총재로 해서 이사장에는 내가, 그리고 김덕홍을 재정책임자로 하여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주체재단을 등록했다.



내가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주체사상 선전을 김정일의 통제에서 벗어나 비교적 자유롭게 독자적으로 해보려는 취지에서였다. 나는 김덕홍을 통해 종래의 주체사상 선전물과는 다른 선전물들을 해외로 내보냈다. 만일 검열에 걸려도 기업가나 종교가들을 상대로 한 것이라고 변명할 수 있도록 우상화 선전이나 계급투쟁 선전 부분을 빼버린 내용이었다.



이 홍보물들은 금세 효과를 나타내어, 우리는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나는 김정일을 안심시키기 위해 첫 수익금 80만 불에서 50만 불을 바쳤다. 김정일의 기쁨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김정일은 간부들과의 회식자리에서 “황 비서는 순전히 주체사상을 팔아 500만 불을 벌어 당에 바쳤는데 당신들은 뭘 하고 앉아 뭉개고 있는가?”라며 50만 불을 500만 불로 둔갑시켜 호통을 쳤다고 한다. 그러자 그 자리에 참석했던 간부들이 나를 찾아와 어떻게 500만 불을 벌었는지 집요하게 물어보았고, 더구나 총리는 제발 30만 불만 빌려달라고 조르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중앙당 부서 산하기관들 중에 외화벌이를 하는 유령회사들은 있어도, 중앙당 기관이 직접 운영하는 외화벌이 회사는 전혀 없었다. 그것을 국제비서인 내가 직접 관리하다 보니 해외교포들도 적극 나서서 도와 주었다. 비밀을 유지하려고는 했지만 소문이 국내에 빠르게 퍼져, 김덕홍에게 물건을 사다달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 비서들도 나에게 약이나 북한에서 구할 수 없는 것들을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황장엽의 회고록 ‘나는 역사의 진리를 보았다’ 56부를 마칩니다.



연출: 박은수 / 낭독: 리은혜, 남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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