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민들에게

김정은씨. 당신은 김정일의 아들로 태어났고, 그가 죽었다는 이유로 한나라의 운명을 통째로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올라섰습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당신이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나라의 앞날을 위하여 밤잠을 설치며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권력의 단맛을 맛보며 호화찬란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당신도 알고 있을 겁니다.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당신으로 이어져온 3대 세습이 20세기 이후 세계에서는 있지도 않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아마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당신의 나라가 전 세계에서 조롱을 받고 있다는 것도 아마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리유로 저는 당신이 북조선의 최고권력자가 되었다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김정은씨. 당신에게 한번 묻겠습니다. 한 나라가 과연 개인이나 가족의 것인가요? 그러한 것이 용납이 될 수 있는 일일까요. 북조선이라는 나라에 김씨 왕조가 들어섰다는 말에 당신은 과연 떳떳한가요.



저는 당신이 어릴적 북조선을 떠나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 만큼 지금 북조선이 어떠한 상황에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당신이 이어받은 나라는 국가의 배급능력과 행정능력이 극심히 붕괴되었습니다. 제대로 운영이 되는 공장과 농장은 거의 없고, 관료들의 부정부패도 심각합니다. 인민들은 어떠할 거라 생각하나요? 겉으로는 당신에게 충성을 바치겠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안으로는 이미 희망을 잃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혹시 당신은 북조선의 많은 인민들이 마약중독자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그리고 그 비극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런 나라를 만들어 버린 사람은 바로 당신의 아버지인 김정일입니다. 북조선의 온 인민의 자유를 꽁꽁 묶어서 세계에서 가장 인권이 락후한 나라로 만든 장본인이 바로 당신의 아버지입니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고 해서 본인과 가족까지 정치범 수용소에 넣어버리고서 짐승만도 못한 삶을 살게 만든 사람이 바로 당신의 아버지입니다.



당신의 아버지의 죄악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이 있습니다. 당신은 1983년생이지요. 그러니 아마도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1990년대 중후반, 당신의 할아버지의 죽음 이후 북조선에서는 수백만 명의 인민이 굶어죽었습니다. 당시 당신의 아버지에겐 얼마든지 주민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돈과 능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아버지는 주민들을 살리는 데 아무런 관심이 없었습니다. 수백만 인민이 죽어가던 그 때, 당신의 할아버지인 김일성의 무덤을 치장하기 위해 8억9천만 딸라라는 돈을 랑비했습니다. 그리고 그 무덤엔 얼마 전 당신의 아버지도 묻혔습니다.



북조선은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는 나라였습니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인민들이 있는 나라였습니다. 교육열이 높고, 사회발전에 대한 욕구가 있는 인민들이 있는 나라였습니다. 빠른 속도의 경제성장이 얼마든지 가능했던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북조선이 지금은 어떠한가요.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락후한 나라가 되어버렸습니다.



과연 이것이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 것일까요. 가장 많은 권한과 권력을 가진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책임을 지지도 않고 당신의 아버지는 그렇게 떠나버렸습니다. 이 뿐만인가요? 당신의 아버지는 평생을 걸쳐 핵무기를 개발하여 동북아시아와 전 세계를 끊임없이 몰고 갔습니다. 물론 남조선을 향한 각종 군사도발은 말할 것도 없구요. 남조선과 일본의 인민을 무단으로 랍치하여 간첩으로 활용하는 어이없는 짓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겉으로만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자신을 믿고 따르던 인민을 고통과 가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끊임없이 학대하고 세뇌시키는데 열을 올린 사람이 바로 당신의 아버지었습니다.



김정은씨. 당신은 과연 아버지에게 어떠한 것을 배웠나요. 아마도 권력과 독재를 유지하는 법을 배웠겠죠? 그러나 정작 당신이 배웠어야 하는 것은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아버지가 얼마나 잘못된 길을 갔는지, 그래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었는지를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교훈삼아서 당신의 아버지가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합니다.



김정은씨. 당신에겐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당신의 아버지가 지은 죄를 씻을 수 있는 기회가 당신에게 있습니다.



그것은 개혁개방과 민주화의 길로 가는 것입니다. 당신의 아버지가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인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했던 모든 것을 해체해야 합니다. 시장을 통제하는 일이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 국경을 넘어가는 주민들에게 총을 겨누는 일이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 정치범수용소를 해체하고 공개처형도 사라져야 합니다. 인민의 생존과 재산을 침해하는 행동을 중단하고 자유와 평등을 보장해야 합니다.



물론 아버지가 지은 죄를 아들이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아버지로부터 후계자로 선택된 이상 당신은 더 이상 일개 개인이 아닙니다. 당신은 개혁개방과 민주화라는 새로운 조선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력사의 반동으로 내몰려 아버지의 몫까지 심판을 받을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만일 이런 력사의 운명을 거부하고 싶다면 당신의 이복형처럼 정치를 떠난 채 조용히 살길 바랍니다.



나는 당신과 같은 83년 1월에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론 당신의 지금 처지가 더 딱하고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당신이 아버지와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북조선의 발전을 바라는 남녁의 한 청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