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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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부 북조선과 남조선

부치지 못한 편지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1-08-07 01:22




샘, 지금 평양은 흥분의 도가니네. 남조선의 대통령이 력사상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했다네. 거리에는 꽃을 들고 환영하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네. 여기 사람들은 래일이라도 당장 통일이 될 것처럼 기뻐하고 있다네. 북조선 사람들이 감정 표현에 인색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만큼은 아니더구만.



비자 련장 때문에 평양에 왔는데 덕분에 좋은 구경을 하게 된 것 같네. 약품 지원 문제로 적십자사 사무실을 찾아갔는데 마침 남조선의 고위 공직자가 와 있더군. 이철수라는 사람이었네. 오랜 만에 외부 세계의 사람을 만나니 몹시 반갑더군. 더욱이 남조선에서 왔다고 하니 물어보고 싶은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었네. 하지만 그 사람과 몇 마디 나눠 보고는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네.



이철수 : 한스 선생이라고 하셨죠. 참 좋은 일 하고 계십니다. 저희가 해야 될 일을 이렇게 먼 곳에서 오신 분이 하고 계시네요.



한 스 :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 걸요.



이철수 : 이제 상황이 점점 좋아질 겁니다. 이번 수뇌회담을 계기로 우리 정부는 북조선에 대대적인 지원을 할 계획입니다. 물론 의료협력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한 스 : 여기 의료상황이 너무나 렬악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철수 : 우리 민족의 일인데,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시대가 이렇게 변했으니, 남조선과 북조선이 함께 도움을 주고 잘 살 일만 남았습니다.



한 스 : 그래, 의료 시설은 좀 둘러 보셨습니까?



이철수 : 아니요, 직접 가보지는 못했습니다만 관계자들한테서 설명은 다 들었습니다. 여기 사람들이 제일 잘 알고 있지 않겠습니까?



한 스 : 아, 그런가요.....



이철수 : 그나저나 한스 선생은 좋겠습니다. 이렇게 공기 좋고 물 좋은 평양에서 살고 있으니 말입니다.



한 스 : 전 평양에 있지 않고, 황해도 해주에 있습니다.



이철수 : 아 그럼, 더 좋겠네요. 평양이 이 정도이면, 지방은 얼마나 공기가 좋겠습니까? 예로부터 우리 조선반도가 경치가 좋기로 유명한데, 북쪽은 그게 잘 보존돼 있는 것 같습니다. 통일이 돼서 남한 사람들이 보면 얼마나 좋아할지 상상이 갑니다. 이렇게 력사적인 수뇌회담도 이루어졌으니 곧 통일이 되겠죠. 정말 생각만 해도 가슴이 뜁니다.



한 스 : 하긴, 여기 평양 주민들도 통일을 정말 바라고 있긴 하더군요.



이철수 :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드디어 헤어져있던 핏줄이 만나는 건데요. 안 그렇습니까? 하하하



샘, 그는 평양에 와 있다는 사실에 무척 흥분하고 있었네. 마치 력사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행동했네. 하지만 샘, 난 정말 묻고 싶었네. 북조선이 어떤 곳인지, 당신네들이 말하는 민족이 지금 어떤 처지에 있는지 아느냐고 말일세.



해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김복식에게 리철수 이야기를 했더니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더군.



한 스 : 김선생, 남조선 사람들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북조선에 잘 보이려고 안달이 난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남조선에서 북조선에 뭐 바라는 거라도 있답니까?



김복식 : 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인데, 남조선 정치인들이 그걸 진짜라고 생각하는게 문제지요.



한 스 : 거참 뜻밖인데요. 가장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곳 실정을 그렇게도 모 르고 있다니.



김복식 : 남조선이나 북조선이나 정치하는 사람들이 다 똑같겠죠 뭐. 나도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데, 이번 수뇌회담이 끝나면 남조선에서 딸라가 무지하게 들어올 거라고 하더군요. 지금 평양간부들은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까 해서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눈치입니다.



한 스 : 남조선에서 그렇게까지 하는 속셈을 잘 모르겠네요.



김복식 : 다 계산이 있겠지요.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습니까?



둘만 있게 되니, 김복식의 처가 문제가 어떻게 됐나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네. 절대로 아는 척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 했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겠나.



한 스 : 김선생, 벌써 두 달이 지났는데 장인어른 문제는 어떻게 됐습니까?



김복식 : 그러지 않아도, 한스 선생이 꼭 물어볼 줄 알았습니다.



한 스 : 김선생이 하도 당부를 해서 잠자코 있었는데 정말 걱정 많이 했습니다.



김복식 : 아무리 생각해도 집사람이랑 이혼은 못하겠어요. 호강은 못 시켜줘도 결혼 때 평생 같이하겠다던 약속은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한 스 : 그래요. 그래야지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김복식 : 그나저나, 한스 선생, 입국사증 연장하는 걸 보니 조선에 좀 더 있을 생각이신가 봅니다.



한 스 : 네. 조선에서 더 활동을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지금 나가면 김선생을 다시 보기 힘들지 않겠습니까.



김복식 : 한스 선생이랑 헤어지면 정말 섭섭할 것 같습니다. 선생은 제 평생의 은인입니다. 못 잊을 겁니다.



한 스 : 왜 또, 그런 말씀을 하세요. 부끄럽습니다.



김복식 : 한스 선생,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다시 한 번 부탁드리겠습니다. 제 이야기는 꼭 비밀로 해 주십시오.



한 스 : 걱정마십시오.



아내와 이혼을 하지 않겠다고 한 김복식의 결심을 나는 지지하네. 제발 김복식의 가정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도록 자네도 기도해 주게나.



2000년 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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