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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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부 슬픔에 잠긴 친구

부치지 못한 편지
작성자
국민통일방송
작성날짜
2011-08-07 01:22




샘, 늘 밝은 모습을 보여주던 김복식의 얼굴에, 요 며칠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어서 걱정이네. 그냥 지켜만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모른 체하고 부딪쳐 보기로 했다네.



한 스 : 김선생, 요즘 무슨 일 있는 겁니까? 얼굴이 왜 이렇게 안 좋아요?



김복식 : 아닙니다.



한 스 : 그런데 왜 이렇게 풀이 죽어 있습니까? 혹시 우에서 김선생보고 뭐라 한 것 아닙니까? 그런 건 술로 푸는게 제일이지요. 술이나 한잔 하러 갑시다.



김복식 : 한스 선생도 참..



이렇게 우리의 술자리는 시작되었네. 초여름 바람이 너무나 상쾌했다네.



한 스 : 김선생, 정말 무슨 일 있는 거 아닙니까?



김복식 : 일은요 무슨…..



한 스 : 그렇다면 다행이구요. 혹시 나쁜 일이 있으면 술 한 잔 마시고 풀어버리세요.



김복식 : 한스 선생, 내가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선생네 나라에서는 억울한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합니까?



한 스 : 어떤 일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 경찰이나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요. 그런데 왜요, 누가 억울한 일이라도 당했습니까?



김복식 : 아니요. 오랜 만에 친구놈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갑자기 친척 중에 한 명이 누명을 써서 끌려가게 생겼다고 나한테 도움을 청하더군요. 발만 동동 구르는데, 내가 뭐 도와줄 형편이 아니라서요. 별로 신경 쓸 일은 아닙니다.



한 스 : 끌려간다면, 수용소 같은 걸 말하는 겁니까?



김복식 : 뭐, 그런 거지요.....



한 스 : 여기 오기 전에 수용소에 대한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정말 끔찍하더군요.



김복식 : 그랬습니까? 아마 실상은 그보다 더 할 겁니다.



한 스 : 근데 왜 수용소에 끌려가게 됐답니까?



김복식 : 글쎄요. 북조선에서 수용소에 끌려가는 사람들이 어디 나쁜 일 해서 끌려가겠습니까. 아무 리유없이, 쥐도 새도 모르게 일어나는 일이 많습니다.



한 스 : 예전 쏘련에도 굴락이라 불리는 수용소에서 많은 정치범들을 탄압했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쏘련 정권의 추악한 독재의 증거로 알려져 있죠.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일들은 바로잡아져 가는 것 같습니다. 조선에도 그런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김복식 : 참, 속 편한 소리 하십니다. 당장 언제 끌려갈지 모를 사람들한테 그게 할 소리입니까?



한 스 : 아니 김선생 그런 뜻으로 말한게 아닌데..... 미안합니다. 난 그냥 별 생각 없이......



김복식 : 됐습니다. 밤도 늦은 것 같으니, 그만 일어나겠습니다. 내일 봅시다.



갑작스런 상황에 멍해지고 말았네. 김복식이 왜 그렇게 화를 내고 나갔는지 도무지 모르겠더군. 무슨 잘못을 했는지 한참을 생각하고 있는데 술집 문이 다시 열렸네.



한 스 : 김선생! 그렇게 나가서 제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아십니까?



김복식 : 한스 선생, 조금 전에는 미안했습니다. 아까 했던 이야기, 사실 제 얘기입니다.



한 스 : 뭐라구요?



김복식 : 어제 대학교 동창이 찾아 왔었습니다. 꽤 친한 친구였는데, 직장에 배치받고 나서는 일 년에 한 두 번 밖에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전해주더군요.



한 스 : 무슨 일인데요?



김복식 : 글쎄. 우리 장인어른이 무슨 일에 연루가 됐다고 합니다.



한 스 : 어떤 일이요?



김복식 : 거기까지는 얘기해 주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지금 우리 장인이 조사명단에 올려졌으니 잡혀 가는 건 시간문제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나한테 빨리 이혼하라고 귀띔해주러 온 겁니다.



한 스 : 이혼이요? 장인어른한테 죄가 있는 거하고, 김선생 이혼하는 문제하고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김복식 : 이 나라가 그렇습니다. 정치적인 문제로 걸리면 본인뿐만 아니라 삼대까지 위험해지는 곳입니다.



한 스 : 정말 조선은 알면 알수록 무서운 곳이군요. 그나저나 김선생, 장인어른이 무슨 죄를 지신 건지, 혹시 짐작가는 거라도 있습니까? 무슨 일인지 알아야 대책을 세울 거 아닙니까.



김복식 : 굳이 죄라면 장군님 눈 밖에 난 거겠지요. 워낙 옳은 소리를 잘 하시는 분이니....



한 스 : 그렇다면 김정일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게 죄란 소립니까?



김복식 : 이제껏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정말 눈앞이 아찔합니다. 이제 우리 집사람 어떡합니까. 내가 평생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그리고 우리 성희는 어떡하구요.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성희 얘기가 나오자 김복식은 끝내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네. 나는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서 그저 듣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네.



김복식 : 이 더러운 세상, 정말 못살겠습니다. 뢰물 받아먹고, 아첨 잘하는 놈들은 떵떵거리며 살아가고, 우리 장인어른 같이 고정한 사람들은 목숨을 위협받고.... 이게 말이나 됩니까? 그리고 장인어른의 죄 때문에 왜 우리 가족이 고통을 당해야 합니까?



한 스 : 김선생,,,, 힘내십시오, 이럴 때 일수록 김선생이 더욱더 중심을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샘, 인디언 속담 중에, ‘친구란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지. 그의 슬픔을 나눌 수만 있다면, 그래서 김복식의 고통이 조금이나마 줄어들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네.



2000년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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